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4-19 17:22 (금)
뇌출혈 환자 안면마비, 뇌종양 간과 '무죄'
상태바
뇌출혈 환자 안면마비, 뇌종양 간과 '무죄'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7.02.21 12: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고등법원..."원인 가능성 낮아"

뇌출혈 환자에 발생한 안면마비…뇌종양 가능성은?
법원 “안면마비, 뇌종양 원인 가능성 낮다” 판결

 

뇌출혈 환자에게 발생한 안면마비에 대해 뇌종양을 원인이라 판단하지 않은 의료진에 대해 의료과실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특히 급성 뇌출혈 치료에 개두술을 시행하지 않은 점도 주의의무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는데, 위험성으로 때문에 개두술이 불가능했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수술을 시행하지 않은 것 자체를 의료상 과실로 보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입장이다.

서울고등법원 제17민사부는 최근 사망한 환자 A씨의 유족들이 B재단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A씨는 지난 2012년 7월경 좌측 귀의 청력 저하·이명·어지럼증 등을 치료하기 위해 B재단이 운영하는 B대학병원 이비인후과에 내원, 진료를 받기 시작했다. 치료를 받기 시작한지 한 달 가량이 지났을 시점, A씨는 측두골의 자기공명영상 검사를 받았는데 좌측 소뇌교각부에 2.7cm의 종양이 발견됐으며, 청신경초종 진단을 받았다.

청신경초종은 평형감각과 뇌의 위치감각을 담당한 전정 신경을 둘러싸고 있는 슈반 세포에서 기원한 양성 종양을 말한다.

의사 C씨는 자기공명영상 검사 결과 확인된 종양에 대해 2cm 크기의 뇌수막종 또는 청신경초종으로, 안면마비 증상에 대해서는 ‘벨 마비(Bell’s Palsy)’로 진단한 뒤 2주 동안 증상을 관찰한 후 감마나이프 수술을 시행하기로 했다.

안면마비는 뇌종양, 뇌졸중, 당뇨, 뇌신경의 감염성 질환, 뇌의 외상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데, 뇌종양이나 뇌졸중, 감염, 외상 등 다른 유발원인이 없다고 판단되면 안면마비를 벨 마비로 진단한다. 벨 마비는 대개 3주 안에 자연적으로 회복되나, 약 15%의 환자의 경우에는 회복에 6개월 정도 걸리기 하고, 완전히 회복되지 못해 영구적으로 마비가 남을 수 있다.

그로부터 2주가량이 지난 뒤, A씨는 B병원 신경외과를 방문해 진료를 받았는데 당시에는 안면마비 증상은 변화가 없는 상황이었다. C씨는 A씨의 종양에 대한 감마나이프 수술은 안면마비 증상이 회복될 때까지 기다리기로 하고 4주 후에 다시 경과를 관찰하기로 했다.

경과관찰을 시작한지 일주일이 지났을 때, A씨는 한밤중에 갑자기 극심한 두통·메스꺼움·구토 증상이 발생, B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 A씨가 의식 저하 증상을 보이자 뇌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시행했는데, 검사 결과 좌측 소뇌교각부에 있던 종양 주변과 기타 지주막하 부위에 출혈이 발견됐으며, 뇌부종·뇌간부 경색·뇌압 상승 등이 나타난 상태였다.

의료진은 A씨의 뇌압을 낮추기 위한 약물 투여하기 시작했고, 뇌압 감소를 위한 뇌실외배액술을 시행했다. 이후 A씨에 대한 두부혈관검사 결과, 좌측 소뇌교각부 종양 파열로 지주막하 출혈과 뇌부종이 증가한 소견을 보였다.

A씨는 오전에는 의식 저하와 반혼수 상태에서 동공이 풀리면서 대광반사가 소실되고, 정오쯤에는 갑작스런 호흡저하와 함께 혼수상태에 빠졌다. CT 검사 결과, 뇌부종·뇌간경색 소견을 보였다.

A씨는 뇌간반사가 소실되고, 호흡 마비로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는 뇌사 의심 상태에 빠졌으며, 이후 뇌사 상태에 있다가 이듬해 4월경 사망했다.

