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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 부작용으로 인한 희귀질환도 '의사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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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 부작용으로 인한 희귀질환도 '의사 탓'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6.12.21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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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각막혼탁 장해 배상 책임 인정

약물 부작용으로 인한 희귀질환이라도 이를 ‘의심’하지 못한 의사에게 손해배상을 명령한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8민사부는 ‘스티븐스존슨증후군(Stevens-Johnson Syndrome)’으로 각막혼탁이 발생, 장해를 입은 환자 A씨와 가족들이 의사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8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12년 5월경 발열·설사 등의 증상으로 B씨가 운영하는 의원에 내원했다. B씨는 급성 인후두염과 상세 불명의 위장염·결장염·위궤양·알레르기비염 진단과 함께 A씨에게 린코마이신을 주사투여하고, 타이레놀·캐롤에프·스맥타현탁액·페니라민·큐란 2일분을 처방했다.

문제는 다음날부터 발생했다. A씨에게 두르러기·재채기·콧물·가래 등의 증상이 발생한 것. A씨는 B씨의 의원에 다시 내원했고 B씨는 만성비염·알레르기성비염·기관지염·위궤양 진단과 함께 린코마이신을 주사투여하고, 타이레놀·시네츄라시럽·큐란·에바스텔·코데날·소론도 2일치를 처방했다.

A씨는 B씨의 2차 진료 후 눈의 이물감·충혈·통증 등의 증상으로 인근 안과의원에 내원, 결막염 진단과 함께 톨론점안액·레보스타점안액을 처방 받았다.

이후 A씨는 호흡곤란 증상과 함께 두드러기·목과 피부 발적·39도 이상 발열·발한·두통·연하통 등의 증상으로 인근 대학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 내원당시 두드러기, 목과 피부의 발적, 39도의 발열, 발한, 두통, 연하통 증상을 보였다.

대학병원에서 이비인후과·내과 진료를 받았으나 열이 떨어지지 않고 다음날 새벽부터는 호흡곤란이 심해져 결국 중환자실로 전실, 기관삽관을 받았다. 이후에도 두드러기가 얼굴, 상반신 전체, 하지로 퍼지면서 수포가 발생하자 대학병원 의료진은 ‘스티븐스존슨증후군’으로 진단했다.

스티븐존슨증후군은 대부분 약물에 의해 발생되는 심한 급성 피부점막질환으로 피부병변은 대개 홍반성의 반점으로 시작해 융합되면서 수포가 형성되고 광범위한 피부박리가 일어나며 점막을 침범한다. 전체 표피 면적의 10% 이하에서 피부와 점막의 수포, 미란 등이 관찰되는 경우 스티븐존슨증후군으로, 전체 표피 면적의 30% 이상을 침범하는 경우 독성표피괴사용해증으로 분류한다.

스티븐존슨증후군의 사망률은 5~12%(독성표피괴사용해증의 사망률은 30%)로, 아직까지 확실한 치료제는 없고 상처소독 및 감염 예방, 수분 및 전해질 균형, 죄사조직제거, 스테로이드 투여 등의 치료가 실시된다.

A씨의 경우 피부 괴사가 전신 표피 면적의 35% 가량 진행됐으며, 구강·혀·인두·후두·각결막까지 진행, 독성표치괴사용해증으로 악화됐다. A씨는 상처 부위 치료와 패혈증 치료 등을 받은 후, 한 달 뒤 퇴원했다.

현재 A씨는 얼굴과 등부위에 과색소 침착 및 반흔 추상장애와 양안 중심부 각막혼탁으로 교정시력 기준 좌안 0.02(시효율 0%)·우안 0.1(시효율 57%) 상태다.

A씨는 “B씨는 이 사건 각 처방 당시 약 복용상 주의사항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고, B씨의 증상 등에 비춰 볼 때 2차 진료 당시 약물 부작용을 의심해 약물투여를 중단하게 했어야 했지만 1차 처방과 유사한 처방을 했다”며 “만약 중단 후에도 증상이 지속되거나 악화되는 경우 상급 병원에 내원할 것은 지도설명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하지 않았다”면서 소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국내 의약품 허가사항에 의하면 1차 처방의 타이레놀·캐롤에프·큐란·린코마이신은 두드러기·발진·스티븐스존슨증후군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고, 이 경우 투여를 즉각 중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1차 처방약이 스티븐스존슨증후군의 원인일 가능성이 있지만 발병기전이 명확하지 않고, 별병여부를 예측하기 어렵다”며 “이 사건 이전에도 피고로부터 타이레놀·캐롤에프 등을 처방받아 문제없이 복용했고, 당시 원고의 증상 등에 비추어 1차 처방이 부적절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러자 재판부는 “1차 진료 후 24시간 만에 눈이 충혈된 상태로 얼굴·목 부위의 두드러기 증상을 호소하면서 병원에 내원했다”며 “1차 진료 당시 두드러기, 발진, 가려움 등의 증상을 호소하지 않았는데, 2차 진료 시 나타난 두드러기와 같은 증상은 1차 진료 때 B씨가 진단한 병증의 진행 경과에 따른 증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재판부는 “2차 진료 당시 스티븐스존슨증후군을 의심하거나 그에 대한 진단·처치를 할 수는 없었다 하더라도 1차 처방에 두드러기·발진의 부작용을 일으키는 약이 다수 포함돼 있고, 갑작스럽게 두드러기 증상이 나타났으므로 약물 부작용을 의심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1차 처방약을 중단하거나 약물 부작용 감별 진단을 하지 않은 채 음식물에 의한 과민반응으로 판단, 1차 처방과 동일하게 타이레놀·큐란·린코마이신을 처방했다”며 “약물 부작용을 의심하지 못해 검사나 처치를 시행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2차 처방약 투약 후 불과 12시간 이내에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응급실에 내원했고, 스티븐스존슨증후군이 독성표치괴사용해증으로 악화된 점 등에 비춰볼 때 2차 처방이 원고의 증상이나 예후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할 수 있다”며 “과실과 장해 사이의 인과관계도 인정된다”고 선언했다.

다만 재판부는 “B씨가 약물 부작용을 의심못한 과실은 있으나 스티븐스존슨증후군의 발생에 대한 직접적인 과실이 없고 환자의 체질적 소인도 스티븐스존슨증후군 발병과 관련이 있다”며 “2차 처방을 하지 않고 투약을 중단했더라도 이미 발생한 스티븐스존슨증후군의 진행 자체를 막을 수는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모든 손해를 B씨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에 배상책임의 범위를 20%로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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