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 환자들이 치료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으로 인식하는 부분은 경제적 부담이라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한국 암치료 보장성확대 협력단(이하 암보협)은 4일 열린 한국임상암학회 추계학술대회 특별세션에서 암 환자와 보호자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22명의 환자·보호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정성조사와 185명의 환자·보호자를 대상으로 한 정량조사로 진행됐다.
한국임상암학회 김봉석 보험정책위원장(중앙보훈병원 혈액종양내과, 사진)이 발표한 정량조사 주요 결과를 살펴보면 ‘현재 암 환자를 가장 힘들게 하는 요인’은 경제적 요인으로 응답한 경우가 37.3%로 가장 많았으며, 정신적 요인 31.9%, 육체적 요인 27.6%, 사회적 요인 2.7%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암을 진단받은 과거와 치료받는 현재의 어려움을 비교한 결과에서 정신적 요인이나 육체적 요인은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하는 반면 경제적 요인은 오히려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치료비용 분석 결과에서는 응답자 중 비급여 치료를 받은 암 환자들의 치료 비용은 평균 2877만 원이었으며, 이 가운데 71.6%인 2061만 원이 비급여 항암제 비용으로 지출돼 경제적 부담 상승에 비급여 항암제가 큰 부분을 차지했다.
응답자의 95%는 비급여 항암제 비용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으며, 83%는 비급여 항암 치료를 위한 비용 마련이 어렵다고 답했다.
또한 비급여 항암제 중단 경험이 있는 22%의 환자 중 가장 큰 중단 이유가 경제적 이유(69%)였으며, 임상시험 참여를 위한 정보탐색 경험자 22% 중 70%가 경제적 이유를 꼽았다.
비급여 항암제가 급여화될 때까지 걸리는 기간에 대해서는 4개월에서 6개월 가량 기다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 실제 현황이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성조사 결과에서도 비급여 항암신약을 권유받더라도 비용 부담으로 인해 치료를 미루거나 받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으며, 치료를 시작하더라도 중간에 치료를 중단하거나 복용·투여량을 조절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항암신약으로 치료받았던 다수의 환자들은 치료효과가 만족스럽다고 답했으며, 상태가 호전돼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하게 되고 일상생활이 가능해지는 등 삶의 질이 향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상태가 호전됐다고 느끼는 환자 특성을 분석한 결과 현재 비급여 약재 치료를 받고 있고, 월평균 가구소득이 601만 원에서 801만 원 사이였으며, 민간보험에 가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에 대해 김봉석 교수는 “호전된 환자의 특성이 통계적 유의성을 갖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하나 떠오르는 것은 돈이다. 모두 돈과 연결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환자나 가족들이 모든 것을 다 바라지는 않는 것 같다. 치료를 위해 자신도 부담을 더 감내할 만한 의지가 있다는 것”이라면서 “때로는 단계별로 급여비율을 확대한다든지 특정 암, 특정 기에서 우선 적용한다든지 소득에 따라서 차등 급여하는 등 선별급여, 조건부 급여 등에 대해서도 의견이 있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