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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일주일 만에 끈을 매고 돌다리를 건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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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일주일 만에 끈을 매고 돌다리를 건넌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05.17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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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나쁠지 몰라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은 좋은 일이다. 미세먼지의 공습은 반드시 온다. 준비하여 대비하지 않아도 갑자기 공격해 들어온다.

그러니 그러기 전에 달리기를 멈출 수 없다. 어제도 좋았고 오늘도 좋았다. 하루쯤 쉬고 싶은데 내일 미세먼지가 오고 일주일 내내 그렇게 된다면 달리기는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다.

그래서 ‘미세먼지 나쁨’을 대비해 날이 좋은 날은 무조건 밖으로 나간다. 나쁜 것이 2~3일 간격으로 오면 얼마나 좋을까. 그 핑계 대고 몸도 쉬고 마음도 쉴 수 있으니.

그런데 미세먼지는 그렇지 않다. 자가 마음대로다. 오고 싶으면 오고 가고 싶으면 간다. 누가 오라고 해서 오고 가라고 해서 가지 않는다. 그야말로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한다.

자유가 있다면 미세먼지가 여기에 해당될 것이다. 그 미세먼지가 요즘 일주일 연속으로 오고 있다. 연속 앞에 좋음 대신 나쁨이 차지한 것이다. 최악의 상황이다.

그 사이 몸이 녹이 슬었다. 오랫동안 돌보지 않은 보습처럼 날이 무뎌져 마른 흙이라도 쟁기질이 쉽지 않을 모양이다. 더구나 습기까지 잔뜩 머금어서 쉽게 날을 새우기 어렵게 됐다.

매일 창밖을 보면 먼 산이 안개에 가린 듯 보이지 않는다. 안산쪽에 있는 공군 레이더망이 보여야 좋은 날인데 바로 앞의 아파트 옥상도 가려져 있으니 가슴이 턱 하고 짓눌린다. 뉴스를 검색해 보면 파랑의 기분 좋은 색이 아니라 답답한 황색이 가득 차 있다.

다른 것은 안 봐도 날씨만 본다는 내가 알고 있는 그는 지난주일 내내 불쾌한 기분으로 고통 받았다.

시름없이 창 밖을 보는데 까치 한 마리가 날아든다. 아마도 짓기 시작한 집을 완성하기 위해 분주하게 돌아다니고 있는 모양이다. 에어컨 실외기 옆이 그가 새로 마련한 거쳐다.

위에서 직각으로 내려다 볼 수 없어 거실 쪽에서 대각선으로 바라보면 나뭇가지의 일부가 보인다. 그 나뭇가지가 흔들려서 하나가 떨어져 나갔다.

미쳐 다 완성하기도 전에 지어진 것을 바람이 불어 가 버린 것이다. 창문을 조금 열어보니 불어오는 바람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강풍에 돌풍이다.

더 아래를 쳐다보니 막 자란 연두 빛 잎 파리가 사정없이 흔들린다. 위로 아래로 옆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센 바람이 분명하다.

하늘은 꼭 일주일 만에 바람을 가져왔고 이는 일기의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다. 그 변화는 기분좋은 것이다. 그 바람을 타고 모여 있던 미세먼지가 어디론가 사라질 것이다. 뉴스를 보기 전에 앞 산 쪽을 내다본다.

관악산이 희미하게 자태를 드러낸다. 능선을 따라 거대한 첨탑 두 개도 시야에 들어온다. 날이 개고 있다. 검색란의 뉴스는 여전히 황색으로 가득 차 있지만 뉴스보다 빠른 것이 직접 눈으로 보는 자연 상태다.

오늘 저녁은 운동화를 신을 수 있겠구나, 생각하니 벌써부터 달려 나가고 싶어 심장이 둥둥 울린다. 멈춰선 바이크가 앞으로 질주하기 위해 내는 엔진음의 소리가 귀에 쟁쟁하다. 일주일 만에 드디어 끈을 매고 돌다리를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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