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3-28 20:29 (목)
의정硏 "총액계약제 유용성 검증 먼저"
상태바
의정硏 "총액계약제 유용성 검증 먼저"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8.04.19 12: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만 사례 분석..."의료비 부담 줄지 않아"

총액계약제 논의에 앞서 국내 상황이 이를 적용할 현실인지에 대한 고려와 함께, 과연 총액계약제 도입이 유용한지에 대한 검증이 우선돼야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최근 ‘대만 총액계약제의 현황과 시사점’이란 연구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우리나라는 급속도록 심해지는 인구 고령화 등으로 인해 지속적인 의료비 증가 문제에 시달려왔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진료비 지불제도를 개편해야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대만의 총액 설정과정.

이 때마다 총액계약제가 언급되는데, 총액계약제란 주어진 기간 동안 의사, 병원 등 다양한 공급자에 의해 제공되는 진료서비스와 약품에 대한 총 비용을 사전에 미리 책정해 지불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와 관련, 먼저 연구소는 총액계약제를 시행하는 대표적인 국가인 대만을 예를 들어 총액계약제로 인한 효과와 이로 인한 문제점에 대해 진단했다.

대만은 지난 1998년 치과 부문을 시작으로 현재는 병·의원, 중의까지 전체 보건의료부문을 대상으로 총액계약제를 시행 중에 있다.

대만의 건강보험제도인 전민건강보험제도는 정부 주도하에 운영되는 대표적인 사회보장프로그램으로써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보편적 의료보장제도라는 점에서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과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다.

전민건강보험제도는 행정원 위생복리부 주도하에 관리·운영되고 있으며, 중앙건강보험서 중심의 단일보험자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중앙건강보험서는 총 6개의 지역(타이페이, 북부, 중부, 남부, 카오핑·동부지부) 분국이 있으며, 각 분국은 보험적용, 보험료 징수, 의료비 지불, 의료기관 관리 등 실질적인 행정업무를 집행하고 있다.

전민건강보험의 주 수입원은 보험료로, 기본보험료는 피보험자의 월급을 기준으로 산정되며, 추가 보험료는 주식, 보너스 임대소득 등 월급 이외의 소득에 부과된다. 요양기관이 전민건강보험의 적용을 받기 위해선 중앙건강보험서와 필히 계약을 맺어야 한다.

대만의 총액계약제와 관련된 주요 기관은 총 5개로 위생복리부, 행정원, 전민건강보험회, 중앙건강보험서, 총액지불위원회가 있다.

▲ 대만의 총액 협상과정.

위생복리부는 총액계약제 관련 정책을 설계하고, 행정원과 함께 다음 연도 진료비 총액 증가율 범위를 결정한다. 이를 근거로, 의료서비스 공급자와 가입자 등의 이해관계자로 구성된 전민건강보험회는 다음해에 실제 적용할 진료비 증가율을 협상 및 협의한다.

중앙건강보험서는 최종 결정된 진료비 증가율이 반영된 총액계약제 관련 정책을 집행하는 기관으로, 이외에 관련 행정심사와 규범제정 등을 담당한다.

세부적인 총액설정 과정은 위생복리부와 행정원에서 다음해 건강보험 의료비용 총액 증가율 범위를 연도 개시 6개월 전까지 결정하고, 행정원에 고지해야 한다.

이후, 위생복리부가 연도 개시 3개월 전에 전민건강보험회에 교부 및 협상을 통해 다음연도의 예산총액을 결정하고 행정원은 이를 최종 확정한다.

만약, 전민건강보험회에서 기간 내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위생복리부가 직접 예산총액을 결정한다.

전민건강보험회는 보험료 납부자, 의료서비스 공급자, 관련 전문가, 공익 대표 및 관련 기관 대표 등으로 구성되는데, 2015년 기준으로 총 35명으로, 보험료 납부자 대표 18명(가입자 12명, 고용주 5명, 행정원 주계총처 1명), 의료서비스 공급자 대표 10명, 기타 7명(공익대표 5명, 위생복리부 1명, 경제건설위원회 1명)으로 구성돼 있다.

의원, 병원, 중의 치과 등 부문별 예산은 일정 공식에 의해 산출되며, 부문별 예산을 합한 값이 총 예산이 된다.

부문별 예산은 기본예산과 특별예산이 주요 변수로 작용되며, 세부적으로는 기본예산에 있어 협상요소와 비협상요소가 영향을 주고 있다.

