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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유죄’에도 행정소송 ‘승소’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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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유죄’에도 행정소송 ‘승소’한 사연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7.10.11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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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영리 목적 환자 유인 환수처분 첫 사례

형사소송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의사가 건보공단의 환수와 관련된 행정소송에서 승소하는 일이 벌어졌다.

항소심까지 진행된 이 사건은 결국 건보공단이 환수처분을 취소하고, 재처분을 내리면서 마무리됐다.

서울고등법원 제11행정부는 최근 의사 A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취소 소송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소를 각하한다고 선고했다. 그러나 A씨와 관련돼 진행된 형사소송은 의료법위반 등 혐의가 인정돼, 유죄가 선고됐다.

이 기묘한 사건의 시작은 지난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공범들과 공모, 서울역·영등포역 등에서 노숙인들에게 담배·생필품 등을 제공할 것을 약속한 뒤 병원으로 데려와 진료하고, 요양급여비를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해당 사건은 언론에 보도되면서 세상에 알려졌고, 경찰은 즉시 조사에 착수해 A씨의 불법행위와 관련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검찰은 A씨에 대해 이미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있는 의사 B씨에게 명의를 빌려줘 공동으로 의료기관을 이중 개설·운영하고, 환자를 유인해 15억 3879만 원의 보험급여 비용을 부정하게 수급 받아 편취했다며 의료법과 국민건강보험법 위반혐의로 기소했다.

형사재판이 진행되는 도중, 경찰로부터 이 사건에 대해 통보받은 건보공단은 국민건강보험법 제47조의2(요양급여비용의 지급 보류)를 들어 2014년 7월 28일 2억 1127만 원대 요양급여비용 지급 거부 처분을 하고,  2014년 9월 30일 19억 2609만 원, 2015년 8월 10일 8410만 원 등 총 20억 1019만 원의 환수처분을 했다.

이에 A씨는 즉각 소송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형사소송은 전부 패소했다.

1심 재판부는 의료법 제33조 제8항(1인 1개소법) 위반과 관련해서는 위반사실을 부인해 무죄로 판단했지만, 영리 목적 환자 유인으로 인한 의료법위반, 환자 퇴원신청 불응 및 감금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이에 불복한 A씨는 항소를 제기했지만 2심 재판부 역시 1심과 판단이 같았다. 의료기관 이중개설에 대해선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환자유인, 퇴원신청 불응 및 감금에 대해선 유죄를 인정한 것.

A씨의 소송은 3심까지 이어졌지만 지난 8월 대법원은 A씨의 상고를 기각해 유죄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고배를 마신 형사사건과는 달리 행정소송에선 A씨의 청구가 받아들여졌다. 행정소송 1심 재판부가 건보공단의 요양급여비용 지급 거부 및 환수 처분을 모두 취소하라면서 A씨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행정소송 1심 재판부는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 금지(의료법 제33조 제2항)를 위반한 경우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요양급여비용 지급을 보류할 수 있지만 의료인의 의료기관 이중개설 금지(의료법 제33조 제8항) 위반인 경우에는 지급 거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제33조 제8항은 2014년 5월 20일 신설돼 11월 21일부터 시행됐으므로, 건보공단이 지급거부처분을 할 당시 시행 중인 조항이 아니다”고 판시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명의를 대여해 이중 개설을 했다고 볼 수 없다”며 “이 사건 수사결과통보는 B씨가 2013년 5월 23일부터 2014년 3월 14일까지 A씨의 명의로 이 사건 병원을 운영했다는 것이어서 이 사건 병원이 2014년 6월경부터 8월경까지 한 요양급여에 대한 요양급여비용이 부당하게 지급됐다는 근거가 될 수 없고,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지적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건보공단은 항소를 제기했다. 하지만 항소를 진행 중이던 2017년 4월 A씨에 대한 형사소송 2심 판결에서 이중개설에 대한 부분이 무죄로 판결되면서 끝을 맺었다.

건보공단이 항소심 판결에 앞서 2017년 6월 13일과 15일 직권으로 행정 처분을 모두 취소했기 때문이다.

2심 재판부는 “행정처분이 취소되면 처분은 효력을 잃어 더는 존재하지 않고, 존재하지 아니하는 행정처분을 대상으로 한 취소 소송은 소의 이익이 없어 부적합하다”면서 각하를 선고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건보공단 법무지원실 김준래 변호사(선임전문연구위원)은 “이번 판결의 쟁점은 의료법 제33조 제8항에 대한 것이 아닌, 영리목적 환자유인으로 사망자가 발생했음에도 건보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을 수 있는지 여부”라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검찰에서 A씨를 의료법 제33조 제8항을 위반했다고 기소했지만 형사소송 1심 판결에서 이에 대해선 무죄판단을 받았고, 2심에서도 무죄였다”며 “다만 1심 판결을 살펴보면 재판부도 ‘유죄의 의심이 들지 않는 것이 아니다’라며 제33조 제8항을 위반했다는 점에 대해 의심된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번 사건의 쟁점은 영리목적 환자유인과 감금까지 이르렀고 사망자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을 수 있는 것인가 여부이다”며 “지금까지 영리목적 환자유인의 경우 지급한 요양급여비용을 환수 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없었고, 이번 사건이 최초의 판단대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건보법 제57조 제1항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비용을 지급받은 경우 부당이득징수 대상이라고 규정하고 있다”며 “그렇다면 이번 사건의 경우, 서울역 등에서 노숙자를 영리목적으로 유인하고, 감금까지 했고, 이로 인해 사망자가 발생했다면 이는 부당을 넘어서 위법까지 이른 것이다. 당연히 환수는 적법하고 이는 국민정서에도 부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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