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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호 교수, 한방 예산 급증에 의문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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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호 교수, 한방 예산 급증에 의문 제기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8.01.24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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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정책포럼 기고...“국민에 결과 알려야”

올해 보건복지부의 한방관련 예산이 전년보다 34.3% 급증한 580억원으로 결정된 것에 대해  충북의대 한정호 교수(소화기내과) 교수가 의문을 제기하며 예산의 용처와 그 결과를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교수는 최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에서 발간한 ‘의료정책포럼’에 ‘한방 현대화 관련 국가예산 현황’이란 기고를 통해 이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지난해 12월 국회는 2018년도 복지부의 한방관련 예산을 580억 3500만원으로 결정했는데, 이는 전년대비 66억 6400만원(34.3%)이 증가한 수치다.

▲ 2018년 한의약산업육성사업의 11개 세부사업비.

한정호 교수는 “최근 판문점을 통해 탈북한 병사의 총상을 치료한 아주대 권역외상센터 이국종 교수의 절규를 봐도, 보건복지 예산이 중증외상 치료분야에 적절히 배분되지 못했고, 아덴만의 영웅이라 칭송하는 석해균 선장의 치료비 2억원을 아직까지 해당 외상센터에 지급하지 않았다”며 “한해 580억원이 넘는 혈세가 한방의 현대화란 명목으로 투여될 만큼 우리나라 보건의료의 해결해야할 과제 중 우선순위인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복지부의 한방관련 예산을 분류하면 ▲한의약산업육성사업 ▲한약진흥재단 운영지원사업 ▲한의기반 융합기술개발(R&D) ▲한의약 세계화추진사업 ▲한약선도기술개발 사업 ▲WHO전통의약활성화지원사업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11개 세부사업으로 이뤄진 한의약산업육성사업에 대해 한정호 교수는 “한약(탕제)의 현대화에 52억이 투여되는데, 내용은 한약표준조제시설을 건립한다는 것”이라며 “이는 제약회사와 같은 시설을 짓는다는 것으로 제약사와 같이 탕제의 성분이 명확히 표기돼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해야하며, 해당 탕약이 어느 질환에 어느 만큼의 효과와 효능이 있는지 밝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제내경이나 동의보감에 나오는 식물이나 동물의 뿔 등을 섞어서 끓이면 현대과학의 검증이 면제되는 한국적 시스템을 유지한 채, 혈세로 이러한 시설을 건립해 탕약을 대량생산하는 것이 합당한 결정인지 과학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게 한 교수의 설명이다.

한 교수는 “한의약 공공인프라 구축에 100억원을 투자한다는데, 이는 한약 비임상연구시설과 임상시험용 한약제제 생산시설을 건립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 또한 성분이 무엇인지 밝히고, 한의계에서 주장하는 기와 음양오행을 입증해야하지만, 근본적인 원리와 효과에 한 검증없이 기존의 한의계의 방식로 사람에게 임상시험을 하겠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전했다.

또 한약진흥재단이 공기업으로 편입되면서 이에 대한 예산 지원이 국비에서 신규 사업으로 편성돼 72억 4500만원으로 국회를 통과됐고, 현대과학기술을 응용해 질병을 치료하는 한의약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한의기반 융합기술 개발사업에 대해서는 19억 6700만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이 중 한의기반 융합기술 개발사업은 ▲한의융합제품화 기술개발 ▲한의융합 다빈도 난치성질환 대응기술개발 ▲한의융합 스마트케어 기술개발 ▲한의융합 정밀의료 기술개발 등 4항목으로 이뤄져있다.

