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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절제술 사망 '배액관 손상' 의사과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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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절제술 사망 '배액관 손상' 의사과실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6.12.15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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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수술엔 문제 없으나...늑간 정맥 손상 판결

위절제술 후 사망한 환자에 대해 법원이 배액관 삽입·제거시 늑간정맥을 손상한 과실이 있다며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했다.

서울고등법원 제17민사부는 최근 사망한 환자 A씨의 가족들이 B대학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1억 2202만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지난 2013년 10월경 건강검진에서 위암이 의심된다는 결과를 받은 후, B대학병원에 내원했는데 병원 의료진은 A씨에 대한 위내시경 및 조직검사 등을 실시한 후 조기 위암 진단을 내렸다. 의료진은 A씨에 대해 복강경 보조하 근치적 위절제술을 실시했다.

수술 다음날부터 A씨는 수술 부위 통증을 호소했다. 의료진은 일주일 가량 경과 관찰을 하다 실시한 혈액검사에서 백혈구 수치가 1만 250/㎕로 정상 범위(1400∼1만 800/㎕) 내에 있고, 발열 등의 소견이 발견되지 않자 퇴원을 결정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부터 였다. A씨는 퇴원 다음날부터 수술 부위 통증으로 인근 병원에 입원 진통제 주사 처방을 받아오다가 방사선 촬영 결과 유리공기 소견이 관찰되고 통증이 멎지 않자 다시 B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

B병원 의료진은 A씨에 대한 복부 X-Ray 및 복부-골반 CT 촬영을 통해 위십이지장 문합부의 누출로 인한 복막염, 다량의 복수와 유리공기 소견을 확인한 다음 복수 배출을 위한 경피적 도관배액술을 실시하고 항생제를 투여했다.

그로부터 한 달 가량이 지난 후, 의료진은 복부 CT촬영 결과, 문합부에 삽입한 스텐트가 최초 삽입 위치를 이탈한 것을 확인하고 이탈된 스텐트 제거술을 했다.

그래도 흉수의 양이 계속 증가하자 양쪽 흉강으로 경피적 배액관을 재삽입했으며, 이틀 후 우측 흉강에 삽입한 배액관을 제거했다.

하지만 배액관을 제거한 지 1시간가량 지난 뒤 흉통이 지속되고 혈압이 80/50mmHg까지 떨어지자 흉부 X-선 촬영을 시행, 우측 흉강에 다량의 혈흉 소견이 관찰됐다.

의료진은 우측 흉강에 흉관을 삽입, 5000cc가량의 혈액을 배액했다. A씨를 중환자실로 옮긴 의료진은 지속적인 수혈을 실시했으나 흉관을 통한 혈액 배출이 계속되면서 혈압이 저하, 저혈량성 쇼크 상태에 이르렀다.

다음날 의료진은 시험적 개흉술을 실시, 혈종 제거술과 손상된 늑간정맥을 결찰한 후 흉강내 배액관을 삽입하고 봉합했다.

강심제·승압제·이뇨제를 투여하고, 지속적 신대체요법 등 보존적 치료를 하다가 복막염 치료를 위해 소화기외과로 전과했으나 상태가 악화됐다.

결국 A씨는 패혈증, 간접사인 혈흉 및 문합부 누출, 선행사인 위암으로 사망했다.

이에 A씨의 가족들은 “위절제술 실시 과정에서 술기상 과실로 위십이지장 문합부의 누출 및 협착을 초래했고, 위절제술 실시 후 복통, 백혈구 증가, 흉막삼출액 발생 등 문합부 누출로 인한 복막염의 발생을 의심할 수 있는 임상증상을 무시한 채 A씨를 퇴원시켰다”고 주장했다.

