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사의 존재감을 알리려면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 행동을 해야한다는 선배 여의사들의 조언이 제기됐다.
한국여자의사회(회장 김봉옥)는 지난 19일 프레지던트호텔 31층 슈벨트룸에서 전국여자의사회 대표자회의 및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김봉옥 회장은 “비급여의 급여화로 대표되는 최근의 정책으로 많은 숙제를 가지고 있고 대응책에 난감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하지만 의·병협 수장들께서 열심히 노력해주시고 있는 가운데 침착하게 근본과 원칙을 돌아보며 극복해내야 한다”고 밝혔다.

축사를 맡은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정책인 비급여의 전면급여화가 아닌 단계적 급여화를 강조하고 싶다. 합리적인 급여기준이 명백히 있어야 한다”며 “토론회를 통해 여러 차례 논의되고 있지만 재원마련이 제대로 되고 합리적인 수가가 보장되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추 회장은 “국제 친선과 사회참여 확대 등을 비롯해 소통으로 국민들의 후생복지에 노력하는 여의사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며 “현장에서 느끼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함께 할 수 있는 제도가 될 수 있도록 관심을 두고 힘을 모으자”고 당부했다.
이어 홍정용 병협회장은 “국회를 최근에 자주 방문하다보니 의원들 특히 비례대표가 많은 약사들이 부럽더라”며 “환자도 중요하지만 사회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정치에 많이 참여주시길 바란다”는 바램을 전했다.
김숙희 서울시의사회장도 “건강보험 40년 역사가 보장성 강화로 무너지게 될까봐 두렵다”며 “앞으로 비대위 구성과 각종 투쟁에 있어 여의사회의 도움이 필요하다. 보장성 강화 대책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동시에 대안도 말할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자”고 말했다.
대표자대회 이후, 여의사회 발전 방향에 대한 토론회가 진행됐다. 토론회에는 국립중앙의료원 안명옥 국립의료원장은 ‘여의사의 정책결정 역량 강화’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정책참여에 대한 필요성을 지적했다.
안 원장은 “정치의 축소판이 의학이라고 할 수 있다. 생명을 살리는 과학과 무결점주의 및 신뢰와 정직은 때려야 땔 수 없는 개념”이라며 “성평등을 포함한 평등의식과 소외계층에 대한 돌봄의식, 부패에 저항하는 투명성 및 화합과 상생을 비롯한 공감능력 소통 등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무장한 여의사들은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여의사가 할 수 있는 정책참여는 스마트한 생각과 아이디어를 그냥 저질러보자는 심정으로 생명을 살리고 돕는 일에서 더 나아가 갈등의 조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 활동에 적극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안 원장은 “21세기형 리더는 대화와 토론을 통한 화합과 상생, 중재와 종합에 대한 의지를 가져야하는데 이 같은 요건들은 ‘여성적 가치’로 함축된다”며 “도덕, 감정, 균형과 평등, 격려, 관용, 공동체 주의, 공유와 기부 등이 여성적 가치를 표현하는 단어들”이라고 전했다.

그는 “혼자 꾸는 꿈은 백일몽이지만 같이 꾸는 꿈은 현실을 바꾼다”며 “행동이 전부다. 행동하는 여성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패널토의에서도 여의사의 사회적 참여를 독려하는 선배 여의사들의 조언이 이어졌다.
여성으로 최초 대한마취통증학회 이사장으로 선출된 이일옥 이사장은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하다 보니 이사장이 됐다”며 “이사장 선거는 경선이었는데 학회 활동만 18년을 하니까 두드러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 이사장은 “여성이라는 것을 내세우기 보다는 맡은 임무를 적극적으로 묵묵히 열심히 하면 된다”며 “남녀차별을 받지 않고 똑같이 공부했고, 인턴과 레지던트도 똑같이 했다”고 설명했다.
이화의대동창회 이남희 회장은 “우리나라에서 여의사는 슈퍼우먼이어야지만 뒤쳐지지 않고 전진할 수 있다”며 “이화의대 동창회 회장도 맡고 있지만 서울시의사회 대의원회 부의장도 맡고 있는데 지난 3년 동안 대의원회 회의 일정에 빠진 적이 없었다. 모든 회의에 참석해야지만 어떤 내용의 주제를 어떻게 풀어가고 있는지 알게 된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어떤 조직의 구성원이 됐을 때 중요한 것은 참석과 열성적인 일처리, 적극적인 의견제시, 원만한 대인관계 등 이 네 가지를 마음에 새기고 조직 구성원으로서 활동하면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의사회 백현욱 국제이사는 “여성들이 욕심이 적다. 규모가 있는 기관이나 병원이라면 나한테 책임자급의 기회가 왔을 때 사양하지 말고, 놓쳐선 안 된다”며 “여성 스스로도 은연중에 여자니까 잘 못할 것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 이사는 “여러 조직에 참여하고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운다”며 “의료환경 변화에서 문제점을 찾을 기회, 정책 입안자에게 의견을 전할 수 있는 기회, 스스로 정책 입안자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