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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영자의 전성시대(1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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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영자의 전성시대(1975)
  • 의약뉴스
  • 승인 2014.04.20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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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고 냄새나는 골목에 창녀들이 모여 산다.

이곳에는 무작정 서울로 상경한 영자(염복순)도 있다. 예쁜 영자에게는 단골손님이 많다.

손님 중에는 창수(송재호)도 있다. 순진한 창수는 영자를 사랑한다.

창수는 영자와 살자고 하나 영자는 부담스럽다. 남자를 받는 자신의 처지가 한탄스럽다.

영자는 부잣집 식모로 서울생활을 시작했다. '공돌이' 창수는 사장 집에 들렀다가 영자를 처음 본 순간 마음에 들어했다. 사장 가족이 출타한 틈을 타 영자를 어찌해 보려 하나 실패하고 만다.

만두가 먹고 싶다는 영자를 데리고 나온 창수는 3년만 기다려 달라고 부탁한다. 영장이 나온 것이다. 월남에서 제대한 창수는 때밀이로 직업을 바꾸고 공장에서 그랬던 것처럼 열심히 일한다. 그 사이 영자는 사장 아들에게 몸을 뺏기고 집에서 쫓겨난다.

돈 벌이에는 놈팡이 하나 잡는 것이 최고라는 술집언니의 말 대신 미싱을 돌리는 시다생활을 한다.

월급날이다. 봉투에 든 돈은 외상값을 주고 나니 달랑 동전 두 개. 두 사람은 동전을 보면서 웃는다. 포복절도한다. 방바닥을 떼굴떼굴 구르면 배를 두드리고 박장대소 한다. 

날밤을 세우고 일한 돈이 겨우 동전 두 개로 돌아왔으니 아니 웃고는 못 배길 것이다. ( 이 영화의 최고 장면으로 나는 이 순간을 꼽는다. 입을 벌리고 정말로 재미있어 죽겠다는 표정으로 웃고 있지만 그 웃음 사이로 백치미와 처연함이 하얀 이처럼 드러났기 때문이다.)

영자는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다. 술 취한 손님을 접대하는 바걸로, 만원버스의 차장으로 세상과 정면 승부한다.

하지만 서울이 어디 그렇게 호락호락한 곳인가. 만지는 손님을 피하다가 솥뚜껑 운전수( 밥 짓는 식모)나 하라는 비아냥을 듣는가 하면 버스 사고로 한쪽 팔을 잃는다.

영자는 보상으로 받은 30만원으로 미장원을 차리는 대신 병든 시골 어머니와 줄줄이 딸린 동생들을 위해 쓰고 일터가 있는 좁은 골목길로 들어선다.

 

이제 영자의 직업은 창녀다. 창수가 영자를 찾는다. 반라의 차림으로 손님이 없는 무료한 시간을 화투로 때우던 영자는 ‘영자야, 손님 왔다’ 하는 포주(도금봉)의 소리에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일어선다.

입술이 붉은 영자는 과거의 영자가 아니다.  걸쭉한 입담을 자랑하는 영자는 제대로 이 생활에 적응하고 있다. 팔이 없다고 재수 없다며 나가는 손님에게 미로의 비너스를 보여주고 콧소리를 내면서 안긴다.

영자와 관계하다 성병에 걸린 창수는 영자의 치료비를 내고 "다른 손님은 받지 말라고, 내가 매일 찾아오겠다"고 영자를 달랜다.

영자의 손톱을 깎아주기도 한다. 그런 창수에게 영자는 "정말로 날 생각한다면 그냥 내버려 둬라, 가끔 손님으로 찾아와 달라"고 하소연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창수는 영자에게 가짜 팔을 만들어 주고 살림을 차릴 준비를 한다.

영업이 끝난 늦은 밤 영자를 불러 텅빈 목욕탕에서 등을 밀어 주는 창수는 '사랑하는 남자'의 화신처럼 보인다.

창수와 같이 목욕탕에서 일하는  아저씨(최불암)는 그런 창수가 한심하게 보이고 영자가 밉다. 아저씨는 영자에게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는데 보태서 둘이 되는 사람과 빼서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 있다며 영자를 홀대한다.

영자는 술을 마신다. 병나발을 불고 맥주잔에 소주를 가득 부어 마신다. 죽여 달라고 포주에게 부탁한다. 그리고 흐느낀다. 괴성을 지르고 비명을 내뱉고 절규하고 울부짖다 쓰러진다.( 이 장면은 앞서 남은 동전 두 개 때문에 웃던 모습과 좋은 대조를 보인다.)

어느 날 영자는 서비스에 불만을 품은 손님과 시거리가 붙는다. 손님과 창수는 한바탕 주먹을 주고 받다가 경찰에 체포된다. 감방으로 면회 온 영자는 여전히 아름답다.  철창을 사이에 두고 손을 맞잡기고 하고 입술을 포개기도 한다.

쿠데타를 일으킨 일단의 군인들처럼 트럭에서 내린 경찰들은 곤봉을 들고 여인숙 골목으로 들이 닥친다. 내 몸뚱이도 내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창녀들은 하나 둘 끌려가고 영자는 가짜 팔을 집어 던지면서 빠져 나온다.

창수도 감옥에서 나온다.  한쪽에는 고층건물이 들어서도 다른 한 쪽은 먼지가 풀풀 날리는 재개발 지역. 영자가 ‘어이구, 내 새끼’ 하면서 아이를 어르고 있다. 창수가 찾아온다. 다리를 저는 남편이 창수를 알아본다.

두 사람은 오토바이를 타고 해가 뜨는 대로를 질주한다. 창수의 순애보가 막을 내리고 영자의 전성시대가 시작되는 순간인가. 세상에는 없는 기적이 만들어 지려나 보다. 

김호선 감독은 '영자의 전성시대'( 영어명: Yeong-ja's  heydays)를 해피하게 끝냈다. 조선작의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뒤로 돌린 의자를 사이에 두고 다리를 벌린 반바지 차림의 여주인공 포스터가 도발적이다.

국가: 한국
감독: 김호선
출연: 염복순, 송재호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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