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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부초(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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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부초(1959)
  • 의약뉴스
  • 승인 2014.06.09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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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은 느리게 움직인다. 아니 멈춰서 있는 것 같다. 부드럽고 밀도 높은 원색의 구조는 수백 장의 정물화를 한데 모아 놓은 것과 진배없다.

등대를 닮은 술병, 작은 어선, 나무 전신주, 빨간 우체통.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부초’(영어명: Floating weeds)는 화려한 색감의 진수를 보여준다. 내용은 별 것 없다.

만나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그간 어떻게 지냈는지에 대한 시시콜콜한 대화가 오고간다. (그러다가 시간 다 간다.) 영화라기보다는 조금 신경 써서 만든 텔레비전 드라마 같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영화를 보고 이런 저런 찬사를 늘어놓는다.

유랑극단이 작은 어촌 마을에 들어온다. 단원들은 소리를 내고 아이들은 따라 다닌다. 홍보물을 붙이고 깃발을 세우고 찌라시도 뿌린다. 하지만 극장에는 10여명 남짓한 관객만 있다.

 

망할 것도 없고 망해도 그리 손해 볼 것 같지 않은 악단은 정착보다는 떠돌이 생활이 안성맞춤이다.

단장은 틈틈이 여자를 찾는다. 후원자로 포장된 여자에게는 아들이 있다. 우체국에 근무하는 아들은 전자공학을 공부하고 싶어 하는 유망한 청년이다.

아들은 단장이 아버지인 줄 모르고 삼촌이라고 부른다. 젊고 아름다운 극단 여배우는 단장이 여자에게 가는 것이 못마땅하다.

어려울 때 도와줬는데 이럴 수 있느냐고 여자는 악다구니를 쓰고 단장은 창녀를 수렁에서 건져준 것도 모르는 배은망덕한 것이라고 맞선다.

분이 안 풀린 여자는 동료 여배우에게 아들을 꼬셔보라고 돈을 준다. 전보를 부치러 온 여자는 “밖으로 나와 나를 보라”고 메모지를 건넨다. 유혹에 약한 것이 피가 끓는 청춘이다.

아들은 어떻게 시작됐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여자 품에 안기고 아버지는 화풀이로 입에 담기 힘든 욕을 해대며 여자의 뺨을 갈긴다. 아들은 아빠는 필요없다 며 여자 편을 든다.

날은 여전히 덥고 비는 자주 온다. 고풍스런 목가구 주택에 앉아 런링구 차림으로 연신하는 부채질과 처마에 떨어지는 비는 한 폭의 그림이다.

단원들은 게다짝을 끌고 돌담이 아름다운 마을길을 따라 붉은 꽃이 만개한 술집에서 술을 먹는다. 단장과 의리를 강조하면서 다른 단원을 등쳐먹기도 한다.

극단은 공연을 마치고 해산한다. 단원들은 가게를 열거나 새로운 고용주를 찾아 각자 흩어진다.

단장은 가족과 함께 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새 막을 열겠다며 보따리 하나만 어깨에 메고 발길을 돌린다. 아들이 애기였을 때부터 여길 올 때마다 항상 그런 식으로 떠난 것처럼.

간이역 대합실. 아들을 타락? 시킨 여자가 있다. 둘은 담배를 피우면서 다음 행선지에 함께 가기로 한다. 삼등 기차 칸. 흡족한 여자는 머리에 수건을 얹은 단장에게 술을 따른다. 잡초처럼 발길 가는 데로 떠도는 장돌뱅이 인생은 이렇게 막을 내린다.

쓰고 보니 내용이 별 것 없는 게 아니라 있을 건 있다. 다 보고 나면 오즈 야스지로가 왜 대단한 감독이라고 떠받드는지 조금 이해가 간다. 색채를 다루는 감각이 대단하다. 극단이 부르는 노래나 가락은 우리네 뽕짝과 다름 아니다.

국가: 일본
감독: 오즈 야스지로
출연: 나카무라 간지로, 쿄 미치코, 와카모 아야코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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