A씨의 유족들은 “뇌종양이 발견된 후 안면마비와 안구건조증 등 뇌종양의 증상이 악화되고 있으므로, 의료진은 신속하게 뇌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시행했어야 한다”며 “그럼에도 의료진은 안면마비가 뇌종양과 무관한 벨 마비에 해당한다고 오진하고 2.7cm에 달하던 종양의 크기가 2cm로 잘못 판단해 뇌종양에 대한 수술을 지연했다”고 주장했다.

또 유족들은 “뇌종양의 악화를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이 나타날 경우 즉각 병원을 방문해 치료를 받도록 설명할 지도설명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면서 소를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유족들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일반적으로 종양의 크기가 3cm 미만인 경우에는 청력 보존에 유리하고 안면마비 부작용 위험이 적은 감마나이프 수술을 고려하는 것이므로, A씨의 종양 크기를 2.7cm가 아닌 2cm로 잘못 평가했더라도, 결과적으로 감마나이프 수술을 시행하기로 결정한 것이 잘못된 판단이라도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청신경초종을 제거하기 위한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 원래 안면마비 증상이 없는 환자의 경우에도 수술 과정에서 안면신경이 영향을 받아 안면마비 증상이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의료진이 A씨의 안면마비 증상은 뇌종양과 무관한 특발성 마비라 판단해 안면마비 증상이 회복된 후 감마나이프 수술로 청신경초종을 치료하기로 하고, 즉시 종양 제거수술을 시행하지 않은 채 안면마비 증상의 경과를 관찰하는 방법을 택한 판단이 합리적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유족들은 항소심을 제기했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도 같았다.

2심 재판부는 안면마비의 원인과 종양 크기를 오진해 뇌종양 수술을 지연했다는 유족 측 주장에 대해 “안면마비는 뇌종양뿐 아니라 감염이나 외상 등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고, 뇌종양이 있는 경우라도 언제나 안면마비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청신경초종의 경과 중에 안면마비가 발생하는 빈도가 낮고, 뇌종양의 크기가 2.7cm로 작아 안면마비가 뇌종양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고 볼 가능성이 있다”며 “뇌종양이나 뇌졸중·외상·근무력증 등 다른 유발 원인이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벨 마비로 진단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종양의 크기에 따라 치료방법이 달라진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진단 및 처치가 합리적인 재량 범위를 벗어나 적시에 치료받을 기회를 상실하게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한 뇌실외 배액술 시행을 지연하고, 뇌종양 및 혈종 제거수술을 시행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후두개와에 종양과 출혈병소로 뇌의 부종이 심하고, 후두개와 공간이 밀접돼 급격한 뇌압상승과 임상증상이 악화되고 있었으므로 이러한 상태에서 후두개와 개두술을 시행하면 소뇌 조직이 부펼려져 튀어나와 뇌종양 제거 수술의 시행 자체가 불가능했을 가능성이 높아 우선적으로 뇌압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설령 뇌종양 제거술을 시행할 수 있었다 하더라도 후두개와 뇌공간의 깊은 부위로 접근하기 어렵고, 부종으로 인한 소뇌 조직과 뇌종양 조직이 혼재해 분리 제거가 쉽지 않다”며 “출혈성 종양조직에 묻혀 있는 뇌혈관의 보존이 용이하지 않아 혈관 파열 위험도 극히 높아 수술이 성공하더라도 합병증이 발병하거나 사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개두술을 시행하지 않은 채 뇌압 감소를 위한 수술을 시행한 것이 부적절했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질병에 관해 진료를 받고 있는 환자에게는 상식적인 내용으로 특별한 의학지식에 속하는 사항이 아니어서 의사의 구체적인 설명의무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갑자기 악화될 예외적 가능성까지 고려해 환자의 상태가 갑자기 악화될 수 있다거나 그에 대비한 추가검사를 받을 것인지 설명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의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해 환자의 치료기회를 상실시켰다거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유족 측이 “비급여와 성과 중시 경영 관행으로 일방적으로 감마나이프 시술을 하도록 유도했고, 각 진료과 간의 유기적인 협업체계가 미흡하며, 대리수술을 허용하는 운영시스템이 존재하고 있었다”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감마나이프 시술 권유는 의학적으로 적절했고, 유기적 협업체계에 관한 운영이 미흡했다고 볼 증거가 없어, 사망이라는 악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