문제는 총액계약제로 인해 의료비 부담이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대만은 민영보험가입자가 증가(연평균 13.6%)하고 있는데, 이는 건강보험지출 지표보다 약 4배가량 높았고 개인부담의 증가율은 3.1%로 건강보험지출보단 낮았지만, 가계에서 부담하는 의료비 부담률의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 대만의 병원 방문횟수 및 청구건수.

또 지난 1994년에서 2012년 동안 대만의 총 의료비지출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요소는 전민건강보험으로 50%대를 유지하고 있고 다음으로 개인부담이 높았다. 정부의 보건분야 지출과 민영보험 지출은 역전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정부 지출의 경우, 1995년 이후로 꾸준히 감소하는 반면, 민영보험의 지출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2년 자료에 따르면 전민건강보험, 개인부담, 민영보험, 정부 순으로 지출비중이 높았으며, 가계부담이 약 42%(개인부담 26% +민영보험 16%)로 상당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총액계약제 시행 이후 병원 방문횟수와 청구건수(입원)는 꾸준히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가장 급격한 증가를 보인 시기는 2002년에서 2005년 사이로, 방문횟수의 증가율은 연평균 0.37%를 보였고 청구건수의 경우 연간 평균 8.53%씩 증가했다.

또한 총액계약제는 방문횟수 뿐만 아니라 입원기간의 증가, 고가 의료기기 사용률 증가 등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보고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현재 대만 의료계 내부에서는 총액계약제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의사들은 제한된 재원 내에서 다수의 환자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하기에 진료시간을 단축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있고, 이는 의사의 부담을 증폭시킬 뿐만 아니라 환자의 건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주요 원인이다

실제로 총액계약제는 심혈관계질환 및 폐질환 등을 겪고 있는 환자들의 사망률 증가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됐는데,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병원 종류별 급성심근경색환자의 병원종류별 급성심근경색환자 환자의 사망률과 재원일수를 살펴볼 때 비영리 병원에서는 재원일수가 3.8% 증가했고, 영리병원에서는 재원일수(4.8%)와 30일내 사망률(1.7%)이 증가했다.

또 다른 연구결과에는 총액계약제가 폐렴환자의 입원기간 및 의료비지출 증가에 영향을 미쳤고 퇴원환자의 3일내 응급실 재방문 및 14일내 재내원 위험 증가 등 의료 질 저하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했다.

총액계약제 시행으로 인해 도입된 point-value 방식(각 분기마다 산정된 점당 단가로, 분기별 예산총액을 분기별로 제공된 의료서비스 총량으로 나눈 값), 비합리적인 수가, 불평등한 협상과정 및 진료비 심사제도 등으로 인해 의사가 제공한 의료서비스 수준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총액계약제로 인해 의사는 정해진 시간내 최대한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하는 상황이 초래됐는데,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대만에서도 의사가 환자당 평균 5분 미만의 대면진료를 보고 오전동안 약 50명의 환자를 진료하는 건 흔한 일이라는 것.

이는 결국 의료의 질 저하로 이어지고, 짧아진 진료시간은 환자와 의사간의 라포(rapport)를 형성하기에 부족해, 소통부재를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서로간의 잘못된 정보가 전달되어 건강결과(health outcome)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연구소는 “진료비 지불제도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보상 또는 대가를 지불하는 체계로, 국민의 건강에 집적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제도이기에 신중하게 논의되고 접근돼야한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이 제기되는 것을 보면 정부가 건강보험제도 전체에 대한 방향성과 중장기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소는 “총액계약제를 논의하기에 앞서 국내의 상황이 이를 적용할 수 있는 현실인지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며 “국내에 총액계약제를 적용함에 있어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의료비 총 규모의 정확성, 의료전달체계 확립, 지역별 진료권 설정의 가능성, 합리적인 수준에서의 수가 보상 등을 제시한 바 있으나 현재까지 개선된 사항은 없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연구소는 “근본적으로 총액계약제 도입이 과연 유용한가에 대한 검증이 우선돼야 한다”며 “대만이 총액계약제를 시행하게 된 배경에는 증가하는 의료비 부담을 덜고 국민에게 저렴하고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였지만, 의도와 달리 총액계약제는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켰고, 의료이용량의 증가, 의료의 질 저하를 가져왔다”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총액계약제 도입을 고려할 때 의료비 지출 측면만이 아닌, 이로 인해 파생될 수 있는 여러 다양한 문제점들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