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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의료기관 원정수술 의사, 면허정지 ‘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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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의료기관 원정수술 의사, 면허정지 ‘정당’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7.09.1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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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환자·보호자 구체적 요청 있어야

다른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의사의 요청으로 수차례 원정수술을 한 의사에게 내려진 면허정지처분이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12부는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취소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성형외과의원을 개설·운영하고 있는 A씨는 지난 2014년 8월경 B씨가 운영하는 C의원을 방문, 환자 D씨 등에게 쌍꺼풀 수술과 안면 필러주사를 하고 그 대가로 B씨에게 대가를 받았다.

이 같은 사실을 적발한 검찰은 A씨를 기소했고, A씨는 지난해 1월 의료법위반의 범죄사실로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선고받았다.

판결이 확정되자 복지부는 지난해 7월, 의료법 제33조 제1항(의료인은 이 법에 따른 의료기관을 개설하지 아니하고는 의료업을 할 수 없으며,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외에는 그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해야 한다) 위반을 적용, 3개월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에 A씨는 “의료법 제33조 제1항은 ‘의료기관 외’에서 ‘의료업’을 한 경우를 처벌하는데, 이 사건 의료행위는 B씨가 개설한 ‘의료기관’에서 ‘일시적’으로 이뤄진 것이므로, 의료법 제33조 제1항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이 사건 의료행위는 환자의 요청에 의해 이뤄진 것이므로 의료법 제33조 제1항 제2호의 예외사유인 ‘환자나 환자보호자의 요청에 따라 진료하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의료법을 위반했다 하더라도 처분이 현저히 무겁다며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면서 소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먼저 재판부는 의료법 제33조 제1항 ‘의료인은 이 법에 따른 의료기관을 개설하지 아니하고는 의료업을 할 수 없으며,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외에는 그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해야 한다’의 입법취지에 대해 설명했다.

재판부는 “의료법 제33조 제1항의 입법취지는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의료행위가 이루어질 경우 비위생적 장소로 인한 감염의 위험성이 있고, 장비·시설·인력 등의 제약으로 인해 적절한 진료가 이뤄지지 못할 우려가 크다”며 “이를 제한 없이 허용할 경우 의료기관이 영리를 위해 환자를 찾아다니면서 불요불급한 진료를 남용할 개연성도 있으므로 이를 방지해 환자가 적정한 진료를 받게 하려는 데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의료법 제33조 제1항의 문언상 후단의 ‘그 의료기관’은 전단에서 언급된 ‘의료인 스스로 개설한 의료기관’을 지칠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며 “의료법 제33조 제1항에서는 의료인 자신이 개설한 당해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해야한다는 원칙을 규정하는 한편, 의료법 제39조 제2항에서 최적의 진료를 위해 필요한 경우 해당 의료기관에 소속하지 않은, 의료인을 초빙해 진료하는 것도 허용한 것이라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전했다.

1회성이 아닌 환자 3명에게 수회에 걸쳐 의료행위를 하고 수술비를 받은 것은 반복·계속적인 의사를 가지고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면서 의료법 제33조 제1항 위반의 행위적 요건도 갖췄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또 재판부는 "의료법 제33조 제8항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에서 의사가 개설·운영할 수 있는 의료기관의 수를 1개소로 제한하고 있는 취지는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의사가 자신의 면허를 바탕으로 개설한 의료기관에서 이루어지는 의료행위에 전념토록 하기 위해 장소적 한계를 설정함으써 의료의 적정을 기해 국민의 건강을 보호·증진하고자 한 것“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의료법 제33조 제1항 제2호에서 환자나 보호자의 요청에 따라 진료하는 경우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특정 환자에 대한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요청에 의해 이루어지는 진료를 의미한다”며 “이 사건 의료행위는 환자들의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요청에 응해 이루어졌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이 사건 의료행위가 A씨가 개설하지 않은 의원에서 비록 적은 횟수나마 수회에 걸쳐 행해졌다”며 “의료법 제33조 제1항은 의료의 질 저하·적정 진료에 대한 환자의 권리 침해를 막고, 의료질서의 문란과 국민의 보건위생상 위험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현저히 부당하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 법무지원실 김준래 변호사(선임전문연구위원)는 “의료법 제33조 제2항, 제8항, 제9항에 대한 판결은 있었지만 제1항에 대한 판결은 많지 않았는데, 이번 판결은 그 의미를 분명히 한 흔치 않은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의료법 제33조 제1항에서 말한 의료기관은 의료업을 하는 의료인이 개설한, 자신의 의료기관을 말하는 것이지 타 의료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이를 허용하면 환자를 찾아다니면서 진료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의료법 제33조 제1항과 제39조 제2항의 관계를 언급하고 있는데, 원칙과 예외의 관계에 있다는 걸 적절히 판단하고 있다”며 “두 조문이 다르다는 게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고, 의료법 제33조 제1항의 원칙과 제39조 제2항의 예외를 연계에서 해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료법 제33조 제1항 2호에 환자나 보호자가 요청하면 다른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할 수 있도록 되어있는데 이는 막연하게 요청하는 걸 모두 허용하는 게 아니라 3가지 요건을 제시하고 있다”며 “특정한 환자가 개별 사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요청할 경우 가능하다는 해석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준래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기존에 진행한 사건을 보면 의료인이 서로 다른 의료기관에 가서 교차에서 간 적이 있다”며 “교환하는 교차 진료는 아니지만 다른 의료기관에 가서 하면 안 된다는 것.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허용될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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