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4-24 18:59 (수)
143. 귀여운 여인(1990)
상태바
143. 귀여운 여인(1990)
  • 의약뉴스
  • 승인 2014.07.13 17: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낮보다는 밤에, 인적이 드문 곳이 아닌 많은 곳에 비비안( 줄리아 로버츠)이 있다.

주로 혼자서 일하지만 친구와 함께 있기도 하고 여기저기 떠돌기 보다는 정해진 자기 구역 내에서 활동한다.

비비안의 직업은 몸 파는 거리의 여자다. 척 봐도 스타일이 창녀다. ‘창녀 스타일’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입은 옷이나 하는 행동, 내뱉는 말이 그 직업이 아닌 여자라면 소화하기 어렵다.

그는 같이 일하는 친구보다는 비싸다. 얼굴이나 몸매가 한 수 위이기도 하지만 남다른 자존심 때문에 시간당 100달러, 하루 300달러, 일주일에 3000달러를 받아야 한다.

이런 큰돈을 선뜻 낼 사람은 에드워드( 리처드 기어) 정도는 돼야 한다.  재정적으로 어려운 회사를 손쉽게 먹어치우는 M&A 전문가로 호텔 특실을 이용하고 자가용은 리무진이다.

생긴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인자한 표정은 창녀가 아니라도 달라붙을 여자는 널려있다.  ‘이 달의 애인’을 정해 놓고 만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여자가 그 주위에 있다. 아내도 있고 애인도 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외롭다. 10억 달러에 이르는 성사 직전의 큰 건을 앞에 두고 있으나 왠지 모를 공허한 바람이 일고 있다.

비비안과 일주일을 보내면서 마음의 변화는 더 크게 일어난다. 천방지축 제멋대로인 비비안의 생활과 뭐든지 계획대로만 움직이는 자신의 생활이 비교된다.

어머니와 이혼했다는 이유로 자신이 세 번째 사들인 아버지의 회사를 조각조각 찢어 놓을 정도로 냉혈한인 이 남자, 무슨 큰일을 저지를 것만 같다. 아니나 다를까.

은행에 대출을 거부하라는 전화 한 통화만 하면 거대 조선회사를 헐값에 살 수 있는데 망설인다. 급소가 노출 됐으나 결정타를 날리지 않는다.

동료는 동요하나 그의 표정은 여유롭다. 어렵게 결정했으나 그 결정이 옳다는 확신을 가진 남자의 표정은 원래 이런가. 런던이나 도쿄의 주식시세보다는 오페라를 보거나 쇼핑을 하는 등 비비안과 데이트가 더 즐겁다.

회사는 사지도, 분해하지도, 남에게 팔지도 않고 대신 공동경영에 참여하기로 한다.

꿈같은 일주일이 가고 두 사람은 이제 헤어져야 한다. 에드워드는 “아파트도 사 놨으니 더 있자, 이제 거리의 여자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비비안은 “장소만 바뀐 것” 이라며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그리고 약기운이 떨어지면 하루 종일 몸을 파는 그래도 방세도 못내는 친구들이 있는 구역으로 돌아온다. 창녀 생활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아니다. 그는 고등학교를 마치기로 작정했다.

샌프란시스코 행 버스는 한 시간 후에 온다. 일을 마친 에드워드는 뉴욕 행 비행기를 예약해 놨다. 비비안이 버스를 타거나 에드워드가 비행기에 오르면 상황은 종료된다. 그런데 버스도, 비행기도 타지 않는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에드워드는 비비안이 있는 건물을 오르기 위해 비행기 대신 사다리를 탄다.

 

입에는 붉은 장미를 물고 있다. 이쯤 되면 우리는 ‘영화는 영화다’라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영화는 간혹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허하지 않다.

길을 물어보다가 우연히 만났다고 비현실적이라 비판하고 싶지도 않다. 우리가 사는 현실은 꿈이 아니지만 허리우드에서는 간혹 꿈이 현실이 되기도 한다.

시나리오는 잘 짜진 한산모시처럼 만들어졌다. 주인공의 연기가 멋지다. (예쁜 여자가 걸어오는데 만나고 싶다는 ‘프리티 우먼’이 자주 반복되는 노랫말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옷을 사기 위해 로데오 거리를 활보하는 줄리아 로버츠는 하늘에서 떨어진 반쯤 먹었으나 나머지 반쪽은 먹어도 상관없을 만큼 싱싱한 사과와 같다.

쾌락을 거부하기 보다는 즐기는 리처드 기어는 돈의 위력으로 세상을 지배하지만 뿌릴 때 뿌릴 줄 아는 돈만 많은 쓰레기가 아닌 고상한 잰틀맨이다.

클럽보다 넓은 욕조속의 88인치의 다리로 혹은 피아노 건반위의 사랑은 억만장자와 창녀의 섹스가 아니다. 입에 키스하는 것까지 허락하는, 사랑의 힘으로 뭉친 근육과 근육, 살과 살의 만남이다.

국가: 미국
감독: 게리 마샬
출연: 리처드 기어, 줄리아 로버츠
평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