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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말리스트 급여를” 울부짖는 환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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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말리스트 급여를” 울부짖는 환우들
  •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 승인 2016.06.15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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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한 기준에 교착상태...세엘진 “당국 요구에 최대 협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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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암 환자들도 부모 노릇은 하고 편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게 해 달라.“

다발골수종치료제 포말리스트(성분명 포말리도마이드, 세엘진)의 급여 등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포말리스트는 다발골수종 1, 2차 치료제인 보르테조밉(오리지널 제품명 벨케이드, 얀센)이나 레날리도마이드(오리지널 제품명 레블리미드, 세엘진)에 모두 실패한 재발성/불응성 다발골수종 환자에게 현재로서는 거의 유일한 치료옵션이다.

포말리스트는 지난 2013년 MM-003 연구를 통해 고용량 덱사메타손 요법보다 사망위험을 절반 이상 줄인 것은 물론, 전체 생존기간(OS)과 무진행 생존기간(PFS), 반응률 등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며 3차 치료제로 자리잡았다.

국내에서도 2년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획득, 기존 치료제로 더 이상 유지가 어려운 환자들에게 희망을 전달했다.

그러나 환우회의 거듭된 요구와 사측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포말리스트의 급여화는 감감무소식이다.

오히려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다보니 약을 두고도 쓰지 못하는 희망 고문으로 육체적 고통에 정신적 고통까지 더해졌다는 것이 다발골수종 환우들의 토로다.

실제로 한국다발성골수종환우회(회장 백민환)가 14일, 환우회 설립 5주년을 맞이해 다발골수종 환우들과 가족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포말리스트 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절반 이상이 이를 포기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환우회 측에 따르면, 우리나라 다발골수종 환우 절반 이상인 54%가 재발을 경험했으며, 이 가운데 32%는 이미 국내에서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한 치료제에 모두 실패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다발골수종 환자 10명 중 3명은 1차 치료제인 보르테조밉과 2차 치료제인 레블리미드에 모두 실패해 포말리스트 치료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치료에 모두 실패한 환자 중 절반이 넘는 65%가 경제적인 이유로 불가피하게 포말리스트가 아닌 다른 치료법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포말리스트 급여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는 10점 만점에 9.8점으로 ‘매우 필요하다’고 응답해 포말리스트 급여를 바라는 환우들의 절실함이 묻어났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최근에는 포말리스트의 공급사인 세엘진이 포말리스트의 약가를 세계 최저가 수준으로 제시하고 위험분담제까지 제안했음에도 불구하고 급여 등재에 실패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환우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환우회 백민환 회장은 “환자들이 경제적 파탄을 우려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포말리스트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환자들은 어쩔 수 없이 탈리도마이드, 멜팔란과 프레드니솔 요법 등 고전적 치료를 받고 있어서 과연 우리나라가 의료 선진국인가 하는 씁쓸한 마음이 든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그는 “우리나라에서만 건강보험 급여를 안 해주는 이유가 무엇인지 합리적인 설명이 필요하다”며 “복지부는 대통령 그리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포말리스트의 건강보험 적용을 신속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에 따르면, 포말리스트의 급여 등재가 교착상태에 빠진 이유는 국내 다발골수종 치료제에 대한 급여 기준과 글로벌 가이드라인의 차이에서 비롯됐다.

각각의 환자에 대한 항암제의 효과는 ▲완전 관해(Complete response, CR) ▲우수 부분 관해(Very good partial response, VGPR) ▲부분 관해(Partial response, PR) ▲최소 관해(Minimal response, MR)▲안정병변(Stable disease, SD) ▲진행(Progressive disease,PD) 등 다섯 가지 단계로 평가한다.

이 가운데 국내 다발골수종 치료제에 대한 급여기준은 최소 관해 이상의 환자에게만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포말리스트의 급여 상한가 산정을 위한 경제성평가도 국내 급여기준에 따라 최소 관해 이상의 환자로 산정토록 요구한 것.

반면, 포말리스트의 효과를 입증한 임상연구는 국제 가이드라인에 맞춰 안정병변 이상의 환자에게 치료를 유지하도록 했다.

정부측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서는 다발골수종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있는 포말리스트 투약 환자들에게 더 이상의 치료를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는 국제 가이드라인에도 맞지 않고 윤리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만큼, 사실상 임상연구를 통해 정부의 요구를 맞추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상대적으로 정부차원에서도 포말리스트만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기준을 바꾸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선택이다.

포말리스트의 급여 등재가 교착상태에 빠진 이유이자, 학계에서 텍스트가 아닌 현장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달라고 호소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일단 세엘진 측은 기존의 데이터를 정부의 요구에 맞게 가공, 급여 등재가 빠르게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최대한 협조한다는 방침이다.

사측 관계자는 “정부에서 요구하는 자료를 성실하게 마련해 협조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며 “포말리스트의 급여 검토가 빠르게 진행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장 포말리스트의 급여 등재는 그 자체로 시급한 과제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신약들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진과 환우들을 초조하게 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이미 선진국들에서는 기존 다발골수종 치료제에 새로운 치료제들을 조합한 3제 요법이 일반화되고 있다.

국내 다발골수종 환자들의 5년 생존율이 미국보다 10% 정도 낮은 이유가 치료 약제의 다양성과 신약 사용의 기회에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와 유럽혈액학회(EHA)에서는 국내에서는 2차 치료제로 제한된 레블리미드가 조혈모세포 이식 후 유지요법에 효과적이라는 데이터가 연달아 발표됐다.

이와 함께 레블리미드나 포말리스트를 백본으로 한 3제 요법을 통해 다발골수종의 예후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란 데이터들도 줄을 이었다.

새로운 신약 출시에 더해 기존의 치료제들도 그 쓰임새가 더욱 확대되며 다발골수종 환우들에게 희망을 전달하고 있는 것.

하지만, 해외에서 들려오는 희망적인 소식에도 국내에서는 아직 포말리스트의 급여에 이목이 묶여 있다.

여기에는 자칫 포말리스트의 급여 등재가 난항을 겪을 경우 그렇지 않아도 해외보다 치료옵션이 제한적인 국내 다발골수종 치료 현장에서 새로운 약제들의 진입 마저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섞여있다.

다발골수종 전문가들과 환우들이 포말리스트의 급여 등재 문제가 슬기롭게 해결되기를 바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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