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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묘안보다는 직감에 의존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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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묘안보다는 직감에 의존하기로 했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06.08 1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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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서서 따라오는 적에게 기습 공격을 가하려는 시도도 해봤으나 곧 그만 두었다.

적은 모여 있지 않고 서로 떨어져서 달려 들 것이기 때문에 적의 숫자도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를 제대로 상대할 수는 없었다.

먼저 사격하는 것은 자멸의 길이었다.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을 고스란히 적에게 알려 주는 꼴이었다.

위치를 알려 주는 것은 이미 표적의 정중앙에 놓여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중사는 표적의 중앙에 자신의 가슴이 들어가 있는 오싹한 기분을 느꼈다.

적이 방아쇠를 당겨 자신의 가슴에 주먹만한 구멍을 뚫기 전에 기습 공격을 해보고 싶었다.

야간사격이라면 그도 질릴 정도로 해봤다. 어스름 달빛이 동산으로 넘어 올 때면 사격준비는 이미 끝난 상태였다. 이런 날은 표적이 희미하게나마 보이고 이 때는 주간사격과 마찬가지로 백발백중을 자랑했다.

칠흑 같은 밤이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순간적으로 비춰지는 불빛에 반사된 표적은 중사의 머릿속에 고스란히 저장됐다. 그는 망설임없이 방아쇠를 당겼고 언제나 총알을 빗나가는 적이 없었다.

직감적으로 느낀 표적을 향해 반자동으로 한 번 사격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일어났다. 하지만 굴은 중간 중간에 굽은 길이었다. 아무리 명사수라해도 굴을 바로 펴서 사격할 수는 없었다.

중사는 그렇지만 반자동에 고정돼 있던 방아쇠를 자동으로 옮겨 놓고 상황을 주시했다. 만약 적이 먼저 공격할 낌새가 보이면 일제히 사격을 가하는 동시에 수류탄까지 던질 심산이었다.

이미 계획을 중사는 뒤따르는 대원들에게 명령한 바 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어느 것 하나도 완전하지 않았다. 명령은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었고 영원히 포기될 수 있었다.

총 한 발 쏘지 못하고 살아 날 수 있었고 총을 다 쏘고도 살아나지 못할 수도 있었다. 중사는 기습공격을 포기했다. 보이지 않는 적에게 그것은 무모한 작전이었다.

중사는 다른 두 대원의 의견을 묻지 않았다. 그럴 시간도 없었고 그런다하더라도 뾰족한 대안이 없었다.

있을 수 없는 묘안에 기대를 걸기 보다는 자신의 감에 의존하는 것이 더 낫다는 확신이 서자 중사는 빨리 이곳을 빠져 나가야겠다는 조바심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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