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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닥터 지바고(1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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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닥터 지바고(1965)
  • 의약뉴스
  • 승인 2014.08.13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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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묻지 말아야 할 것은 여자의 과거다. 어처구니없이 이런 질문을 받았다면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여자의 대답은 무조건 노다. 이는 동서고금을 통한 진리다.

데이비드 린 감독의 ‘닥터 지바고’(원제: Doctor Zhivago)에서 주인공 라라(줄리 크리스티)는 결혼 첫날밤 이 같은 질문을 받는다.

엄마에게는 단호히 노라고 말했던 라라는 남편 파샤(톰 커트니)에게 과거를 털어 놓는다.

두 사람의 사랑이 온전할 리 없다. 혁명의 거대한 꿈을 꾸고 있는 남자라도 사랑하는 여자의 과거 앞에서는 무력하다.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한 지바고( 오마 샤리프)는 라라에게 이런 질문을 절대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을 위해서 의사가 되고 자신을 위해서 시인이 된 이 사내는 물어야 할 것과 묻지 말아야 할 것을 안다.

두 사람이 불같은 사랑을 할 것이라는 예감은 적중한다.

 

라라의 첫 상대는 엄마의 정부 코마소프스키(로드 스타이거)다. 17살이 되던 생일날 라라는 엄마의 정부를 따라 나선다.

증오하면서도 남자에 길들여진 라라는 그의 수중에서 좀처럼 빠져 나오지 못한다. 정부는 라라가 그 나이 또래의 여자와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안다. ‘뜨거운 여자’ 라라는 그에게서 도망칠 수 없다.

지바고의 아버지는 그가 8살 때 생을 마감했다. 아버지를 파산하게 하고 달리는 열차에서 뛰어내려 자살로 이끈 사람은 공교롭게도 라라의 정부다. 지바고는 요오드를 먹고 음독자살을 시도한 라라의 엄마를 치료하면서 라라를 처음으로 만난다.

라라는 파티 장에서 정부에게 권총을 발사하고 지바고는 환자를 치료하면서 두 번째로 라라와 만난다.

지바고는 자신을 입양한 집안의 딸 토냐( 제랄딘 채플린)와 결혼한다. 이즈음 러시아는 혁명의 불길에 휩싸인다. 사랑에 괴로워하는 라라의 남편은 전선으로 가고 지바고 역시 군의관으로 독일군과 맞선다.

부상을 당한 지바고를 라라가 치료하고 두 사람은 세 번째로 만난다.

하지만 아직 사랑은 가슴속에만 불타오른다. 두 사람은 각자 자식과 아내가 있는 우랄산맥으로, 모스크바로 간다.

모스크바는 황제를 축출한 볼세비키 혁명세력이 장악했다. 지바고의 집은 6가구와 공동생활을 한다. 토냐를 사랑하는 지바고의 친구는 그 지역 병원장이 됐고 지바고는 전염병이 도는 병동에서 환자를 돌본다.

시대는 변했다. 지바고는 여전히 시를 쓴다. 그는 반동분자로 낙인찍혀 총살형을 당할지 모른다. 대학에서 쫓겨난 장인과 가족들은 오래전에 살았던 우랄산맥의 고향으로 돌아간다.

우랄산맥에는 먼저 간 라라가 있다. 두 사람이 아니 만날 수 없다.

네 번째 만남에서 두 사람은 비로소 육체와 육체, 살과 살의 만남을 한다. 떨어질 수 없다. 왔던 길로 되돌아 갈 수 없다. 라라의 딸과 세 사람은 행복하다. 남편을 배신하고 아내의 가슴에 구멍을 뚫은 이 행복 오래갈까.

지바고는 라라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빨치산에 납치당한다.

토냐는 라라가 사는 집을 찾아간다. 극적으로 탈출해 라라가 있는 집으로 돌아온 지바고는 라라와 한 번 더 운명과 같은 사랑을 나눈다. 욕조에서의 사랑은 자극적이라기보다는 어떤 숭고한 인류의 행위처럼 느껴질 정도다.

그 장면에서 관객들은 누구나 푸른 눈의 라라가 되고 시인 지바고가 되는 환영을 본다.

3시간이 넘는 영화의 줄거리를 계속 옮기는 것은 독자모독이다. 분명한 것은 사랑을 아는 사내라면 죽기 전에 단 한번만이라도 라라와 같은 여자를 만나보는 것이다.

사랑을 아는 여자라면 살아생전에 꼭 한번 만이라도 지바고와 같은 남자의 품에 안기는 것이다.

누군가 술자리에서 ‘당신은 라라를 닮았네요 , 당신은 지바고 같은 사람이에요’ 라는 말을 듣는 다면 그 사람은 인생에서 최고의 칭찬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라라도 지바고 아닌 봄날 창가에 비쳐지는 한 점 먼지와 같은 존재로 만족해야 한다.

장면 한 컷 대사하나하나는 마치 잘 만들어진 성벽처럼 빈틈이 없다. 어떻게 이런 영화를 만드는가. 그저 찬사를 보낼 뿐이다.

준수한 외모에 애수어린 눈빛의 오마샤리프와 지금 당장 죽어도 좋다는 듯이 빨아들이는 미소의 줄리 크리스티의 연기 또한 일품이다. 정숙한 여자와 창녀를 구별할 줄 아는 중년의 사내 로드 스타이거의 욕망에 들뜬 표정 또한 잊을 수 없다.

눈 덮인 시베리아의 광대함, 달리는 열차와 마차를  끄는 세마리 검은말의 질주.

이 세상 누군가가 내 존재의 열쇠를 쥐고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지금 당장 이 영화를 봐야 한다.

러시아 혁명사를 읽거나 피의 일요일, 1905년 혁명, 내전 등의 내용을 알고 나면 영화가 더 잘 보인다. 소련 정부의 압박 때문에 노벨상을 거부한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가 원작이다.

국가: 미국
감독: 데이비드 린
출연: 오마샤리프, 줄리 크리스티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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