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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임신중절, 금지만이 능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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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임신중절, 금지만이 능사 아니다"
  • 의약뉴스 신승헌 기자
  • 승인 2017.01.25 0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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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현실 괴리 커...허용 범위 두고 이견

인공임신중절수술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 지를 두고 공론의 장이 마련됐다.

인공 유산을 불법으로 규정하며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하고 있는 현행법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데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인공임신중절수술 허용 요건에 ‘사회경제적인 사유’를 포함시키자는 것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지난해 9월 정부는 인공임신중절수술을 비도덕적진료행위로 규정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을 입법예고했지만, 의료계와 여성단체 등의 반발에 부딪혀 한 발 물러선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윤종필 의원은 “현실과 법 사이에 큰 간극이 존재하는데도 (제대로 된)대책수립은 차일피일 미뤄져왔다”면서 24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관련 정책토론회를 주최했다.

 

이날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 역시 현실과 동떨어진 법 때문에 의사와 여성들에게만 책임이 전가되는 것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며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현실적인 법 개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제에 나선 의료정책연구소 김형수 연구조정실장은 현재 인공임신중절 시술에 대한 객관적 자료조차 존재하지 않지만, 과거에 이뤄진 조사·연구 등을 통해 우리나라의 연간 임공임신중절 건수는 약 17만건(2010년 기준)으로 추정되며, 이 중 약 95%는 ‘현행법상 불법’이라고 밝혔다.

▲ 김형수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

그러면서 그는 사문화(死文化)된 법이 임부의 자기결정권 무시, 불법행위 증가 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김 실장은 “다만, 낙태죄 자체는 태아 생명의 보호라는 상징성이 있어 폐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처벌을 강화하기보다는 절차적 요건을 구체화하고, 임신초기부터 상담 및 교육 등을 적극 지원해 낙태율 감소와 임부의 건강증진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형수 실장은 이와 관련해, 인공임신중절 결정시 배우자 등의 동의권을 두고 있는 현행 규정을 임산부의 자기결정권 보호 차원에서 삭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임신 주수에 따라 허용요건을 달리하는 것이나, 강간 등에 의해 임신된 경우 외에 업무상위력 등에 의한 간음, 성매매로 인해 임신된 경우 등에 대한 시술 허용 여부도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특히 김 실장은 인공임신중절 시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사회·경제적 사유’를 시술 허용 범주에 도입하되 ‘12주 이내’로 제한하는 것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사회·경제적 사유란, △더 이상 자녀를 원하지 않는데 임신이 된 경우 △아기를 낳아서 키울만한 경제력이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터울조절을 위해서 △임신과 출산이 직장생활에 방해가 되는 경우 △미혼 상태에서 임신을 한 경우 △임신사실이 공개되면 곤란한 처지가 되는 경우 등이다.

▲ 김현철 낙태반대운동연합회장.

이에 대해 토론에 나선 김현철 낙태반대운동연합회장은 기·미혼 평균 96%가 사회경제적인 사유로 낙태를 하는 상황에서 이를 인공임신중절 시술 허용 사유로 추가하자는 것은, 인공 유산을 자유화하자는 주장과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김 회장은 사회·경제적 사유로 낙태를 허용하더라도 임신주수를 12주 이하로 제한하자는 것에 대해서도 “임신 12주 미만에 낙태하는 경우가 96%”라며 “이는 이제부터는 마음 놓고 낙태하라는 뜻의 또 다른 표현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현철 회장은 낙태하기를 원하는 의사는 없지만, 임산부 상담과 분만에 필요한 투자와 노동력에 대해 적정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어 의사들이 어쩔 수 없이 시술을 하고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는 임신과 출산은 개인의 일이지만 그것을 감당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사회공동체의 몫이기도 하다면서, 정부는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산부인과 의료 환경을 바꿔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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