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신해철 씨 집도의 강모 원장이 비만 관련 수술·처치를 하지 말라는 복지부의 명령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제13행정부는 21일 故신해철 씨 집도의 강모 원장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비만대사 수술 중단 명령 처분 취소소송’에서 강 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복지부는 왜 수술 중단 명령을 내린 건가?
복지부의 처분은 지난 2014년 10월 故신해철 씨가 강 원장으로부터 위 축소수술을 받고 사망한 후에도 강 씨와 관련된 의료사고가 계속해서 일어났기 때문에 내려졌다.

강 씨는 故신 씨 사건 이후로도 새로 병원을 열어 같은 수술을 계속했는데, 캐나다인 A씨는 지난 2015년 10월 강 씨에게서 수술을 받고 합병증을 호소하고 있고, 같은 해 11월 수술을 받은 호주인 B씨도 사망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2월경 강 씨가 운영하는 병원에 대해 2015년 7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조사대상기간으로 하는 현지조사를 진행했는데, 위절제수술과 관련해서는 진료행위의 적정성 여부, 의사의 설명과정 및 환자의 동의과정, 퇴원시 적절한 설명이 있었는지 여부, 응급환자에게 적절한 응급조치를 했는지 여부 등을 집중 조사했다.
복지부는 위절제수술 관련 조사항목의 담당자로서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 소속 외과교수 1명과 C의대 외과교수 1명 등 전문의 2명으로 하고, 그 밖의 조사항목 담당자로서 복지부 소속 직원,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해당지역 보건소 직원들 10명으로 하는 총 12명의 현지조사팀을 구성, 진료기록부·개인별 투약기록지·처방전 등 관계자료 일체를 제공받는 등 현지조사를 실시했다.
지난해 3월 복지부는 강 씨에게 현지조사 및 관련 전문가의 감정 결과에 의할 때 강 원장이 수행하고 있는 비만대사수술로 인해 사망사고 및 부작용 사례가 잇따라 발생했고, 수술이 지속적으로 수행된다면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된다는 이유로 의료법 제59조에 의거, 2016년 3월 7일부터 비만대사수술의 시행을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지도와 명령을 규정한 의료법 제59조는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시·도지사가 보건의료정책을 위해 필요하거나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危害)가 발생하거나 그럴 우려가 있으면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필요한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강씨의 소송, 재판부의 판단은?
복지부가 수술중단명령을 내리자 강 씨는 “비만대사수술 중단명령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강 씨는 “복지부는 수술중단처분을 함에 있어 공공의 안전 또는 복리를 위해 긴급히 처분할 필요가 없었음에도 처분의 사전통지를 하지 않았고, 의견제출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며 “절차적 위법이 있으므로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故신해철 씨에게 시행했던 수술은 위장관유착박리수술로서 복지부가 중단명령을 한 비만대사수술이 아니어서 故신 씨 사건에 의해 비만대사수술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근거로 삼을 수 없다”며 “비만대사수술을 받은 후 사망한 외국인은 사망 당시 이미 고도비만환자로서 당뇨병, 고혈압 등의 기왕증이 심각했던 상태였다”고 말했다.
강 씨는 “수술 후 합병증에 대한 적절한 대처를 했음에도 복지부는 별다른 근거없이 수술 후 합병증에 대한 대처를 적절히 하지 못했다는 잘못된 소견을 제시한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의 의견에 기초해 처분을 내렸다”며 “비만대사외과학회는 복지부 처분 이전에 원고를 제명하는 등 대립하는 관계에 있으므로 학회의 검토의견은 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면서 소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강 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먼저 재판부는 절차적 위법 여부에 대해 “복지부가 강 씨의 비만대사수술이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수술이라고 판단한 이상, 하루라도 빨리 그 시행을 중단시켜야할 필요성을 부인할 수 없다”며 “이 사건 처분은 공공의 안전 또는 복리를 위해 긴급히 처분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복지부가 이 사건 처분을 함에 있어 행정절차법 제21조 제4항 제1홍, 제22조 제4항에 따라 사전통지 및 의견청취 절차를 생략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사전통지 및 의견청취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절차적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전했다.
