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심혈관센터 김효수(金孝洙) 교수팀(양한모 전문의)은 진통소염제로 널리 쓰이고 있는 셀레콕십(Celecoxib)이라는 약물이 쥐를 이용한 동물실험 결과, 동맥성형술 후의 재협착을 억제하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음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이 연구결과는 지난해 11월 미국심장학회에서 발표되어 주목을 받았으며, 올해 7월 심혈관분야 최고 권위지 Circulation(2003년 논문인용지수 11.2)에 실렸다.
김효수 교수팀(박승정 전문의)은 또한, 탤리도마이드(Thalidomide)라는 약물이 탁월한 재협착 억제 효과가 있음을 동물실험을 통해 알아냈다.
이 연구결과는 지난해 10월 세계동맥경화학회에서 발표됐으며, 미국심장학회 공식잡지로서 동맥경화증/혈관생물학 연구분야 최고 권위지 ATVB(Arteriosclerosis, Thrombosis, and Vascular Biology, 2003년 논문인용지수 6.7) 올해 5월호에 실렸다.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동맥경화 등으로 인해 좁아져, 혈액 공급이 줄어들면, 심장에 적절한 산소를 공급하지 못하게 되는 허혈성 심혈관질환(관동맥질환)이 생긴다.
이로 인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등이 발병하는데, 최근 이들 질환이 증가하고 있으며, 심각한 사망원인이 되고 있다.
동맥이 좁아져 혈액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면 결국 심장근육 또는 하지의 괴사를 초래하는데, 이를 치료하는 방법이, 좁아진 혈관부위에 풍선을 집어넣어 넓힌 후 스텐트를 넣는 동맥성형술.
그런데 동맥성형술은 시술 후에도 시술부위의 세포가 증식해 혈관이 다시 좁아져, 재협착률이 20-30%에 이른다.
이같은 재협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포증식을 억제하는 약물(시롤리무스 Sirolimus , 탁솔 Taxol 등)을 스텐트에 발라 삽입하는 약물코팅스텐트 삽입술 등이 도입됐다.
이 방법은, 초기에는 재협착률이 크게 줄지만 도입된지 2-3년에 불과해 장기간에 걸친 관찰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고, 개당 250만원 정도의 고가여서 경제적인 부담이 크다.
미국에서만 이같은 재협착 치료를 위한 시술비용으로 한해 1조5천억원 이상이 쓰이고 있는 실정이다.
김효수 교수팀은 지난 수년간 재협착을 방지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연구한 끝에, 이번에 획기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동물실험 결과를 내놓았다.
좁아진 혈관을 넓히기 위해 스텐트 등을 삽입할 때, 혈관의 맨 안쪽을 구성하는 내피세포가 벗겨지면서, 혈관의 그 다음층인 평활근세포층이 부풀려진다.
부풀려진 평활근세포층이 손상을 입어 자극을 받으면 증식작용이 활발해져 세포가 자란다. 이것이 변형되어 혈관 안쪽으로 자라 들어와 층을 이루면서(신생내막), 스텐트 등으로 넓혀놓은 혈관을 다시 좁게 만든다.
연구팀은 관절염 치료에 쓰이는 셀레콕십이 진통효과와 항염증 작용 외에도 대장용종과 같은 종양을 줄이는 효과가 있고, 최근에는 폐암 췌장암 등에서 항암효과를 보이고 있음에 착안했다.
이 약물이 관상동맥 재협착의 중요 기전인 혈관세포의 증식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연구팀은 세포배양실험과 동물실험을 했다.
연구팀은 세포배양실험에서, 아무 처치를 하지 않은 평활근세포와 셀레콕십을 준 세포를 비교했다. 실험 결과, 셀레콕십의 농도를 높일수록 세포가 죽는 현상과 세포주기의 정지현상이 증가함을 관찰했다.
또한 각 60마리와 80마리씩 두차례에 걸친 쥐 실험에서도 셀레콕십의 효과와 기전을 확인했다.
목동맥을 부풀려 손상을 준 뒤, 신생내막세포가 증식해 혈관이 좁아진 정도를 알기위한 1차 실험에서, 셀레콕십을 2주간 먹인 쥐와 두 종류의 대조시약을 먹인 쥐 각 20마리를 비교했다.
그 결과, 대조시약을 먹인 쥐에서는 혈관이 많이 좁아져 있는 반면, 셀레콕십을 먹인 쥐에서는 신생내막이 약 50% 정도로 억제되어 있는 것을 관찰했다.
연구팀은 또한 셀레콕십의 평활근세포 억제작용의 기전을 알아내기 위한 2차 쥐 실험(80마리 대상 유전자 실험)에서, 세포의 생존성을 증가시키고 세포를 증식케하는 물질(Akt)의 활성화를 셀레콕십이 억제하기 때문임을 확인해냈다.
연구팀은 따라서, 셀레콕십이 혈관세포 증식을 억제하고, 이같은 효과로 인해 동맥성형술 후의 재협착을 억제하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낸 것이다.
한편, 약물의 효과를 알아내기 위한 동물실험의 경우, 동물에게는 매우 고농도를 써서 효과가 나타난 반면, 환자를 대상으로 할 때는 동물에서와 같은 농도에 이르게 하지 못해,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번 실험에서는, (진통소염 등 기존 사용되어온 목적 등으로)셀레콕십을 복용했을 때의 인체 혈중농도와 비슷한 수준의 농도로 쥐에게 복용시켜 얻은 결과여서, 향후 후속 연구를 통해, 약물을 바른 스텐트를 삽입할 필요없이, 간편하게 약으로 경구복용해도 재협착 억제 효과가 있으리라는 점에서 더욱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효수 교수는 “이 약물은 진통소염제로 널리 쓰이고 있어 안전성이 입증되어 있다. 또한 이번에 연구팀이 밝혀낸 재협착 억제 효과 외에도, 혈관내피세포 기능 향상과 동맥경화 진행 방지 등의 효과가 이미 알려져 있어, 심혈관 질환에 탁월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염증이 심할수록 혈관의 재협착이 많이 온다는 점에 착안한 김효수 교수팀은 최근 들어 항염증작용과 면역조절 효과로 다발성골수종(골수에 생기는 악성종양)이나 염증성 장질환 등 여러 질환에 사용되고 있는 탤리도마이드의 혈관 재협착 억제 효과를 밝히는 연구를 했다.
목동맥을 부풀려 손상을 준 쥐를 대상으로, 탤리도마이드를 2주간 먹인 쥐 16마리와 대조시약을 먹인 쥐 16마리의 신생내막 형성 정도를 비교했다.
그 결과, 탤리도마이드를 먹인 쥐에서는 신생내막이 71% 정도 감소하는 효과를 보였으며, 또한 평활근세포의 증식이 억제되는 것을 관찰했다.
또한, 연구팀은 이같은 억제 효과가 탤리도마이드의 항염증작용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즉, 쥐의 혈액에서 채취한 염증반응 관련 물질(TNF-α)이 탤리도마이드를 먹인 쥐들에서는 감소되어 있음을 통해 기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곧 대규모 임상연구에 착수할 예정인 김효수 교수는 “두 약물의 관상동맥 재협착 방지 용도로 국내와 미국 등에 국제특허를 출원 중이며, 약물코팅스텐트로 개발할 예정”이라며 “기존의 약물코팅스텐트가 개당 250만원의 고가임을 고려하면 국내에서만 연간 수백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등 엄청난 경제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의약뉴스 이창민 기자(mpman@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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