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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업무에 전공의 투신, 병원 배상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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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업무에 전공의 투신, 병원 배상책임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7.06.15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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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간 10일 외 24시간 병원 근무...최저기준 못 미쳐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전공의에게 병원 측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해당 전공의는 4개월간 열흘의 휴가기간 외엔 24시간 병원에 상주하는 등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를 해온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대전지방법원 제12민사부(재판장 문보경 부장판사)는 최근 사망한 전공의 A씨의 유족이 B국립대학병원과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피고들에게 공동해 5억 9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A씨는 군복무를 마치고 2013년 5월 1일 B대학병원에 내과 레지던트로 입사, 수련과정을 시작했다. A씨는 어렸을 때부터 장남으로서 부모의 기대에 부응해야한다는 스트레스를 받았고, 재학 중에는 시험 때 예민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본과 1학년 시절에는 ‘혼합형 불안 및 우울병 장애’로 진단받은 적이 있었는데 당시 A씨는 유급에 대한 불안감, 동료들과의 경쟁심을 느끼고 있어,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기도 했다.

본과 6학년에는 의사 면허 자격 취득을 위한 국가고시를 준비해야하는 부담감으로 잠을 잘 자지 못하고 불안하고 초조해 하는 등, 공부에 대한 부담감과 자신에 대한 자책을 많이 했다. 담당 의사는 A씨의 성격이 증상을 악화시키고 있으며 위해의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A씨는 대학 졸업 후 인턴과정을 밟던 2009년 12월에는 B대학병원에 ‘상세불명의 일과성 대뇌허혈발작’으로 이틀간 통원했는데 당시 진단의는 ‘A씨는 1개월 전부터 1분 미만으로 지속되고 소실되는 약간의 hand alarm이 있다’고 진단했다.

A씨는 2013년 5월 1일 B대학병원에 입사해 그해 9월 7일 사망할 때까지 며칠을 빼고 매일 24시간 병원에 상주하면서 근무를 했다.

A씨의 공식적인 근무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였지만 오후 6시가 지난 이후에도 숙식 시설이 갖춰진 병원 당직실에 대기하면서 환자 진료가 필요하다는 연락이 오면 나가서 진료를 보는 방식으로 계속 근무를 했다.

이런 근무를 하면서도 A씨에겐 따로 휴게시간이 주어지지 않았고, 취침시간도 대기시간 중 틈틈이 잤기 때문에 불규칙하거나 하루 3~4시간 정도로 보통 사람보다 많이 적었다.

A씨가 입사해 사망할 때까지 4개월 동안 하계휴가 기간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을 병원에 상주하면서 하루 20시간 가까이 근무를 했다.

여기에 B대학병원 신장내과 등에서는 매주 교수, 간호사, 전공의 등이 참석해 발표자가 의학 정보 등을 영어로 발표·공유하는 ‘컨퍼런스’를 개최하는데, A씨는 사망 전날 9월 6일 발표를 맡았다.

과도한 근무에다가 컨퍼런스 발표 준비까지 겹치면서 A씨는 3~4일간 잠을 거의 자지 못했는데 발표가 끝난 뒤 준비가 미흡했다는 이유로 담당 교수에게 질책을 받기까지 했다.

사망 당일 A씨는 동기 레지던트 C씨를 찾아 수련을 받기 전 전공의 자격으로 일선 병원에서 근무했을 당시 수입이 얼마였는지 등을 물었는데 C씨는 수련을 마치지 않고 일선에 나가도 일은 힘들고 소득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알려줬다.

이에 A씨는 실망한 눈치로 자리를 떠났고, 또 다른 동기 레지던트가 무슨일인지 물어봤지만 ‘환자들이 모두 부담되고 환자 뿐만 아니라 회진이나 컨퍼런스 때문에 미칠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A씨는 2013년 9월 7일 아파트에서 투신해 사망했다.

A씨의 사망에 관해 근로복지공단 자문의는 ‘A씨의 사망은 극심한 업무과중과 수면부족, 이로 인한 급격한 스트레스 증대 등으로 정상적인 의사결정능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발생한 자해행위’라고 의견을 밝혔고,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회의에서도 ‘과도한 업무로 인한 극도의 스트레스가 인정되며 그로 인한 중증의 급성 우울 삽화가 사고의 원인으로 사료됨’ 등의 의견이 제시됐다.

이에 A씨의 유족들은 B병원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대한병원협회가 제정한 ‘전공의의 표준 수련 지침은 제9장(안전보건 및 재해보상)에서 병원은 전공의의 안전과 보건관리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야하며, 전공의는 이를 위한 병원(기관)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B대학병원으로서는 전공의 수련 중인 의사가 수련기간 동안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유지, 보존하면서 수련과정을 마칠 수 있도록 보호하고 배려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이 사건 지침에 따르면 전공의의 수련시간은 당직시간을 포함한 주당 최대 80시간으로 하되, 타당한 교육적 근거가 있는 경우 주당 최대 88시간까지 수련할 수 있고, 전공의는 담당하는 환자의 생명이 위중하거나 재해 등으로 환자가 발생한 경우 등 응급 또는 비상시를 제외하고 당직을 포함해 수련을 36시간 연속으로 할 수 없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A씨는 입사한 2013년 5월 1일부터 사망한 날까지 4개월 넘는 기간 동안 1년차 전공의에게 배정되는 통상적인 환자 수인 15~20명 보다 많은 25~30명의 환자를 담당했으며, 약 10일간의 휴가기간을 제외하고는 매일 24시간 병원에 상주하며 근무했다”며 “공식적인 퇴근시간인 오후 6시가 지난 후에도 당직실에서 대기하면서 사실상 근무를 계속해 최소한의 취침시간이나 휴식시간이 거의 보장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재판부는 “전공의들의 살인적인 근무환경에 대한 개선요구가 사회적으로 공론화돼 환자의 안전과 의료사고를 줄이기 위해 전공의 처우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전공의의 근무시간을 적절히 관리·감독하기 위한 지침이 제정됐다”며 “그러나 실제 의료현장에서 의료공백으로 인한 국민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규정과 원칙이 준수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특히 A씨의 경우 자살 직전 체중 감소 등 외모가 눈에 띄게 변했을 뿐만 아니라 횡설수설하고 불안한 상태를 보이는 등 이상징후를 알 수 있는 여러 정황 등이 존재했다”며 “B병원으로서는 A씨 및 동료 의사들과 면담해 상태를 파악하는 등 수련을 정상적으로 받을 수 있는 상태인지 확인하고, 비합리적인 업무분담 상황을 개선하는 등 조치를 취했어야 함에도 그러한 보호의를 다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B병원에게 A씨의 정신적 어려움을 인식해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의 징후를 발견하고 그 결과발생을 방지할 의무가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사고에 있어 책임이 인정돼야한다”며 “다만 과중한 업무 등을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노력 대신 극단적인 선택을 한 잘못이 A씨에게도 있기 때문에 피고들의 책임을 70%로 제한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대한전공의협의회 기동훈 회장은 “늦게나마 유족이 보상을 받게 돼 다행”이라며 “다시는 이러한 불행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공의특별법이 철저하게 지켜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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