비만대사외과학회가 복지부의 요청에 따라 강 씨의 의무기록을 검토한 결과, 강 씨로부터 위소매 절제술을 받은 19명의 환자 중 3명에게서 누출이 발생해 누출율이 15.8%인데, 이는 2014년 발표 메타분석에 따른 평균 2.3%의 7배에 가까운 수치라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또 3명의 환자 중 1명이 사망해 사망률은 5.3%인데 이는 통상적인 사망률인 0~1.6%를 상당히 벗어나는 것일 뿐만 아니라 2014년 발표 메타분석에 따른 평균 0.2%에 26배를 상회한 수치라는 것.
재판부는 “강 씨는 일반적인 외과의학 분야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조치들, 즉 B씨에 대해서 불과 1달가량 동안 5차례에 걸친 수술을 반복하면서 2차 수술 중 심정지가 발생해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환자를 적절한 처치가 가능한 상급병원으로 전원하지 않고 일반병실에서 관찰했다”며 “불과 2일만에 복막염 등 전신상태가 불량한 상황에서 종전 수술보다 더 중한 위우회술을 3차 수술로 시행하는 등 진료행위를 했다”고 지적했다.

비만대사외과학회의 의무기록 검토에 공정성이 결여됐다는 강 씨의 주장에 대해선 “비만대사외과학회는 외과학회의 자학회로서 공인학회에 해당하고 정회원 수가 약 100여 명에 이르는 학회”라며 “비만대사수술에 관한 전문가 집단으로 신뢰성이 있다고 할 것이고, 비만대사외과학회가 이 사건 처분이 있기 전 강 씨를 제명했다는 사정만으로 의무기록 검토가 공정하지 못하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복지부가 강 씨의 비만대사수술이 위험하다고 판단한 이유는 강 씨가 행하는 비만대사수술 자체만이 아니라 수술 이후의 부작용 내지 합병증에 대한 대처가 적절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민보건에 발생할 중대한 위해를 예방하기 위해 이 사건 처분을 할 긴급한 필요성이 있었다는 점 등을 비춰보면 이 사건 처분 외에 강 씨의 비만대사수술의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국민보건상의 위험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다른 적절한 수단을 찾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며 “강 씨는 면허된 범위 내에서 비만대사수술을 제외한 나머지 의료행위는 제한 없이 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므로,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해 의사로서 더 이상 영업을 할 수 없어 비례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네티즌 “강 씨가 또 수술하고 다녔다니…” 분노
이번 판결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강 씨가 故신해철 씨 사건 이후로도 계속 수술을 했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한 네티즌은 “사회적으로 큰 사건을 일으킨 의사인데 아직도 수술을 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며 “의사들은 최고의 권력기관인가? 잘못한 게 있으면 면허부터 날려야하는 거 아닌가”라고 일갈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면허부터 날려버렸으면 故신해철 씨와 같은 사망자가 나오지 않을 것 아닌가” 정부는 뭐하는 건가?“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의료계의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故신 씨 이후 사건 이후에 환자가 또 있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의사 스스로 자정능력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 판결 겸허히 수용
복지부의 수술중단명령을 취소해달라는 강 씨의 청구가 기각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의료계에서는 복지부의 개별적 의료행위 제제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한편, 의료계 내 자정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특정 의료인에 대해서 특정 행위를 제한하는 사례가 없는 걸 봐서는 이번에 복지부가 내린 명령 자체가 이례적”이라며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가 되고 실제 해당 의사에게 발생한 의료 분쟁이 많은 것으로 봐선 이번 법원의 판단을 여러 가지 사회적 이슈를 고려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례적인 사안에 대한 판결이어서 옳고 그름을 이야기하기 힘들다”며 “복지부에서 의료인 개개인의 개별 의료행위까지 규정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건 면허관리 단위에서 생각해봐야할 문제”라고 전했다.
의사들의 대표단체인 대한의사협회(회장 추무진)는 이번 판결을 겸허히 수용한다는 입장이다.
의협 김주현 기획이사겸대변인은 “이번 재판부의 판단을 옳다고 생각하며 겸허히 수용한다”며 “앞으로 이런 일에 대해서는 협회 내의 자율적이고 윤리적인 지침에 따라, 의사들의 윤리적인 부분이나 비도덕적인 부분을 의협이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협회 차원의 자정노력과 함께 자율징계권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향후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는 법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보다 전문가 집단으로써 합리적인 결정”이라며 “앞으로 대한의사협회는 그 어떤 단체보다도 더 국민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강 씨는 수술중단명령을 취소해달라는 가처분신청을 따로 냈지만 대법원까지 모두 기각판결을 받았다. 또한 강 원장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형사소송은 다음달 16일 항소심이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