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4-25 12:14 (목)
브이벡 단점 설명 안한 의료진 배상책임
상태바
브이벡 단점 설명 안한 의료진 배상책임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7.09.14 12: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장점만 기술"

브이벡(제왕절개술 후 다음 임신 때 시도분만으로 질식 분만을 하는 것)에 대한 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의료진에게 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8민사부는 최근 산모 A씨와 가족들이 B의료재단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08년 첫째 아이를 둔위(태아가 태내에서 거꾸로 자리 잡고 있는 이상 태위)로 인해 제왕절개로 분만했다. 이후, A씨는 임신을 했는데, 산전 진찰을 받아오다가 임신 31주 5일째인 2011년 7월 경 B의료재단이 운영하는 B병원에 내원, 산부인과 전문의 C씨에게 진료를 받으면서 브이벡 분만(선행 제왕절개 후 질식분만)을 원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A씨는 임신 38주 2일째인 2011년 9월 5일 브이벡 유도분만을 위해 B병원에 입원했는데 당시 자궁경부가 닫혀있는 상태로 자궁수축이 없었기 때문에 B병원 의료진은 A씨에게 전자태아심박동 및 자궁수축감시장치를 부착하고 유도분만제인 옥시토신을 투여하기 시작했다.

2유도분만 3일째인 2011년 9월 7일 A씨의 자궁경부가 2cm 개대된 것이 확인됐고 자궁경부도 소실되기 시작했다. A씨는 통증을 호소하면서 제왕절개 수술로 아이를 분만할 것을 요구했는데 C씨는 통증을 줄이기 위한 진통제를 처방한 외엔 다른 처치를 하지 않았다.

A씨는 아랫배 통증을 호소했고, A씨에게서 암적색의 혈액이 섞인 점액의 질분비물이 관찰됐으나 A씨의 활력징후가 혈압 110.70, 맥박 114회/분으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C씨는 특별한 처치를 하지 않았고, 내진한 후 출산을 독려했다.

그날 오후, A씨에 대한 내진 시 선진부(산도내에 가장 먼저 진입했거나, 그에 가장 가까이 간 태아의 신체부분, 내진 시 자궁 경부를 통해 촉지되는 태아 신체의 부분)에 태아의 머리가 아니라 어깨가 만져지며 자궁부분이 부드러운 느낌이 드는 등 자궁 파열이 의심되는 증상이 확인됐다. 의료진은 A씨에게 응급제왕절개수술의 필요성 등을 설명해 동의를 받은 후, 응급제왕절개 수술로 아기를 분만시켰다.

아기는 출생 직후 자발호흡이나 울음이 없이 사지가 창백한 상태였고 아프가 점수(신생아의 상태를 반영하는 지표로 맥박, 피부색, 반사성, 근긴장도, 호흡에 대해 0-2점을 부여해 합산한다)는 1분 4점, 5분 5점, 10분 6점, 20분 7점이었다.

의료진은 아기의 기도 내 혈성분비물을 제거하고 양압환기를 시행했다. 아기의 산소포화도가 97%로 측정됐으나 여전히 아기의 청색증은 지속되고 자가호흡이 이뤄지지 않자 의료진은 아기에게 기관 내 삽관을 한 후 이물질 흡입 제거 및 산소공급을 지속하면서 인근 대학병원으로 전원시켰다.

이 사건 수술 당시 A씨의 자궁은 이전에 제왕절개 했던 하부횡절개 부위 및 그 중간에서 자궁경부쪽으로 연장돼 파열된 상태이다. 아기는 현재 허혈성 뇌병증으로 인한 운동기능장애, 수부협응 기능장애, 언어장애 등을 겪고 있다.

브이벡이란 제왕절개 후 다음 임신 때 시도분만으로 질식 분만하는 경우를 말하며, 대체로 성공률은 60~80% 정도이다.

이중 유도분만 시에는 67.4%, 자연분만 시에는 80.6%의 성공률을, 과거 수술 사유가 둔위였던 경우 91%, 태아가사인 경우 84%, 난산인 경우 77%의 성공률을 보인다. 브이벡을 시도하다가 산모 또는 태아의 이상으로 20~25% 정도가 제왕절개술을 받게 되면 이 경우 태아 뇌 손상의 빈도는 0.1%이다.

A씨와 가족들은 “브이벡은 자연분만에 비해 자궁파열의 위험성이 높으므로 브이벡을 시도하는 경우 의료진은 자궁수축과 태아심박동을 계속 감시해 이에 따른 신속한 처치를 할 주의의무가 있다”며 “의료진은 수술 당일인 2011년 9월 7일 오후 3시 30분경까지만 감시했고, A씨에게 나타났던 자궁파열의 전구 증상(빈맥, 아랫배의 극심한 통증, 하혈 등)을 간과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의료진은 브이벡에 대한 방법, 위험성 등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았고, 브이벡 시행 과정에서 A씨의 제왕절개 시행 요청을 거부함으로써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면서 소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와 가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먼저 재판부는 “A씨의 경우 산전 진찰 결과에 따른 산모나 태아의 상태 등에 비춰 고위험임신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고, A씨의 자궁경관 개대 정도가 3cm 내지 4cm로 분만 1기에 해당했던 2011년 9월 7일 오후 1시 40분경부터 오후 4시경까지 30분마다 태아심박동을 감시할 필요가 있었는데, 의료진은 2011년 9월 5일 오전 11시경부터 A씨에게 전자태아심박동 및 자궁수축감시장치를 부탁해 관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2011년 9월 7일 A씨를 내진하면서 전자태아심박동 및 자궁수축감시장치를 통해 태아의 심박동을 관찰했는데, 그 결과 선진부에 태아의 어깨가 만져지고 자궁이 부드럽게 느껴지는 등 자궁파열을 의심해 제왕절개술을 시행했다”며 “의료진은 수술 당시까지 A씨에 대한 자궁수축 및 태아심음 등 감시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자궁파열을 조기에 진단 신속하게 수술을 시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 재판부는 “통증과 관련해서는 분만진통으로 인한 통증과 구별이 쉽지 않으므로 복부통증 외에 복부출혈, 산모 활력지수 변화, 태아심박동 감소 등의 증상이 동반돼야 자궁파열을 추정할 수 있다”며 “분만 진행시 자궁목의 소실 및 개대와 함께 점액양상의 혈액이 섞인 분비물이 나오는 것이 보통이고, 이와 달리 자궁파열로 대량출혈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혈압이 떨어지는 등 증상이 나타는데 A씨의 혈압과 산소포화도는 정상범위에 있었다”고 판시했다.

A씨의 복부통증 및 질출혈을 자궁파열의 전구증상이 아니라 정상적인 분만진행과정 중의 증상이라고 판단한 것이 임상의학적인 상식이나 경험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다만 재판부는 “B병원이 A씨의 서명을 받은 동의서에는 브이벡의 장점만을 기술하면서 위험성이 낮고 합병증으로 발생하는 자궁파열의 발생 빈도도 1% 미만이라고 기재돼 있다”며 “자궁파열에 대한 예견가능성이나 예방가능성은 없고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브이벡 분만 중에서도 자연분반의 경우 유도분만의 경우 위험성이 훨씬 증가된다는 등의 구체적이고 충분한 설명을 했다고 볼 자료가 없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