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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4-05-02 14:59 (목)
불신의 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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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의 장벽
  • 의약뉴스
  • 승인 2004.07.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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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든 아버지와 대를 잇기 위해 뒤늦게 본 아들이 난생 처음 목욕을 함께 갔다. 먼저 탕 속에 들어간 아버지는 눈을 지그시 가고 ‘어이 시원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어린 아들은 물이 시원하다는 줄 알고 겁 없이 욕탕 안으로 점프를 했다가 화들짝 놀라 탕 밖으로 뛰쳐나오며 투덜댔다.

“이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니까---”
지난해, 12년이 경과 된 승용차는 매년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법규 때문에 승용차를 폐차시킬까 고민하다가 단골 자동차 정비공장 사장의 말을 믿고 수리를 맡겼다. 백만 원만 들이면 몇 년은 별탈 없이 탈 수 있다는 호언장담 때문이었다.

엔진 보링은 물론 치명적으로 손상된 부속을 교환 한 후 책임지고 정밀 검사를 통과시키겠다던 그는 세 번만에 겨우 통과되었다며 검사비를 추가로 요구했다.

하지만 수리를 한 후부터 연료 소비가 두 배나 높아져 다른 공장에서 정비를 해야 했다. 핸들은 각도가 어긋난 상태로 장착되어 있었고, 곧게 뻗은 고속도로를 달리는데도 승용차는 전처럼 계속 우측으로 쏠렸다. 몇 차례 재 수리를 맡겼고 그때마다 그는 완벽하게 손을 보았다고 장담했지만 쏠림 현상은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정비 후 라지에타 뚜껑을 닫지 않고 출고해 운행도중 엔진부분에서 솟아오르는 흰 연기 때문에 혼비백산한 적도 있었다.
몇 개월 후, 신호를 위반하는 차량과의 추돌을 피하기 위해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다. 놀랜 가슴을 달래며 다시 출발하려 기아를 변속했지만 공 회전만 할 뿐 차는 움직이지 않았다.

공장에 견인한 승용차를 정밀 조사한 보험회사 직원은 우측 앞바퀴를 받치고 있는 ‘노와다이’ 라는 부속이 균열되면서 변속기까지 파손되었다고 했다. 문제는 그 균열이 오늘의 급브레이크 때문이 아니라 이미 오래 전에 시작되었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보기에도 오래 전에 금이 간 부분은 이미 녹까지 쓸어 있었다. 그렇다면 얼마 전, 정밀 검사를 대비한 정비를 하면서 그 부품은 교환하지 않았고, 차 쏠림 현상의 원인이 그것 때문인데도 수리해 달라는 나의 요구를 매번 묵살한 것이다.
만에 하나 고속도로를 질주하던 중 ‘노와다이’가 파열하였다면 어찌 되었을까 상상하는 순간 등줄기에 식은땀이 흥건하며 눈앞이 깜깜해졌다. 신기하게도 그 부속을 교환한 후부터는 잃어버린 차를 찾아 헤매는 악몽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었다.

얼마 전엔 엔진 오일을 찍어 본 친지가 엔진 헤드가 손상되어 물이 들어가는 것 같다며 정비를 권했다. 엔진 보링을 한지 몇 개월밖에 안되었는데 무슨 소리냐며 그 정비 공장에 다시 맡겼다.

그는 물이 왜 들어가냐고 반문하며 엔진 뚜껑 부분의 고무 바킹을 새것으로 교환했으니 앞으로는 별탈이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자 엔진 오일을 찍어보는 철사엔 하얀 더께가 다시 끼어 있었다. 이젠 더 이상 단골 정비 공장을 믿을 수가 없어 직영 서비스 공장을 찾아가 상의를 했다. 며칠 전에도 직영 서비스 공장 덕을 보았기 때문이다.

집사람의 경차 엔진 소리가 이상하여 일반 정비공장을 찾았더니 워터 펌프가 파손되었다며 수리비 15만원을 요구했다. 이해가 안 되어 망설이는 중, 동승한 친지 한 분이 자동차 제작회사 직영 서비스 공장을 찾아가는 것이 가장 믿을 수 있고 현명한 방법이라는 조언을 해 주었다.

과연 그곳에선 1/10 가격으로 톱니가 나간 엔진 벨트 하나만 교환하므로 써 고장을 해결해 주었다.
물이 섞인 엔진 오일의 상태를 확인한 직영 서비스 공장 책임자는 작년에 폐차를 하지 않고 큰돈을 들여 수리하라고 권한 정비공장의 양심을 꾸짖었다.
자기가 보기엔 폐차 엔진 부속을 구해 교환해야만 하는데 쉽지 않고 수백만 원의 수리비를 투자하더라도 완벽한 정비를 장담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물론 일반 자동차 정비공장이 모두 이렇지는 않을 것이다. 고객의 안전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영리에만 급급한 10년 단골 정비공장의 얄팍한 상술은 또 하나의 거대한 불신의 장벽을 내 가슴속에 심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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