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8일 열리는 전국의사대표자대회가 제40대 의협회장 선거 유세장이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협 비대위에선 ‘화합과 단합의 장이 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전자투표가 시작되는 시점과 맞물려 있어 의혹은 쉽사리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이필수)는 오는 18일 청계광장에서 전국의사대표자회의를 개최한다고 선언했다.

보건복지부, 대한병원협회와 실무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비대위는 지난 5일 회의 이후, 사실상 협상 결렬을 선언하면서 협상단을 해산, ▲복지부의 예비급여 고시안 철폐 ▲개별학회와의 개별 접촉 금지 ▲신포괄수가제 일방적 강행 반대 등 3가지 안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열리는 전국의사대표자대회에 의료계 안팎의 관심이 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필수 위원장은 “지금이 의료계 역사상 가장 힘든 시기라고 생각한다. 의료계 대표자분들한 분 한 분이 참석하는 게 큰 힘이 될 거라고 본다”며 “대표자대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돼 하나 된, 강력한 힘을 보여야 한다. 비대위에 전 회원의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기회라고 본다”면서 참석을 당부했다.
하지만 의료계 내에선 18일 열리는 전국의사대표자대회에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제대로 된 대표자대회를 열기 위해 준비할 시간이 너무 짧고, 타이밍도 좋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생각보다 참가 인원이 많지 않다. 300명 정도 예상했는데 100여명 정도만 참여의사를 보였다”며 “구의사회 경우는 3월부터 회장이 바뀌다보니 집행부 구성자체가 안된 경우가 많아 난감하다”고 말했다.
모 의사회원은 “대표자대회를 하기 위해선 전국 시도의사회 임원들에게 이에 대해 설명하고 준비를 해야 하는데, 전혀 준비된 거 없이 메일만 보내고 있다”며 “이번 대표자회의를 보니 의협회장 후보들이 말하는 시간이 있던데, 비대위가 회장 후보들 불러서 세 과시하려는 건가”라고 꼬집었다.
특히 차기 의협회장을 선출하기 위한 전자투표가 시작되는 주에 열리는 대표자회의인 만큼, 회장선거에 영향을 끼칠 거라는 지적도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협회장 선거가 겹치기 때문에 후보들이 자신을 알리기 위한 기회가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한 뒤, “대표자대회에 동원된 사람들은 억지로 동원됐겠지만 후보들에겐 좋은 타이밍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의협회장 선거 전자투표가 시작되는 직전 주에 투쟁성 궐기대회를 한다는 것 자체가 강성 투쟁을 추구하는 후보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비대위를 만든 임수흠 후보, 비대위 투쟁위원장인 최대집 후보, 비대위원인 기동훈, 김숙희, 이용민 후보는 이러한 사실에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의료계 외부에서는 의사들이 표를 얻기 위해 회원들을 사지에 몰아넣는 투쟁으로 선동한다는 말도 한다”며 “진정 회원을 위하는 모습이 어떤 모습인지 의료계 지도자들은 한번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오해를 우려한 한 의료계 관계자는 “선거를 끝나고 나서 대표자회의 해도 됐을 것 같다. 그래야 진정성도 있어보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 시도의사회 임원은 “18일보다는 25일에 대표자대회를 하는 것이 적당했다고 본다. 18일에 대표자대회를 하다 보니 각 후보캠프에선 소속된 사람들을 다 데리고 오게 했는데, 대표자대회가 아니라 의협회장 후보들의 유세장으로 밖에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장 후보 6명 중에 5명은 23일 이후에는 사라질 사람들인데, 그들 이야기까지 들어야하는지 궁금하다”며 “18일이 아닌 25일에 새로 당선된 회장을 포함, 제대로 된 투쟁 로드맵을 공유하는 냉정하고 이성적인 대표자회의가 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비대위 이필수 위원장은 “회장 선거도 중요하지만 지금 정부가 하는 행태를 보면 상황이 매우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특정 후보를 부르는 것이 아닌 회장 후보 6인을 전부 초청, 문재인 케어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의료계가 한 목소리를 내는 단합의 장을 만들기 위해 대표자대회를 계획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비대위는 정치적으로 어느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며 “오는 23일 선출되는 새 회장을 중심으로 비대위는 똘똘 뭉쳐 한 목소리를 낼 것. 비대위는 새 회장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고, 4월 임기 마지막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