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의 예비급여 광고로 인한 최대집 당선인 인수위와 비대위 간의 갈등이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다만, 해당 광고 문제가 ‘직원 실수’라는 인수위의 석연치 않은 해명은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
앞서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이필수)는 한 일간지에 예비급여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광고를 게재한 바 있다.
이 광고는 본인부담률이 80%에 달하는 예비급여를 ‘빛 좋은 개살구’에 비유하고, ‘80%를 내가 내면 이게 보험이 맞나? 이것이 진짜 예비급여의 민낯’이라고 지적했다. ‘예비급여 본인부담 50% 이하로! 국민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한의사협회는 끝까지 싸우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최대집 당선인 회장 인수위에서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인수위는 긴급 보도자료를 내고 “최 당선인이 인수 업무에 바쁜 틈을 타서, 의협 내부에 분열을 조장하는 세력이 있다”며 “비대위의 광고는 최대집 당선인의 동의없이 이필수 비대위원장과 이동욱 사무총장이 내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실을 알고 최 당선인이 광고를 중지하려 했으나, 이미 인쇄가 시작돼 중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인수위는 “광고 내용은 예비급여 50%면 비대위가 문 케어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내용인데, 이는 최 당선인의 예비급여 절대 반대의견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최대집 당선인 선대위원장이었던 노환규 전 의협회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대위 예비급여 광고를 비판했다.
노 전 회장은 “이 광고에 대해 비대위원장과 비대위 사무총장은 ‘광고에 무슨 문제가 있냐?’라고 답했다”며 “최 당선인의 고민이 깊을 것. 가장 큰 문제는 언제나 내부에 있고, 정부에게 좋은 소식”이라고 전했다.
그는 “더욱 기가 막힌 건 의협 비대위에서 만든 이 광고시안이 보건복지부에서 새어나와 퍼졌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비대위는 ‘해당 광고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필수 위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비대위원장으로서 기만적 예비급여는 처음부터 위원장 임기 끝나는 순간까지 반대하고 있는 입장”이라며 “해당 광고에 대해 설명하면, 비대위는 전체회의 때 예비급여의본인부담을 50% 이하로 해야한다고 결의 한 적이 있고, 정부와의 협상 내내 예비급여 본인부담 50% 이하를 항상 강조하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논의 과정도, 비대위 홍보위원들이 만든 광고 시안을 위원장단이 온라인 회의로 논의하고 결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대위 이동욱 사무총장도 “광고 내용도 예비급여 70, 90% 같은 것은 불가하고 50% 이하로 해야 된다는 것으로, 비대위 전체 의결사항과 기본 원칙에 부합했고 지금까지 의·정협상에서 의료계가 요구해왔던 원칙”이라며 “‘의료계 내부 불열조장세력’, ‘위원장 사퇴하라’ 는 등의 인수위의 도가 넘은 표현과 언론플레이는 매우 부적절하며, 그런 표현이야말로 의료계의 분열을 촉진한다”고 꼬집었다.
비대위에서 강력히 반발하자 인수위에서는 정정 보도자료를 보냈다.
인수위는 “4일자 비대위의 일간지 광고에 대해 광고의 주체를 의협 비대위의 이필수 의원장과 이동욱 사무총장으로 명시했으나, 이는 긴급한 상황 속에서 사실관계 확인이 안 된 상태에서 나가된 것으로 혼란을 드려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광고는 비대위 홍보위원회가 기안을 했고, 비대위의 의견 수렴 과정 중 직원 실수에 의해 진행됐음이 확인됐다‘며 ”다시 한 번 정확한 사실 확인 과정 없이 보도자료 보낸 점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하지만 의견 수렴 과정 중 직원의 실수가 있었다는 인수위의 해명이 ‘석연치않다’는 지적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인수위의 해명은 납득할 수 없다. 의협의 구조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의료계 혼란이 있는 것 자체가 회원들에게 큰 피해를 끼치는 것으로, 좀 더 명확하게 판단하지 못한 것에 대해선 인수위, 비대위 공동의 잘못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만 이해되지 않는 점은 비대위 위원장단에 최대집 당선인이 투쟁위원장으로 속해져있고, 비대위는 의협 정기대의원총회까지 임기가 남아있다”며 “비대위 광고가 나가는 것에 대해 최 당선인이 몰랐다는 건 직무유기이고, 알고도 모른 척 했다면 이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비대위를 이용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