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물이 흐르는 공장에는 젊은 노동자들이 있다. 이들은 일과가 끝나면 이마의 땀을 닦기 위해 떼로 몰려다니면서 사냥도 하고 술도 마신다.
마이클( 로버트 드니로) 닉(크리스토퍼 웰켄) 스티븐( 존 사베지)은 전쟁터로 떠나기 전 시끌벅적한 환송연에 참여한다. 스티븐은 참전에 앞서 안젤라(루타냐 알다)와 결혼식을 올린다.
제철소가 있는 펜실베니아의 작은 마을은 축제로 들썩인다.
3시간이 넘는 이 영화의 앞부분은 축제 그 자체다. 마시고 춤추고 사랑하고 우정을 나누는데 시간가는 줄을 모른다. 너무 행복해 보여 자칫 잎새에 이는 작은 바람에도 큰 싸움이 벌어질 것 같은 긴장감이 돌기도 한다.
너무 즐겼으니 이제 제대로 된 싸움이다. 미군 헬기가 민간인 마을을 작살낸다. 초가삼간은 불바다가 되고 굴속에 숨은 여자와 어린이들은 수류탄 세례를 받는다.
세 사람은 돼지가 시체를 물고 다니는 그곳에서 월맹군의 포로가 된다. 극과 극이다. 고향에서 천국의 나날을 보냈던 이들은 이역만리 남의 나라에서 지옥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단순히 갇혀 있는 것만이 아니다. 월맹군은 미군포로들을 상대로 러시안 룰렛 게임을 시키면서 돈 내기를 하고 있다.
이제 세 사람의 죽음은 시간문제다. 언젠가 총알은 이마를 관통하고 총알이 지나간 자리는 분수처럼 피가 쏟아 질 것이다.
스티븐은 넋이 나가 정신이상이고 닉 역시 죽음의 공포 앞에서 방아쇠를 쉽게 당기지 못한다. 마이클은 반격만이 살길이라는 확신으로 닉과 자신이 게임의 주인공으로 나서겠다고 제의한다.
순식간에 적을 제압한 이들은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한다. 하지만 생사는 알 길이 없다. 각자 뿔뿔이 흩어진다. 마이클은 고향으로 돌아온다. 공수부대의 상징인 검은 베레모를 쓰고 코트안에는 훈장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사지에서 돌아온 마이클에게 마을 사람들은 축제를 준비하지만 그는 환영객이 모두 사라진 다음 린다를 찾는다. 닉의 애인 린다(메릴 스트립)는 말한다. “우리 서로를 위로하기 위해 같이 자자.”
집이 아닌 모텔에서 두 사람은 사랑을 나눈다. 마이클은 닉보다도 자신이 더 린다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한편 마이클은 스트븐이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찾아간다. 살아 돌아왔지만 스티븐은 두 발과 한 손을 잃고 휠체어에 의존해 있다. 장애인이 된 전우를 바라보는 마이클의 표정이 묘하다.
마이클은 사이공에서 매달 수백 달러를 부쳐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스티븐의 말을 듣고 닉도 살아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안다.
월맹과 월남의 싸움이 월맹과 미국의 싸움으로 변질되고 미국은 베트남에서 철수한다. 미 대사관의 옥상은 탈출하려는 인파로 혼잡한데 그 와중에 미국에서 날아온 마이클은 닉을 찾아 나선다. 닉은 룰렛 게임을 하고 있다.
그에게 고향으로 돌아가자고 애원하지만 닉은 외면한다. 두 사람은 전쟁포로가 됐을 당시처럼 다시 룰렛 게임의 당사자로 마주 앉는다. 닉은 죽는다.
마이클은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사냥을 떠난다. 그러나 사슴을 제대로 조준할 수 없다.
산 사람도 돌아오기 힘든 베트남에서 죽은 사람을 데려와 장례를 하면서 부르는 ‘God Bless America’는 진부한 애국심으로 비춰진다. 옥에 티라고나 할까. 억지설정이다.
하지만 마이클 치미노 감독은 디어 헌터( 원제: The Deer Hunter)에서 그런 애국심도 잘 만 활용하면 영화의 질을 크게 떨어트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성공했다.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 등 5개 부문을 수상했다.
베트콩의 잔인함과 미국의 무모함이 돋보인다. 세상의 모든 전쟁이 그러하듯 그 어떤 전쟁도 그 어떤 나쁜 평화보다 못하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되새겨 준다.
나체로 거시기를 덜렁 거리면서 질주하는 마이클의 모습은 여성 관객 뿐 아니라 남성 관객에게도 잊혀 지지 않는 기이한 장면으로 기억될 듯하다.
국가: 미국, 영국
감독: 마이클 치미노
출연: 로버트 드니로, 크리스토퍼 웰켄, 메릴 스트립
평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