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검역법 제30조(검역관의 임용자격)는 검역소장과 검역관 중 1인은 의사면허를 가진 자로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가 고경화 의원(한나라당 보건복지위원회 간사)에게 최근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22개 검역소와 검역지소 중 의사가 있는 곳은 인천공항, 부산, 인천, 통영, 제주 등 5곳뿐이며 나머지 17곳은 의사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5개 검역지소의 소장이 공석이며, 특히 사천지소장의 경우 2000년부터, 제주국제공항지소장은 2003년부터 공석이다.
고 의원은 "방역대책 수립 시 필수적인 감염내과 전문의의 지역별 분포가 불균형하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전국적으로 감염내과 전문의는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40명(67%), 그 외 지역에 12명(23%)이 있어 수도권에 집중이 심하며, 지방의 경우 전라남·북도, 경북, 충청남·북도, 제주와 울산 등에는 감염내과 전문의가 하나도 없는 것으로 밝혀져 전염병 발생시 타시도에서 방역인력이 투입되어야 하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아울러 고 의원은 "기본적으로 방역대책을 수행할 의료 인력의 확보 없이 국가가 방역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인력 확보는 공중보건의 안정적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시스템인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이처럼 의사 인력의 부족은 우리나라의 검역체계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지만, 낮은 임금과 어려운 근무여건을 마다 않고 검역소에 근무할 의사가 많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도 상황은 크게 호전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한편, 고 의원은 "방역체계상의 허점은 인력 확보부분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며, "당장 사스(SARS)가 우리나라에 창궐한다고 해도 이 환자들을 받아줄 병상 확보마저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사스환자가 발생했을 때 입원시킬 수 있는 전염병 격리병원은 전국 37개 병원 280개 병상이며, 그나마 민간병원들이 지정을 거부해 대부분 공공병원으로 충당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고 의원은 "격리병원으로 지정되었다는 것이 알려지면 병원주변 주민들의 항의와 내원환자의 감소 등으로 의료기관의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질병관리본부는 병원 명단조차 일반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같은 상황에서 사스환자가 발생해 국가가 격리병원에 환자를 입원시키려 했을 때, 주민들의 반대나 병원의 피해가 우려돼 병원이 입원을 거부한다고 해도 전염병예방법에 의한 강제적인 처벌규정도 없다"며, "다만 의료법 상의 진료거부 금지조항에 근거해 처벌할 수 있을 뿐이므로, 전염병 예방대책을 강구하는데 있어 격리병원이나 일반 의료기관과 차별되는 법적 강제성도 없는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고 의원은 "그렇다고 격리병원으로 지정된다고 해도 이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 많은 것도 아니므로 의료기관으로서는 달가운 일이 아닐 수밖에 없다. 병상별 지원으로는 격리병동 신축비, 보호장구 및 격리병원용 관리지침서를 배부하는 정도로 병상 1개당 1만원정도가 전부"라고 덧붙였다.
한편, 고 의원은 "사스 등 중대한 전염병이 창궐했을 때 격리병상이나 대처 인력을 확보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대처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격리병상으로 지정된 사실을 국민들에게 알리지 않는 식의 미봉책보다는, 일단 격리병상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격리병원으로 지정되었을 때 국가의 지원을 대폭 늘려 의료기관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할 것이며 근본적으로는 각 지역별로 필수적인 공공병상을 확보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검역소의 의사인력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검역소에 근무하는 의사의 처우를 개선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고경화 의원은 20일 인천공항검역소와 국립암센터를 찾아 국내 검역체계와 암관리사업에 대한 시찰을 벌일 예정이다.
의약뉴스 이현정 기자(snicky@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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