또 “A씨가 재입원한 이후에도 문합부 누출에 대한 보존적 치료만 실시했을 뿐 문합부 누출에 대한 적절한 근치적 치료를 실시하지 않아 복막염을 악화시켰다”며 “흉수 제거를 위한 배액관 삽입·제거 과정에서 A씨의 늑간정맥을 손상시켜 다량의 혈흉을 발생시킨 과실이 있다”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가족들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의료진이 A씨에 대한 위절제술 실시 과정에서 복강경을 이용해 원위부에 발병한 위암을 위쪽으로 5cm, 아래쪽으로 7.2cm 거리를 두고 절제했는데 통상적인 위아전절제술에서도 위암 발병 부위와 충분한 거리를 두고 위의 약 2/3 정도를 절제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의료진의 절제방법이 의학적으로 부적절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위십이지장 문합부 누출 및 협착은 위절제술 이후 통상적으로 발생 가능한 합병증으로서, 이는 문합술기의 영향 외에도 환자 본인의 당뇨, 영양불량, 대사장애, 호흡기장애, 순환기장애 등 전신적 인자와 봉합부전, 문합부 혈액순환장액, 과긴장, 연결부 괴사, 부종 및 췌장염, 감염 등의 국소적 인자가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문합부 주위에 발생한 농양, 췌액루 등 다른 염증이나 부작용의 2차적 영향으로도 충분히 발생 가능한 증상인 점을 비춰보면 위절제술 실시 이후 A씨에게 문합부 누출 및 협착이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의료진에게 술기상 과실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또한 재판부는 “A씨의 백혈구 수치가 수술 6일째 정상수치를 회복했고, A씨의 흉부영상에서 흉막삼출액 소견이 발견됐지만 이는 문합부 누출을 의심할 정도에 이르지 않은 소량에 불과했다”며 “그외 A씨에게 발열이나 염증 소견 등 문합부 누출을 의심할만한 특이적 증상이 발견되지 않은 이상 의료진이 A씨를 퇴원시킨 조치가 부적절하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재판부는 “위절제술 이후 문합부 누출이 발생한 경우 우선적으로 경피적배액술, 금식, 항생제 투여 등 보전적 치료를 실시하고, 만일 문합부 누출의 크기가 크거나 배액이 효과적이지 않으면 수술적 치료를 시행해야한다”며 “의료진이 A씨에게 한 보존적 치료가 임상의학 분애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에 미달하는 부적절한 처치로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판결에 불복한 A씨의 가족들은 항소를 제기했고 2심 재판부는 가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에서 의료과실로 인정한 부분은 배액관 삽입과 제거 과정에서 늑간정맥을 손상시켰다는 것.

1심 재판부는 “A씨의 흉강 내 삽입돼 있던 배액관을 제거하는 것은 삽입된 경로를 따라 배액관을 그대로 다시 빼내는 단순한 작업이기 때문에 배액관 제거 과정에서 늑간정맥이 손상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원고들 역시 배액관 제거 과정에서 의료진에게 어떤 술기상 과실이 있다고 제대로 특정하고 있지 못하다”고 판단, 원고들의 주장을 배척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망인의 늑간정맥 손상이 의료상의 과실로 인한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이라는 입증이 없는 이상 배약관 삽입·제거 과정에서 술기상의 과실로 늑간정맥을 손상시켜 다량의 혈흉을 발생하게 한 과실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늑간정맥 손상에 따른 혈흉 및 대량 출혈로 인한 사망이라는 악결과와 의료진의 과실 사이에 인과관계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문합부 누출과 관련된 합병증으로 회복이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한 대량출혈에 따른 저혈량성 쇼크로 인한 순환장애가 각종 장기의 장애 및 패혈증의 악화를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늑간정맥 손상에 따른 대량출혈이 직접적인 사망 원인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문합부 누출로 인한 복막염을 적절히 치료하지 않을 경우 전신적 감염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출혈의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배액관 삽입을 통해 감압 조치를 시행할 수밖에 없고, 배액관 삽입술은 당연히 출혈이 동반될 수 있다”며 “배액관 제거 후 혈흉 및 대량출혈이 발생한 데 대한 의료진의 조치는 의학적으로 적절한 점 등을 참작, 책임을 30%로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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