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암 수술을 받은 후 간 후방 부위에서 출혈이 발생, 저혈장성 쇼크로 사망한 환자에 대해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5민사부는 최근 사망한 환자 A씨의 가족들이 B학교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A씨는 지난 2012년 6월경 등과 복부의 통증을 주소로 B학교법인에서 운영하는 B병원 응급실에 최초 내원했는데, 당일 문진에서 A씨는 수술 이력으로 1999년경 오른쪽 판을 절단하는 수술을 받은 적이 있고, 과거 병력으로서 2007년경 간경화, 2009년에는 고혈압으로 각 진단을 받아, 증상에 따른 약을 복용하고 있다고 했다.

A씨는 B병원 외래 내과에 내원했는데 당일 문진에서 A씨는 B병원 의료진에게 1999년경 교통사고로 오른쪽 팔을 절단한 이래 매일 소주 반병에서 1병 정도를 마시고 있다고 했다.
의료진은 A씨에 대해 초음파 및 CT 검사를 시행했는데 우측 신장에 약 8.o츠 크기의 종양과 대정맥 혈전 소견이 확인됐다. 이에 의료진은 A씨에 대해 우측 신장에 대한 근치적 절제술 및 하대정맥 혈전제거술을 시행하기로 하고 A씨를 입원조치했다.
의료진은 다음달인 7월경 A씨에 대해 수술을 시행했는데, 이 수술은 의료진이 A씨에 대해 심폐체외순환을 적용한 상태에서 대퇴부 정맥을 통해 코일을 삽입해 하대정맥 혈전 부위까지 접근시켜 혈전을 제거하고 패치로 제거부위를 보강하는 하대정맥 혈전제거술과 우측 신장을 통하는 정맥과 동맥, 요관 등을 폐색한 후 우측 신장을 제거하는 근치적 절제술의 순서로 진행됐다.
그런데 의료진이 수술 과정에서 우측 신장을 절제한 후 간 후방 부위에서 지속적인 출혈이 발생했다. 이에 의료진은 수술을 시행하면서 활동성 출혈부위에 대해 패치를 이용해 확산성 출혈부위에 대해서는 압박해 지혈을 시도했으나 출혈은 계속됐다.
의료진은 출혈이 발생한 간 후방 부위를 거즈로 압박한 다음 우측 신장 제거부위와 간 후방 부위에 실리콘 배액관을 넣고 복벽을 봉합해 수술을 종료하고 경과를 관찰하기로 한 다음 A씨를 중환자실로 입원조치했다.
중환자실에 입원한 이후에도 의료진은 A씨에게 지속적으로 수혈을 시행했으나 결국 저혈장성 쇼크(출혈과 같이 전혈이나 세포외액의 손실로 인해 발생하는 혈액량의 감소나 그에 따른 보상기전이 일어나지 않게 돼 심장과 대뇌의 혈액 공급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쇼크)로 사망했다.
의료진이 수술로 적출한 신장 등에 대한 조직 병리 검사 결과, 우측 신장에 발생한 종양의 크기는 11.5cm×8.5cm였고, 그 진행정도는 3기(암의 종양이 근육층을 뚫고 장막하층까지 파고든 상태)로 진단됐다.
A씨의 유족들은 “의료진이 이 사건 수술 과정에서 신장 주변 장기의 위치 및 해부학적 구조에 주의해야함에도 수술도구를 부주의하게 조작한 과실로 수술부위가 아닌 간을 손상시킴으로써 대량 출혈을 발생시켰다”며 “이 사건 수술 당시 신장과 간의 유착이 심해 이를 절제해야하고, 그 과정에서 출혈이 발생, 사망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에 관해 설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유족들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의 신장암은 이 사건 수술 전 검사 결과 확인된 크기가 9.0cm로서 우측 신장 대부분에 퍼져 있는 상태였으므로, 우측 신장을 완전히 절제하는 근치적 절제술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며 “우측 신장은 위쪽 부위가 간 후방 부위와 접하고 있는데, 의료진이 수술 전 시행한 CT 검사 결과 신장 위쪽과 간 후방 부위 사이에 유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수술 이후 적출된 종양의 실제 크기는 11.5cm×8.5cm로 CT검사 결과로 확인한 이상으로 큰 편이었고, A씨와 같이 혈전이 동반돼 있는 경우 간과 신장 사이에 많은 유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A씨의 간경화 병력, 음주 습관 등 다른 소인까지 종합해 고려해보면 수술 당시 우측 신장과 간 후방 부위 사이의 유착 정도는 CT 검사 결과로 예측한 이상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의료진이 A씨에 대해 대정맥 등의 혈전을 제거하기 위해 심폐체외순환을 적용하고 다량의 항응고제를 사용하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는데, 이 경우 혈액의 응고시간이 17.9~33%까지 증가돼 출혈 경향이 높아지고 지혈에 어려움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또한 재판부는 “신장암 수술시 A씨와 같이 정맥에 혈전이 동반된 경우 출혈 등과 관련된 합병증 발생률은 34%이고, 사망률도 10.5%에 이르는 점 등에 비춰보면 의료진이 술기상 과실로 간을 손상해 출혈을 유발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며 “수술 중 발생할 출혈이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서도 “의료진이 수술 전날 A씨와 유족에게 수술의 개력적인 방법 및 부작용에 대해 설명하면서 수술·마취 동의서, 콩팥적출술 동의서 등을 교부하고 수술의 시행에 관한 동의를 받는 등 수술과 관련한 설명의무를 충분히 이행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