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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과 전문의의 봉합술 “과실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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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과 전문의의 봉합술 “과실 아니다”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7.09.07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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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전문분야 아니어도 진료 가능”

마취과 전문의가 봉합술을 한 것에 대해 과실로 인정할 수 있을까? 법원은 과실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외상에 의한 혈관 파열·근손상·골절 발생 시 구획 내 출혈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진료하지 않은 데 대해서는 일부 과실을 인정했다.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는 환자 A씨가 의사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1억 4939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추석 당일인 2006년 10월 6일 새벽 현관 유리가 깨지면서 발생한 사고로 팔을 다쳐 B씨가 운영하는 C병원에 내원했다.

B씨는 우측 전완부 및 주관부의 정중, 척골, 요골 신경 파열, 상완 동맥 및 요측 피정맥 파열, 상완 이두근, 상완 요골근, 장장근, 요수근 굴골근, 척수근 굴곡근 파열로 진단, 파열부 봉합술을 시행했다.

A씨는 수술 다음날 심한 통증을 호소했으며, 운동 및 감각이 없는 상태였다. 수술부위 종창과 부음 증상이 확인되자 B씨는 세 차례 진통제 주사를 처방했다. 10월 8일 통증은 중등도에서 경미로 호전됐으나 오른 팔에 감각 및 운동이 없는 상태를 보였다.

2006년 11월 신경근전도검사 결과, 우측 정중·요골·척골 신경이 완전 손상돼 재생 징후가 없었다. 이듬해 2월 퇴원한 A씨는 물리치료를 했으나 증세가 호전되지 않았다.

A씨는 D대학병원에서 신경근전도검사를 실시한 결과, 우측 상지 요골·정중·척골 신경 손상과 재생 징후가 보이지 않았다. 2007년 8월 볼크만 허혈성 구축증에 의한 우측 상지 구축을 주증상으로 우측 상지 전완부 굽힘근 재건술을 받고, 근력 강화 및 재활운동을 받았으나 심수지 굽힘근 근력은 유지됐지만 관절의 굳음증이 남아 있고, 손목 관절의 움직임이 없는 상태를 보였다.

현재 A씨는 우측 전완부 감각 저하, 우측 완관절, 손가락 관절운동 범위 제한, 근력 약화, 관절 구축 상태로 노동능력상실률 43%의 영구장애가 인정됐다.

A씨는 “정형외과 전문의가 아닌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인 B씨가 수술을 한 과실이 있다”며 “구획증후군 진단 및 치료를 게을리 했으며, 설명의무를 위반했다”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60%의 책임을 인정, 2억 7952만 원을 배상하라면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전완부 골절시 조직 괴사가 발생할 수 있는 구획증후군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치료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함에도 구획압 측정을 하지 않은 채 진통제 주사와 얼음찜질 처방을 한 것은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인 B씨가 수술을 집도했다는 것만으로는 어떠한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양 측은 항소를 제기했고, 2심 재판부의 판단은 1심과 같았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내원할 당시 신경 3개가 모두 끊어진 위중한 상태로 정상적으로 수술·치료가 이루어졌더라도 후유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수술부위 문합술 및 지혈 등을 철저히 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는 주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의사가 어떤 분야의 전문의가 아니고, 진료에 자신이 없는 경우 환자에게 이를 설명하고 전원을 권유하는 것이 마땅하나 의사는 자신의 전문분야가 아닌 분야를 진료를 하는 것이 가능한 이상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환자에게 자신의 전문분야에 대해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C병원은 현미경을 통해 미세신경 및 혈관봉합술을 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고, B씨는 여러 차례 신경접합술 등 임상경험이 있으며, 추석 당일 새벽에 내원할 당시 신경 3개가 끊어진 위급한 상황이었다”며 “사고 후 이미 상당히 시간이 흐른 터여서 다시 전원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워 보이는 점 등을 감안하면 설명의무 위반이나 이로 인한 자기결정권에 침해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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