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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피아니스트(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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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피아니스트(2002)
  • 의약뉴스
  • 승인 2014.03.23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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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닭의 똥 같은 눈물이 줄 줄 흐른다 해도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는 우수에 젖은 깊고 굵은 눈, 커다란 키, 마른 몸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은 ‘피아니스트’(원제: The Pianist)의 주인공 스필만을 연기한 애드리언 브로디를 찾기 위해 영국은 물론 미국전역에서 수많은 오디션을 봤다고 한다.

그리고 마침내 미국인이지만 유태인의 역할에 적합한 브로디를 발견하고 크게 만족했다. 거기다 피아니스트니트에 어울리는 가는 손가락까지 가졌으니 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제대로 낙점을 찍은 셈이다.

실제로 브로디는 150분 영화 내내 거의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면서 예술인의 고독과 쫒기는 도망자와 소극적으로 저항하는 나약한 예술인의 모습까지 제대로 소화해 냈다. (아카데미는 감독상과 함께 남우주연상도 수여했다.)

영화의 배경은 1939년 폴란드 바르샤바. 점령군 독일은 전황이 불리할수록 유태인에 대한 박해의 강도를 높인다. 방송국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던 스필만은 포격으로 이마에 상처를 입고 집으로 돌아온다.

오는 와중에 친구의 여동생 도로타( 에밀리아 폭스)를 만나 훗날을 기약한다.

집은 새 방어선 너머로 피난 가려고 분주하다. 나치는 유태인이 일정 금액 이상의 현금 소유를 하지 못하게 하고 식당은 물론 공원도 출입금지 시키고 인도 보행조차 못하게 한다.

오른쪽 팔뚝에는 흰 천에 파란색의 별을 그려 넣은 완장을 차야 한다. 이제 유태인은 숨어 있지 않는 한 나는 유태인이라는 사실을 감출 수 없다.

일을 못하는 가족은 먹고 사는 것조차 힘겹다. 마침내 아끼는 피아노까지 팔아야 할 지경에 이른다. 설상가상으로 유태인들은 모두 집단 거주지로 옮겨가야 한다. 양손에 가방을 들고 이주하는 행렬은 남루하고 마침내 도착한 곳은 생지옥이다.

발 빠른 사람들은 유태인 경찰이 돼서 호위호식하고 스필만에게도 경찰밴드에서 연주할 수 있다는 친구의 제의가 들어온다. 하지만 그는 거절한다.

스필만의 남동생은 동포를 때려잡는 독일 놈의 앞잡이가 되라는 거냐며 흥분한다. 기분이 상한 친구는 나가 버리고 이후 상황은 악화일로다. 트럭에서 내린 한 무리의 독일군은 집안을 수색하더니 노인을 휠체어와 함께 아래로 집어 던지고 끌려 나온 유태인들을 도망치도록 하고 뒤에서 기관총을 난사한다.

죽은 시체를 깔면서 트럭은 왔던 길로 가고 그 모습을 지켜 본 스필만 가족은 서로 부둥켜안고 오열한다.

이제 죽음은 울리는 사이렌처럼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온다. 힘없는 노인이라고 임산부라고 어린아이라고 봐주지 않는다. 세워 놓고 죽이고 엎어놓고 죽이고 물어본다고 죽이고 도망간다고 죽인다.

 

죽는 방법만 다를 뿐 죽는 것은 같다. 경찰에 들킬까봐 아이의 입을 막아 죽인 엄마는 내가 왜 그랬느냐는 말만 되풀이 하는 실성한 여자가 됐고 일단의 군인들은 이런 저런 꼴 보기 싫어 아예 기차에 무더기로 유태인들을 몰아넣는다.

죽음으로 가는 기차에서 친구였던 유태인 경찰의 도움으로 살아남은 스필만은 극도의 공포감에 휩싸인다. 가족과는 이제 살아서는 더 볼 수 없다. 50만 명 이었던 유태인은 다 죽고 이제 6만 명 정도만 남았다.

남은 자들은 감자 자루 속에 권총을 숨겨 넣으면서 저항의 불씨를 살리려고 안간힘이고 이 해의 마지막을 기념하기 위해 채찍질을 휘두르는 독일군은 조급하다. 영화도 막바지이니 조금만 더 견디면 살아 날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이 인다.

임신한 도로타를 만나 목숨을 부지한 스필만은 포탄으로 부서진 어느 낡은 건물의 옥상을 아지트로 삼고 있다. 러시아군은 바로 강 건너까지 왔고 나치는 서둘러 철수준비를 한다. 그 때 독일군 장교가 스필만을 발견하고 그에게 피아노 연주를 명령한다.

곧 죽을 것 같은 앙상한 몸의 스필만은 혼신을 다해 건반을 두드린다. 마치 피아노 건반이 음식이 되고 물이 되고 가족이 되는 것처럼 마지막 혼을 뿜어낸다. 구부러졌던 손가락은 펴지고 콧김은 들어오는 햇살에 선명하며 쌓였던 먼지는 눈처럼 휘날린다.

독일군의 만행과 유태인의 피해라는 새로울 것이 없는 소재를 택했어도 이 영화는 힘이 있고 울림이 있다.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신선한 기분이 드는 것은 로만 폴란스키 감독 스타일을 벗어난 허리우드의 정석을 따른 영화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국가: 독, 프, 영, 폴란드
감독: 로만 폴란스키
출연: 애드리언 브로디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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