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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안 녹는 고혈압약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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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안 녹는 고혈압약 “많다”
  • 의약뉴스
  • 승인 2005.02.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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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왜 안 녹느냐” 가짜약 소동
물에 안 녹는 고혈압 약은 모두 가짜?

최근 가짜 노바스크 유통 사건과 관련 화이자가 내놓은 정품 식별법이 소비자에게 혼돈을 일으키고 있다.

화이자는 가짜약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 홈페이지와 각종 언론단체를 통해 모조품과 정품을 구별하는 실험을 소개했고 이 같은 정보를 접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 ‘녹지 않으면 가짜 혈압약’이라는 인식이 퍼지게 된 것.

실제로 가짜약 파동 이후로 이와 관련된 문의가 고혈압 치료제를 생산하는 제약회사들과 약국으로 밀려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제약회사의 경우 TV나 기타 언론 매체에서 나온 데로 실험을 해본 소비자들이 항의 전화를 해 와 이를 해명하는데 진땀을 뺐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암로디핀, 펠로디핀, 니페디핀, 카니디핀 제제 등의 칼슘 채널 차단 블로커, ARB계 약물, 베타 블로커, 이뇨제, 알파차단제 등 고혈압 치료제 중 상당수가 나정인 노바스크와 달리 약 표면이 코팅되어 있어 물 속에 오래 담가도 녹지 않는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제품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고혈압 약은 물에 녹지 않으면 가짜’라는 생각만으로 무조건 물에 넣고 기다리거나 녹지 않으면 물에 끓여 보고 심지어 약을 깨물어 보거나 망치로 깨 본 후 꿈쩍도 하지 않는 알약을 가지고 항의를 하는 웃지 못 할 해프닝들이 발생하고 있다.

니페디핀 제제인 ‘아달라트 오로스정’을 판매하고 있는 바이엘코리아 관계자는 1일 “아달라트 오로스는 겉껍질은 그대로 둔 채 가운데 있는 구멍으로 약물이 방출되도록 특수 설계돼 겉껍질은 절대 녹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노바스크의 정품 식별법이 알려진 뒤 우리 제품을 복용하는 환자들까지 동요해 문의 전화가 많이 왔다”면서 “고혈압치료제가 전문의약품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광고를 할 수도 없어 난감했다”고 말했다.

펠로디핀 제제인 경동제약의 디로핀, 카니디핀 제제인 LG생명과학의 자니딥, ARB계 치료제인 노바티스의 디오반도 사정은 마찬가지.

경동제약 관계자는 “약효의 발현시간은 성분별로 다르며 이에 따라 약물의 제형이 달라진다”면서 “디로핀의 경우 부작용을 개선하기 위해 약이 24시간 동안 서서히 흡수되도록 서방정 형태로 만들어 물이 아닌 위산에만 녹는다”고 강조했다.

사정이 이쯤 되니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화이자가 이슈 매니지먼트(issues management)를 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고혈압치료제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던 노바스크가 최근 시장에서 판매율이 저조해지자 이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오히려 이 사건을 이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번 가짜약 소동으로 화이자는 모조품도 잡고, 소비자들에게 다시 한번 노바스크를 각인시켜 경쟁사들을 견제하는 효과까지 얻는 등 두마리 토끼를 잡았지만 경쟁사들은 괜스레 한바탕 소동을 겪었다”고 덧붙였다.

즉 원하건 원하지 않았건 노바스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제품에 대한 환기를 시킬 수 있었지만 ‘물에 녹는지 여부로 정품을 판단하는 식별법’이 그렇지 않은 타회사 제품에 대한 불신을 심어 줄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게 제약업계의 평가다.

한편 이 같은 물에 녹지 않는 ‘진짜’약을 판매하고 있는 제약회사들은 현재 “약사나 의사를 대상으로 처방ㆍ조제시 복약지도에 대한 협조를 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약뉴스 박미애 기자(muvic@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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