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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밀폐된 공간에서 들려오는 엄청난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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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18.06.09  15:4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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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행동은 서둘기 보다는 되레 신중했다. 중사는 발걸음 수까지 세면서 이 쯤 해서 좌로 굽은 길이 나올 것을 예측했다.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벽은 계속 이어졌고 갈래 길은 나오지 않았다. 얼마를 더 짚어 나가자 벽의 거친 면이 도드라졌다. 삽날로 깎인 것이 아니라 글자를 새겨놓은 곳이었다.

글자에 손을 댄 채로 중사는 방향을 가늠해 보았다. 대원들도 이곳의 위치를 나름대로 상상했다. 그리고 나서 밧줄이 내려온 곳이 여기서 멀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자 안도하는 숨소리가 굴속에 퍼져 나갔다.

그렇게 하기는 중사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잠깐 멈춰 섰다가 다시 걸음을 옮겼다. 나가는 길을 확실히 알아냈다. 십여 발자국만 더 가면 왼쪽으로 굽은 길이 나오고 거기서 우로 한 번 더 돌면 밧줄을 타고 내려왔던 원래의 장소에 도착할 것이다.

목적지에 거의 다 왔을 때 사람들은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준비를 한다. 중사도 그런 상태였다. 목 깊숙한 곳에서 이제 살수 있다는 희망이 솟아났다.

중사는 혹시 굴속의 상황을 미리 짐작한 소대에서 밧줄을 내려놓고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까지 했다. 그러자 실제로 희미한 빛이 굴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착각에 빠졌다.

하지만 밧줄은 보이지 않았다. 보일 리가 없었다. 희미한 불빛은 환영에 지나지 않았고 굴속은 여전히 검은 칠을 한 상태였다.

대원들은 깊은 숨을 내쉬 었으나 안심하기는 아직 일렀다. 중사는 가슴에 달았던 무전기를 꺼내 짧은 교신을 시도했다.

몸을 새우처럼 굽히고 나는 소리를 최대한 줄이려고 애썼다. '밧줄을 급히 내려라, 굴속에서 쫒기고 있다'고 중사는 무전을 쳤다.

그 순간 중사는 무언가 잘 못 돼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본능적으로 총구를 뒤로 돌려놓고 몸을 바닥에 밀착했다.

대원들도 중사를 따라 몸을 엎드렸으나 굴이 넓지 않아 서로 몸 위에 몸을 걸치기도 했다. 중사는 자신의 등위에 올라온 대원의 다리가 못마땅했으나 이번에는 떨쳐내지 않고 잠자코 있었다.

적이 곧 사격을 해 올 것이다. 첫 총성이 울리면 바로 대응사격을 하겠다는 신호로 손가락을 방아쇠 고리에 걸었다. 안도감은 순식간에 공포로 바뀌었다.

교전에 대비해 가능한 한 몸을 숨길 수 있도록 벽의 구석진 곳으로 등을 기댔다. 대원들도 자리를 잡고 위해 몸을 조금씩 꿈틀 거리면서 방향을 바꾸었다.

그 순간 총소리가 들렸다. 귀청을 때리는 소리는 전투에 이골이 난 중사의 심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밀폐된 공간의 바로 뒤쪽에서 쏘는 소리는 생각보다 컸다.

마치 대전차포사격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것처럼 땅이 울렸다. 지축을 흔든다는 표현이 적당할 것이다. 엄청난 소리에 잠시 아차 했던 중사는 반사적으로 반격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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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bgusp@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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