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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세종기지서 '신종세균'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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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세종기지서 '신종세균' 발견
  • 의약뉴스
  • 승인 2004.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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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생명과학부 천종식 교수와 한국해양연구원 부설 극지연구소의 윤호일 박사 팀은 남극 세종기지 인근 펭귄서식지에서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세균 2주를 발견하여 이달 초 미생물 분류학 분야의 최고 권위 국제학술지인 International Journal of Systematic and Evolutionary Microbiology(국제미생물분류학회지)에 등록했다.

(등록된 논문은 http://ijs.sgmjournals.org/misc/pip.shtml 에서 볼 수 있음).

발견된 세균은 섭씨 20도에서 가장 잘 자라지만, 5도에서도 비교적 잘 자라며, 30도가 넘으면 생존하지 못하는 호냉성(psychrotolerant) 균주로 분류학적으로는 플라보박테리아과(family Flavobacteriaceae)에 속한다. 이론적으로는 -10~-20도 에서도 자랄 수 있는, 남극에 잘 적응한 세균이다.

연구팀은 이들 세균의 대한 분류학적 연구를 통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속에 속한다는 것을 밝히고, 속 이름을 세종기지의 이름을 딴 세종(Sejongia)으로 명명했다. 우리나라에서 극지 유래 신종세균을 발견하여 국제학회의 공인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이 속에 속하는 두 개의 신종을 찾아, 하나는 지난 해 12월 남극 세종기지에서 불의의 사고로 희생된 고 전재규 대원의 이름을 딴 Sejongia jeonii (발음: 세종기아 전니아이)로, 나머지 하나는 남극을 뜻하는 Sejongia antarctica (발음: 세종기아 안타르티카)라는 학명으로 각각 등록하였다.

천종식 교수팀은 2002년부터 매년 해양연구원 부설 극지연구소 지원으로 남극 지역에 대한 미생물 자원 탐사를 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100개 이상의 남극 지역의 미생물을 분리했으며, 이중 15개의 신종을 확보하고 연구 중이다. 이번에 발표된 2종은 이중 일부이다.

천교수팀이 분리한 미생물중 상당수는 산업적인 가치가 높은 호한성의 미생물로 향후 연구에 따라 고부가가치의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남극 미생물은 모두 과학기술부 21C 프론티어 미생물유전체활용기술개발사업단을 통해 국내 미생물 관련 연구자와 기업에 분양(제공)될 예정이다.

남극과 북극은 한랭한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는 다양한 희귀 미생물의 보고로써 최근 많은 선진국들이 극지에서 새로운 호한성 세균(psychrophile)을 발견하기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이는 호한성 세균에서 추출한 효소가 낮은 온도에서도 강력한 활성을 나타내 그 산업적 유용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찬물에서 반응해야하는 세제나 수질정화제 등에 호한성 효소를 이용할 경우 효율을 크게 향상 시킬 수 있고, 유가공품이나 저온숙성을 필요로 하는 식품에 이용할 경우 제품생산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으며, 보온이 불가능한 화학물질 공정에 적용할 경우 새로운 화합물을 생산할 수 있는 등, 저온활성효소와 저온성 미생물의 식용, 산업용, 연구용 등 이용가치는 실로 광범위하다.

생물다양성 조약 발효 이후 자국 내의 생물자원에 대한 주도권이 인정되어 세계 각국이 자국내 생물자원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인이 없는 남극은 특이한 생물자원을 확보하려는 선진국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미국, 호주 등이 다수의 기지를 남국 대륙 내에 운영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주로 킹 조지 섬에 위치한 세종 기지를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미국, 호주, 독일 등에서 남극의 신종미생물을 보고한 적은 있으나, 우리나라 연구진이 이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특히 극지 미생물 연구는 한정된 유전자원을 다른 국가에 우선해서 선점하는 효과도 가지고 있다. 향후 쇄빙선 등의 시설이 갖추어 지면, 우리나라도 오랜 시간에 걸쳐 저온에 적응한 다양한 남극 미생물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등록한 균주들은 진정호한성(true psychrophile)이 아닌 호냉성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으나, 저온신종세균을 연구하는 방법을 국내 최초로 정립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천 교수팀은 2002년을 시작으로 올해로 세 번째 남극탐사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해마다 축적되고 있는 경험을 바탕으로 연구방법을 개선·보완한다면 머지않아 우리나라에서도 진정호한성 세균 등록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의약뉴스 손용균 기자(asanman@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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