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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자유부인(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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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자유부인(1956)
  • 의약뉴스
  • 승인 2014.07.0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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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됐다거나 현대적이라는 말은 적합하지 않다. 도시적이거나 선진적이라는 말도 조금 부족해 보인다.

‘모던’이라는 영어가 딱 들어맞는다. 한형모 프로덕션( 자막에는 '푸로덕슌'이라고 나온다.)이 만든 한형모 감독의 ‘자유부인’은 한 마디로 모던한 영화다.

색깔로 치면 원색이기 보다는 무채색에 가깝고 계절로 치면 여름도 아니고 봄이나 가을도 아닌 초겨울이 제격이다.  다소 차갑고 간결하다. 이런 영화가 1956년에 만들어졌다. 그것도 프랑스나 이탈리아가 아닌 한국에서 말이다.

실로 모던하지 않은가.

이 해는 한국전쟁의 상흔이 가시지 않고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처절한 시기라는 것은 누구나 안다. 목구멍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때에 춤바람 난 가정주부가 남편과 자식을 배신하고  하나가 아닌 여러 남성의 가슴에 안겨있다. 

이 광경을 어두운 영화관에서 지켜보는 관객들은 침을 꼴깍 삭이면서 다리를 꼬았을까. 아니면 저런 처 죽일 년 하면서 이를 갈았을까.

대학교수(박암) 부인 선영( 김정림)은 집에 있는 것이 갑갑하다. 남편을 졸라 양품점에 취직한다. 한복을 입고 다림질하는 아줌마는 이제 도시를 활보하는 마담이 됐다.

 

친구(영화에서는 동무라는 호칭을 쓴다.) 윤주( 노경희)를 만나 화교회에 나간다. 2차는 댄스파티다.

뭐든지 처음 한번이 어렵다. 망설이다 참석한 댄스파티가 인생을 확 바꾼다. 두 번째 부터는 거리낌이 없다. 남자 품에 쓰러져 스텝을 밟는 폼이 근사하다.

옆집 대학생 춘호(이민)를 꼬드켜 본격적으로 춤을 배운다. 춘호는 외국으로 나가려는 선영의 조카 명옥(고선애)과 그렇고 그런 사이 이지만 선영은 아랑곳 하지 않는다. 둘 사이를 질투하기도 한다.

한글학자인 교수는 미국회사에 다니는 타이피스트 은미( 양미희)에 애뜻한 감정이 있다. 은미를 만나면 마음이 평온해 지고 행복이 몰려오고 더 젊어지는 기분을 느낀다.

두 사람은 한글을 배우면서 가까워 진다. 은미는 교수를 사모하고 교수는 은미에게 연애할 수도 있다고 환한 웃음을 짓는다.

윤주는 더 대담하다. 무역상 사장(주선태)과 온양온천으로 밀월여행을 다녀오고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선영에게 돈을 꾸기도 한다.

춘호에게 제대로 춤을 배운 선영은 가게 사장( 김동원)과 춤추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동경호텔에 투숙한다. 막 두 사람이 쓰러지는데 사장 부인 (고향미)이 들이닥친다.

밖으로 쫓겨 난 은미는 겨울눈이 내리는 밤거리를 지나 집으로 돌아온다. 이 때 교수는 사장부인이 보낸 은밀한 편지 내용을 통해 아내의 부정을 알고 문을 닫아 버린다.

돈을 떼인 윤주는 약을 먹고 춤추다 자살을 하고 춘호는 선영을 버린다. 지금 봐도 춤바람 난 아내의 외도가 아찔하다. 한데 1954년이라니. 사회는 발칵 뒤집혔다고 표현해도 과장되지 않는다.

당시 법무부장관은 중공군 2개 사단에 필적할 만큼 사회에 위험한 요소라고 했으며 이승만은 나는 새도 떨어트린다는 특무대를 시켜 감독을 취조하기도 했다고 한다.

원작자인 정비석은 남한을 음란, 퇴폐로 몰아 적화하려는 친북인사로 매도됐다. 위스키를 마시고 담배피고 춤추고 외도하고 명품 찾는 행태를 독재정권이 두고 볼 수는 없었을 것이다.

1954년 1월부터 그해 8월까지 서울신문에 연재 됐는데 가판에서만 4만부가, 단행본으로 나온 상권만 10만부가 팔렸다고 한다. 한 마디로 ‘자유부인’은 한국인에게 ‘컬쳐 쇼크’를 안겨준 대단한 명작이다. 앞서간 감독의 발자국은 깊고 컸다.

국가: 한국
감독: 한형모
출연: 박암, 김정림, 이민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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