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의전원의 교육 목적목표서 ‘일차의료/일차진료’란 단어가 사라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일차의료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선 의학교육을 개선해야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특히 학부에서의 교육 강화도 중요하지만 졸업 이후 일차의료 수련 방안에 대한 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한다는 의견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소장 이용민)은 최근 ‘일차의료 강화를 위한 의학교육 개선 방안’이란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 19789년 세계보건기구는 ‘알마아타 선언’을 통해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 한 나라 안에서의 건강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책으로 일차보건의료를 제안했다.

일차보건의료는 본래 보건의료서비스에 공중보건 정책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보건의료서비스에 국한된 의미로 ‘일차의료’라는 단어가 통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12년 경제협력개발기구는 병원중심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의 경우 의료비가 노령화에 의해 급격히 증가되므로 지역사회에 기초한 일차의료체계를 갖출 것을 권고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도 1980년 이후 일차의료를 강화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의사집단 등 이해당사자들의 협조를 얻지 못해 번번이 실패했는데, 이는 의료전달체계, 의료보험체계, 의사인력의 구성 등 근본적인 문제가 얽혀 있었기 때문이다.
해외 여러 나라에서는 일차의료 강화를 위해 학생선발 단계에서 이와 관련된 교육정책을 운영하고 있는데 ▲특수목적 의과대학 ▲지역의료 캠퍼스 ▲지역의료 특례입학 등이다.
특수목적 의과대학은 일본의 지치의과대학 사례를 꼽을 수 있는데, 이는 지역의료를 위한 특수목적 의과대학으로 연 123명(도도부현별 2~3명)의 학생을 선발하며, 농어촌 지역 출신을 우대하고 있다.
지역의료 캠퍼스는 미국의 지역의료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Rural Medical Campus)을 예로 들 수 있는데 University of Washington의 WWAMI 프로그램은 출신 주에 있는 지역의료캠퍼스에서 기초과목을 수강하고 이후 지역 의료기관에서 임상수련을 받는 형태로 프로그램이 구성된다.
지역의료 특례입학은 호주의 조건부 특례입학/장학금 제도를 들 수 있는데, 이 제도를 통해 학생 선발과 의무배치 결합 정책인 의과대학 조건부 입학 제도와 지역의료 조건부 장학금 제도를 통해 취약의료지의 의사인력 양성에 힘쓰고 있다.
이처럼 일차의료 강화를 위한 의학교육은 일차의료의사에게 요구되는 역량에서 시작하는데, 많은 연구자들이 일차의료 강화를 위해 제안하는 의사 역량은 ▲지속적인 환자-의사 관계를 감안해 진단 ▲병력청취와 신체진찰만으로 진단 ▲병력청취와 신체진찰만으로 환자의 중등도와 긴급성 판정 ▲흔한 가벼운 질환 진단/치료/예방 ▲흔한 만성질환 진단/치료/예방 ▲노인 환자를 잘 다루고, 치료 가능 ▲소아 환자를 잘 다루고, 치료 가능 등이다.
이에 연구소는 학부교육 강화 방안으로 “의과대학 교육목표/교육목적에 일차의료의사 양성의 취지를 표기해야한다”며 “2017년 현재 전국의 40개 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중에서 39%인 16개 대학에서 만 교육목표/교육목적에 일차의료의사 양성의 취지가 들어있는데, 개원의가 전체 의사의 40%를 상회하고 있는 우리나라 의사인력의 분포를 고려해 일차의료의사 양성의 취지가 의과대학의 교육목표/교육목적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에서 일차의료 제도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일차보건의료의 필요성을 각성한 개인과 지역사회가 스스로 일차보건의료를 조직하고 여기에 일차의료를 지향하는 의사들이 적극 참여하는 형태가 바람직”이라며 “이를 위해 지역사회의학과 예방의학은 일차보건의료 시스템에서 의사의 역할은 무엇인지 교육해야 하고, 가정의학은 학생들이 직접 일차의료의사의 역할을 경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한다”고 전했다.
세 교과목을 통합교육 형태로 묶어 매주 강의와 임상실습을 할 수 있다면 일차의료의사 양성이라는 취지와도 잘 부합될 것이라는 게 연구소의 설명이다.
또 연구소는 “일차의료기관의 외래 환경에서 학생들이 병력청취와 신체진찰을 연습하고 이를 통해 질병을 감별 진단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도록 해야 한다”며 “병동 입원환자만을 경험한 학생들은 편협한 임상경험치만 얻을 뿐으로, 질병의 범위가 정해진 종합병원 외래를 찾는 환자보다는 미분화된 질병으로 일차의료 기관을 찾은 환자를 경험하는 것이 더 양질의 경험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근래 외국의 의과대학들도 입원환자를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블록 임상실습과정이 질병에 대한 협소한 경험만 가능하게 한다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장기 임상실습과정을 노출 시키고 있는 실정이라는 게 연구소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연구소는 “우리나라의 개원의사는 전체 의사 수의 40%에 육박하고 있으며, 이중 전문의의 비중이 90% 이상이고, 그중에서도 가정의학과나 소아과와 같이 일차 의료를 지향하는 전문의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며 “달리 생각하면 개원의의 다수를 차지하는 전문의는 일차의료에 대한 별도의 교육없이 일차의료의사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이어, “졸업 후 일차의료 수련 방안은 가정의학과를 제외한 다른 전공과목 전문의가 일차의료를 하고자 할 때 재교육을 지원하는 것”이라며 “세부 교육내용으로 일차의료 역에서 다루는 흔한 만성 질환에 대한 교육, 우리나라에 적합한 일차보건의료의 맥락에 대한 교육, 그룹 진료를 수행하고 있는 일차의료 기관에서의 연수교육 등이다”고 전했다.
또 연구소는 “우리나라에서 그룹 진료는 매우 드문 개원의 형태이지만 졸업 후 일차의료 수련을 위해서는 일차의료를 추구하는 그룹 진료 형태 의원의 수를 늘려 나가야 한다”며 “단순한 보험수가나 세제 지원보다는 건물 임대료 지원, 직원 관리 등과 같은 의원의 개업과 운과 관련된 실질적인 지원책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