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3-29 13:17 (금)
패혈증 환자 항생제 논란, 법원 판단은?
상태바
패혈증 환자 항생제 논란, 법원 판단은?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7.03.01 06: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고법...“입원 즉시 경험적 사용은 쉽지 않다”

패혈증이 발생한 환자에 의료진이 적절한 항생제 치료를 하지 않았다며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됐으나 법원은 의료진의 치료가 적절했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등법원 제17민사부는 최근 사망한 환자 A씨의 유족들이 B학교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A씨는 지난 2011년 1월경 발열, 두통, 구통 등의 증세로 주거지 근처에 있는 병원에 내원했고, 병원 소속 의사는 인플루엔자를 의심해 A씨에 대해 타이플루 5일분을 처방했다.

타미플루 복용 후에도 두통과 열은 지속됐고, 잘 걷지도 못하고 몸을 심하게 떠는 증상까지 나타나 결국, B학교법인에서 운영하는 B대학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

B대학병원 의료진은 흉부X-선·뇌CT·신경전도검사 등을 시행했으나 운동·감각 신경 등은 정상으로 확인됐다.

이후 시행한 요추 천자에서 뇌압 250mm CSF 이상, 135/㎟, 적혈구 9/㎟로 나오자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뇌수막염을 의심, 중환자실로 입원시켰다.

산소포화도가 88-89%로 떨어지자 산소마스크를 달고 혈압강하제·항구토제·해열제를 투여했다. 복부 X-선 촬영 결과, 장폐색증 소견이 확인되자 직장과 위에 관을 삽입, 배액했다.

흉부 X-선 촬영 결과, 아래 폐야에 흡인성 폐렴 소견이 확인됐으며, 23:51경 시행한 혈액검사 결과, 백혈구 18.49(정상 4-10×1,000/㎕), 호중구 수치 89.4%(정상 40∼74%)가 확인됐다.

의료진의 치료에 A씨는 산소포화도가 99%로 호전됐으며, 억제대를 풀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의료진은 억제대를 풀고 경과를 관찰했는데 A씨는 억제대 없이도 비교적 협조적으로 있는 상태였으며 사지를 떠는 모습이 전보다 심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산소포화도가 89%로 떨어지고, 혈압이 186/129㎜Hg로 나오자 일반혈액검사 결과 등을 토대로 세균 감염을 의심, 항생제 반응검사 후 타조락탐을 투여했다.

이후 산소포화도가 80%로 떨어지는 등 활력징후가 불안정해 지자 10:10경 기관 삽관 후 인공호흡기 치료를 시행했다. 뇌MRI 검사에서 후뇌량 부위 신호 강도가 증가한 것을 확인한 의료진은 뇌염 가능성을 의심, 항바이러스제 아시클로버를 투여했다.

의료진은 항생제 타조락탐과 레보플록사신과 항바이러스제·항경련제를 비롯해 폐부종 억제를 위해 이뇨제를 투여하고, 증상에 따라 내분비내과·소화기내과·순환기내과·재활의학과·호흡기내과 등 협진을 시행했다.

이후, 말초혈액검사에서 적혈구·백혈구·혈소판 모두 정상 소견을 보였으며, 다반 위 검사상 좌방이동과 독성호중구가 관찰됐다. 객담 배양검사 결과, 폐렴균인 클랩시엘라 뉴모니아가 검출됐다.

보름 정도 지났을 때 이완기 혈압이 20㎜Hg까지 떨어지고, 사지 근력저하 증상이 나타나자 의료진은 신경전도검사를 실시, 축삭형 운동신경 손상을 확인한 뒤, 갈랑바레증후군(운동신경을 주로 침범하는 급성 염증성 질환으로 운동마비가 하지에서 시작해 점차 상행하는 경과를 보이며, 심할 경우 호흡마비를 유발해 사망할 수도 있다)으로 진단했다.

말초혈액검사에서 빈혈·상대적 백혈구증다증·좌방이동·경도 혈소판 감소증이 관찰되장 2월 12일 항생제 반코마이신과 메로페넴을 투여했다.

산소포화도는 80%까지 떨어지고, 원인불명의 패혈성 쇼크 상태가 되자 의료진은 A씨의 가족에게 상태를 설명한 후 체외막산소장치 치료를 권유했다. 하지만 부모는 약물치료를 유지해 달라는 의사를 밝혔다.

A씨는 손을 들어 올리는 등 일시적으로 호전되는 양상이 나타났으나 혈압이 떨어지면서 의식불명상태가 지속됐다. 의료진은 도파민·노르에피네프린을 투여했으나 호전되지 못하고 결국 심정지로 사망했다.

A씨의 유족들은 “패혈증의 치료는 조기 진단 및 빠른 항생제 투여가 가장 중요한데, A씨가 B병원에 내원했을 때 이미 전신성 염증반응 증후군에 해당하는 증세를 나타내고 있었고, 세균 감염이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의료진은 A씨의 증세에 대해 패혈증으로 진단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패혈성 쇼크의 양상에 이를 정도로 악화되자 뒤늦게 항생제를 투여한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유족들은 “채취된 객담을 배양한 결과, 클렙시엘라 뉴모니아균이 검출됐고, 종정에 투여 중이던 항생제가 이 균에 의한 감염을 치료하지 못해, 의료진은 이 균에 감수성이 있는 항생제로 교체했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며 “기관내관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감염내과와 협진을 하지 않았다”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유족들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진료기록을 감정한 전문의는 A씨의 상태와 검사 결과에 비춰볼 때 항생제를 투여한 시점이 적절했다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며 “B대학병원 내원 당시 A씨에게 고열, 구통 등의 증상이 있어 세균 또는 바이러스 급성 감염을 의심할 수 있으나 이런 사정만으로 유족들의 주장과 같이 내원한 날 즉시 경험적 항생제 투여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A씨에게 투여된 항생제가 클렙시엘라 뉴모니아균에 대한 감수성이 없으나 항생제가 투여될 시점에는 A씨가 클렙시엘라 뉴모니아균에 감염됐는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의료진의 항생제 선택이 잘못됐다고 볼 수 없다”며 “의료진이 내원 당시 A씨의 상태를 제대로 진단해 치료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유족들은 항소심을 제기했으나 2심 재판부의 판단은 1심과 같았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응급실 내원할 당시 맥박·호흡수가 정상수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아 패혈성 쇼크 상태로 단정할만한 상태로 보기 어렵고, 흉부 X-선·뇌CT·신경전도검사에서 정상으로 확인됐다”며 “중환자실로 입원시킨 후 지속적으로 경과를 관찰하며 약물과 산소 공급 조치를 취한 점 등을 살펴보면 의료진에게 합리적인 재량의 범위를 벗어날 정도의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감염내과와 협진을 하지 않았다는 문제 제기에 대해 “협진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되나 반드시 감염내과와 협진을 거치거나 감염내과가 있는 병원으로 전원시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의료진이 감염내과와 협진해 항생제 투여를 결정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항생제 치료과정에서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재판부는 기관내관 관리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인공호흡기 제거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기관내관을 교체하지 않는 것이 권고되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감염관리를 목적으로 기관절개술을 시행하지는 않고, 인공호흡기를 곧 제거할 것으로 예상하면 기관절개술 시행을 연기할 수 있다”며 “의료진이 A씨에 대해 비교적 장기관 기관삽관을 유지했다 해 이를 과실이라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