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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안전사고 예방,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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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안전사고 예방,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
  •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 승인 2018.05.30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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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을 고치러 병원에 가서 되레 화를 입는 경우가 아주 드물지만 간혹 있다. 그럴 경우 환자들은 의료사고를 의심하거나 주장하지만 증명할 수 있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의료라는 전문 지식이 환자들에게는 없고 설사 있다고 해도 신체가 갖는 불확실성 때문에 반드시 의료사고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병원이나 의사의 과실을 묻고 책임을 따지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만큼이나 무모한 행동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료사고는 점증하고 있어 어떤 식으로든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은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국회 등에서 환자안전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해당 의료기관이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하는 제도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책임소재를 가리거나 재발방지를 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제1차 환자안전종합계획(2018∼2022년)’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환자안전사고 자율보고를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연말까지 의무보고의 대상이 되는 중대한 환자안전사고의 범위를 결정하고, 보고 권장 및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것.

또 내년에는 의무보고 대상 범위 및 대상기관의 단계적 확대 여부를 검토하고 의료기관 인증평가, 상급종합병원 지정 등 각종 평가지표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안전사고와 병원 평가를 연계하겠다는 것이다. 당연히 사고가 많은 병원은 불이익을 받게 된다.

정부가 시행에 맞춰 ‘제재방안(과태료 부과 등)’, ‘성실한 의무이행에 대한 지원방안’ 등을 마련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국회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 김영호 의원은 의료기관 인증의 취소 사유에 인증을 받은 의료기관에서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한 경우를 추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의사와 의료기관이 좀 더 세심하게 진료해 환자의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같은 당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은 환자의 사망, 영구적인 신체적·정신적 장애, 일정 기간 이상의 의식불명 등을 중대한 환자안전사고로 정의하면서 이런 사고가 발생한 경우, 해당 의료기관 장에게 신고의무를 부과하도록 했다.

중대한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신고를 게을리 한 의료기관의 장 또는 그 신고를 방해한 자에 대해 2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도록 했다. 이밖에도 정의당 윤소하 의원, 민주평화당 김광수 의원도 비슷한 법안을 발의했다.

이 같은 법안이 정부와 국회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는 것은 최근 벌어진 이대목동 병원 신생아 4명 사망사건과 연관이 있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이 사건을 계기로 국민안전을 더 강화하고 대책을 마련해 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반발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중중 환자, 응급환자를 보는 진료 과목일수록 예측하지 못하는 모든 진료환경에 신고의무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의료현실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온 탁상행정이라는 것.

규제 위주의 법은 중증 고난이도 치료를 주로 하는 의료진들에게 심적 부담을 지우는 포퓰리즘 정책이므로 규제보다는 근본대책을 세우라고 요구하고 있다. 처벌 위주로 하는 정책은 효과도 없고 성공할 수도 없다는 것이 의사들의 판단이다.

신고의무화는 소신진료는 못하고 방어 진료에만 매달려 결국 피해는 환자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처벌이나 법률로 규제하는 대신 근본대책을 찾는 것이 먼저라고 의료진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의사들이 제대로 된 의료 환경에서 진료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규제에 앞서 정부나 국회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

이런 우려에 대해 정부나 국회는 결론을 내리기 전에 의료계와 사전에 충분히 토의하고 공청회 등을 열어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을 점검해 봐야 한다. 환자 안전법이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할지라고 의료진의 협조 없이는 정착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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