한정호 교수는 “지난해 10월 출판된 한의학 논문의 내용을 살펴보면 한의학의 근본원리인 음양오행을 세포 단위에 적용한 가설”이라며 “그동안 한의학에서 간, 심장, 비장, 폐, 신장을 오장으로 보고, 각각 목, 화, 토, 금, 수의 성질을 가진다고 주장해온 것에 한발 더 나아가 세포내 소기관에 적용해, 소포체, 골지체, 리소좀, 미토콘드리아, 세포막을 각각 목, 화, 토, 금, 수에 대입했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세포내 소기관이 정말 오행에 따르는지 과학적 근거는 없다”며 “그런데 이 논문이 실린 학술지인 Integrative Medicine Research(IMR, 통합의학연구)는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발행하는 학술지로서 국가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논문을 작성해 투고한 연구팀은 ‘한국한의학연구원’의 연구팀으로, 역시 국민의 혈세가 투여되는 복지부의 산하 공공기관”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만약 이슬람국가에서 ‘알라의 전능함으로 세포내 소기관은 어느 천사가 각각 주관하고 있다’는 연구논문을 국가연구기관 연구팀이 투고해 국비 지원 학술지에 실리면, 우리나라의 뉴스보다는 ‘세상의 이런 일’이나 ‘해외 토픽’ 같은 곳에 그 나라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소개가 됐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또한 한의약 세계화추진사업은 한의약 산업육성과 세계전통의약시장 선점을 위한 정책기반을 마련하고, 지식자원 체계화와 해외기반 구축을 추진하는 것으로 공고돼 있고, 주요 내용은 ▲한의약 해외진출 통합지원 ▲한의약 교재 개발 ▲국내·외 한의약 상호 교류 확대 ▲한의약 세계화 추진단 운영과 한의약 정책 및 통계 연구로 2018년도 예산만 35억원이다.

이에 대해 한정호 교수는 ‘국제적으로 한의약 즉, Korean Traditional Medicine이 표준이 될 수 있는지에 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한의학이라 불리는 전통의학은 중국의 고대 중의학을 계승시킨 것이 분명한 사실로, 대한민국의 한(韓)인 한의학(韓醫學)으로 바꾸어 사용한 것이 불과 30년 전인 1986년이란 것에서도 잘 알 수 있다”며 “한의사협회와 한의사는 1986년까지 중국의 한나라 한(漢)을 사용해왔으며, 1986년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중국과 차이를 두기 위해 대한민국의 한(韓)으로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1959년부터 1991년까지 각종 한국어 사전에도 한방의 정의는 ‘중국으로부터 전래해 온 의술’로 되어있던 것을 1996년부터 한방의 사전적 정의를 ‘중국으로부터 전래돼 우리나라에서 발달한 고유의 의술’로 바꿨다고 중국을 사대한 조선의 의학이 우리 민족 고유의 한의학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국제사회에서 통용될 것이란 생각은 너무 주관적이라는 게 한 교수의 설명이다.

이어 그는 “역사와 문화는 인문학의 분야이지만, 의학은 과학에 종속되는 학문의 갈래로, 어느 민족이나 지역에서 오래된 주장이 있었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현재의 과학으로 증명된 사실만이 존재하고, 이를 활용해 인간의 치료에 적용하는 것만이 윤리적으로 허용 되는 최선의 의학, 현대의학”이라고 강조했다.
 
양-한방 융합기반 기술 개발(R&D)사업은 2017년 61억 가량, 2018년에는 47억 가량이 투 여되는 사업으로 대4 중증질환 및 만성/난치성 질환 등을 현의학과 융합 연구해 신약을 개발하고, 새로운 예방·진단·치료기술을 개발한다는 목적으로 투여되는 예산이다.

이와 함께 한정호 교수는 “한의학연구원과 한의협이 공동 발간한 ‘2012년 한국한의약연감’에 따르면 정부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한의약 분야 연구에 2992억 원 을 투자해왔다”며 “2004년 기준으로 한국한의학연구원 에만 연간 500억 원의 예산을 국비에서 지원해왔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이제까지 복지부의 예산만이 아니라, 조사하기도 어려운 교육과학기술부, 지식경제부 등에서도 투자를 받아왔는데 어떠한 연구의 결과가 나왔을지 국민은 알아야하고, 국회의원은 이를 평가하고 계속 투자를 해야 할 지 철저히 검증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년 복지부의 한방관련 예산은 약 580억원으로 결정됐고, 미래부와 각 지자체 등에서 한방과 관련해 얼마나 많은 예산이 투여되는지는 확인할 방법은 현재로선 없다”며 “내년에라도 과거 수십 년간 한방 관련 예산에 투여된 혈세가 어떤 결과를 생산했는지 언론과 국회는 밝혀야 하며, 특히 2018년에 투여되는 혈세의 결과를 국민에게 알려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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