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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기, 편의성보다 ‘환자 안전’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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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기, 편의성보다 ‘환자 안전’이 우선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6.12.13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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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진단·시술시 위해 발생 우려
 

한의사의 초음파진단기기와 카복시 사용에 제동을 건 법원의 판단 기준은 무엇일까?

법원은 그동안 한의사들이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함에 있어 내세웠던 ‘편의성’이란 논리에 ‘환자 안전’을 이유로 제동을 걸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6일 카복시, 초음파진단기를 사용해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된 한의사 A, B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이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 벌금 8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지난 2013년 1월부터 7월까지 환자들을 상대로 카복시 시술을 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했다며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됐고, B씨는 지난 2010년 3월경부터 2012년 6월경까지 환자에게 초음파 촬영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두 한의사 모두 자신이 의료기기를 사용한 것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았지만 자신들이 의료기기를 사용한 행위는 한의사 면허에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의료법 등 법령에서 한의사의 기복기 사용 또는 카복시 시술을 금지하는 법령은 없지만 사실관계 등에 비춰보면 A씨가 기복기를 사용해 카복시 시술을 한 것은 한의사의 면허범위에 포함된 의료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초음파진단기를 사용한 B씨에 대해서는 “의료법령에서 한의사로 하여금 초음파진단기의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며 “이원적 의료체계의 목적, 의료행위와 한방의료행위의 개념, 한의학과 서양의학의 진단방법의 차이, 초음파진단기의 원리 등에서 알 수 있는 사정에 비춰보면 B씨가 초음파진단기를 사용해 환자의 자궁, 자궁내막을 확인하는 행위는 한의사의 면허에 포함된 의료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한의사들은 항소를 제기했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도 1심과 같았다.

2심 재판부는 어떤 법적 논리로 한의사들의 주장을 배척한 것일까? 먼저 카복시를 사용한 한의사의 논리는 ▲카복시 시술의 연원과 작용기전은 서양의학과 관련이 없다 ▲카복시 시술은 경피기주요법이라는 한의학 원리에 기초했다 ▲카복시에 사용하는 바늘은 한의사들이 다루는 시침보다 가늘기 때문에 보건위생상 위해 발생 가능성이 없다 등이었다.

재판부는 먼저 카복시 시술의 연원과 작용기전에 대해 “기복기는 원래 복강 내 검사나 시야 확보를 위해 복막을 확장하는데 사용하기 위해 제조된 것이었으나 비만치료 효과가 밝혀지자 피하층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는 카복시 시술에 사용되기 시작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의사들에 의해 카복시 시술이 서양의학 원리에 따라 시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카복시 시술의 연원과 작용기전은 한의학계에서 발표된 논문에서도 마찬가지로 기술돼 있을 뿐 아니라 피고인 역시 이 같은 원리에 의해 지방분해 효과가 발생한다고 인정했다”며 “카복시 시술은 서양의학에서 시작되고 서양의학의 학문적 원리에 기초로 해 발전된 것이라고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경피기주요법에 대해서는 “한의학에서 생명과 신체의 근원적 에너지로 이해되는 기의 개념에 공기를 이루는 물질인 이산화탄소가 포함된다거나 공기 중 0.03%에 불봐한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는 것을 두고 ‘기의 주입’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쉽게 수긍이 되지 않는다”며 “한의학 분야에서 이산화탄소의 주입을 통한 치료는 카복시 시술과 같은 비만치료목적으로 사용될 뿐 기가 부족해 생긴다는 다른 병증의 치료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카복시 시술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은 기흉, 종격동기종 등이 있는데 이는 주사바늘을 몸에 찌른 뒤 체내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함에 따라 발생하는 것이어서 통상적인 침술에 따른 합병증 위험의 정도와 같다고 볼 수 없다”며 “이 같은 부작용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서양의학에 기초한 원리에 따른 조치가 필요하기 때문에 한의사가 이를 대처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초음파진단기를 사용한 한의사는 항소심 진행과정에서 ▲초음파진단기 개발·제작 원리는 물리학에 기초한 것이지 서양의학의 원리에 기초한 것이 아니다 ▲초음파진단기를 진단의 보조수단으로만 사용했고, 환자에게 침 치료 등을 했기 때문에 한방의료행위에 해당한다 ▲한의사에게도 초음파진단기 사용에 대한 충분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등을 논리로 내세웠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한의사의 주장도 모두 배척했다.

재판부는 “초음파진단기 사용 자체로 인한 위험성은 크지 않지만 진단은 중요한 의료행위여서 검사 내지 진단을 하는 과정에서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판독하지 못하면 생명이나 신체상의 위험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며 “초음파진단기를 사용하는 검사 및 진단행위는 영상의학과의 전문과목이고, 영상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인체나 영상에 대한 풍부한 지식이 있어야한다”고 설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초음파진단기를 사용하는 검사나 진단은 영상의학과 의사나 초음파 검사 경험이 많은 해당과의 전문의사가 해야한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또한 재판부는 “초음파 검사는 영상을 판독하는 과정이 필수적인데 이를 위해서는 서양의학적인 전문지식이 필요하므로 초음파진단기는 판독에 있어 서양의학의 원리가 적용될 것을 전제로 개발·제작된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면서 물리학에 기초했다는 한의사의 주장을 배척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카복시, 초음파진단기 판결에 있어 ‘환자의 안전’을 기준으로 삼았다.

카복시 사건에서 재판부는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카복시 시술이 비교적 간단해 부작용 발생의 가능성이 낮다고 하더라고, 이 시술을 한의사에게 허용하는 것은 환자의 생명이나 신체에 대한 보건위생상의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커짐을 부인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한 초음파진단기 사건에서도 “현대 의료기기를 이용한 진단방법이 도입되고 있으나 한의사에게 의료기기의 사용을 허용할지 여부는 국민 보건위생상 위해의 발생 가능성을 중점으로 해 신중하게 고려해 결정해야한다”며 “한의학의 발전이나 한의사·환자의 편의성만을 따져 허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영상의학과 전문의나 전문지식을 갖춘 의사들에 의해 초음파 진단이 이뤄지고 있는 이상, 국민 보건위생상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한의사들에게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수단으로써 초음파진단기를 사용하게끔 할 필요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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