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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흑과 백(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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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흑과 백(1958)
  • 의약뉴스
  • 승인 2014.01.19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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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여자는 겁이 없다. 남자가 그리운 여자는 수갑을 찬 범죄자라도 쉽게 사랑한다. 남자 없이 살 수 없는 여자는 어린 아들이 사랑의 방해자일 뿐이다.

스탠리 크레이머 감독의 ‘흑과 백’(원제: THE Defiant Ones)은 두 남자에 대한 이야기다. (여자는 그저 양념으로 들어가는 곁다리 일뿐이다.)

빌리 와일더 감독의 ‘뜨거운 것이 좋아’(1959)에서 여장 남자로 화려한 연기를 펼쳤던 토니 커티스가 백인 주인공 잭슨 역을 맡았다. 노만 쥬이슨 감독의 ‘밤의 열기속으로’(1967) 에서 열연한 시드니 포이티어가 흑인주인공 컬렌으로 나온다.

대 놓고 "나 외로운 여자"라고 잭슨을 꼬시는 여자는 한창 물이 올라 곧 터져도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는 카라 월리엄스다.

도피자금으로 400달러라는 거액도 있고 부족하면 농장도 팔 결심까지 하면서 매달리는 여자를 잭슨이 밀쳐내는 것은 아무리 영화라고 해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다. (잡히면 적어도 20년은 감옥에 있어야 한다.)

 
그것도 흑인 죄수를 살려내기 위한 이유라면 말이다. 하지만 영화를 처음부터 찬찬히 본 사람이라면 잭슨의 심정도 어느 정도 이해할만하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야심한 밤, 호송차 안에서 구슬픈 노래 소리가 들린다.

가수는 흑인 죄수이고 앞자리에 탄 경찰이나 동료들이 연탄을 연탄이라고 부르듯 흑인을 이 검둥이 자식, 이제 노래 그쳐! 라고 화를 내도 흐느끼는 듯안 곡조는 계속되고 분위기는 험악하고 그 때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차의 서치라이트는 눈이 부시고 운전수는 이를 피하다 트럭은 전복한다.

나머지 죄수들은 다 있는데 한 묶음으로 묶여 있던 백인과 흑인은 보이지 않는다. 두 사람이 탈출하고 추격대가 조직된다.

쇠사슬에 굴비처럼 묶여 있으니 이들은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남부로 가려는 잭슨과 북부로 가자고 주장하는 컬렌이 마찰한다. 의견이 맞지 않아 서로 싸우고 주먹질한다. 불어난 물을 건너고 빠진 구덩이에서 나오면서 두 사람은 서로를 조금씩 이해한다.

도망가기를 멈추고 쉴 때면 어김없이 과거를 회상하거나 백만장자의 꿈을 이야기 한다. 그리고 담배를 나눠 핀다.

보안관과 자발적 추격자와 그들이 데려온 사냥개가 이들의 뒤를 바짝 쫒는다.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긴 흑과 백은 어느 마을에 도착한다. 그리고 밤이 깊기를 기다려 지붕을 통해 집으로 침입하다 발각되고 마을 주민들에 의해 잡힌다.

교수형 위기에서 자신들처럼 손에 수갑자국이 선명한 사람의 도움으로 탈출에 성공한 그들은 어린 아들과 홀로 살고 있는 외로운 여인의 집으로 들어간다. (맨 앞부분에 언급한 바로 그 외로운 여자 카라 월리엄스가 두 남자를 맞는다.)

사랑에 굶주린 여자는 흑인은 관심이 없고 무시한다. (영화의 중간중간에 흑인을 비하하는 대목이 선명한 것처럼.)

백인의 상처를 치료해 주고 그날 밤을 함께 한다. 날이 밝았고 여자는 씻는 남자에게 남편의 옷을 주면서 남편과 체형이 같다고 환하게 웃는다. 여자는 높은 건물이 하늘까지 닿는 대도시를 선호한다. 이곳을 떠나자고 남자를 조른다.

창고에는 마침 고장 난 차도 있다. 차 수리공 출신의 잭슨은 금세 시동을 걸고 둘은 도망칠 궁리고 들떠 있는데 그 때 흑인 컬렌이 두 사람 앞에 선다. 잭슨은 미안한 마음에 "너한테도 같은 기회가 올거"라고 위로한다.

컬렌은 기차를 타기위해 산 속으로 들어가고 두 사람은 마냥 행복한데 잭슨은 여자에게 묻는다. 컬렌이 잡히면 어떻게 될지 아느냐고? 이 질문 하나가 영화의 극적인 반전을 이끈다. 못 잡는다. 늪지대를 거쳐서 살아난 사람이 없다고 여자가 말한다.

왜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느냐고 남자가 화를 내고 여자는 만약 흑인이 잡혔을 경우를 대비했다는 말을 한다. 잭슨은 여자를 친다. 버림 받을 위기에 처했던 아들은 옆총을 발사한다.

빗맞은 몸으로 잭슨은 컬렌이 같던 방향으로 사라진다. 두 사람은 숲속 늪지대를 통과해 기차가 속도를 줄이는 언덕으로 달려간다. 컬렌이 먼저 차에 오르고 잭슨이 뒤따라오지만 올라타지 못한다.

두 사람은 같이 아래로 굴러 떨어진다. 잭슨을 가슴으로 안은 컬렌은 노래를 부른다. 호송차 안에서 그리고 마을 주민에 잡혀 포승줄에 묶여 있을 때 불렀던 바로 그 노래를 애잔하게 부른다. 사냥개가 오고 권총을 겨눈 보안관 앞에서도 컬렌의 가슴 저미는 리듬은 멈추지 않는다.

이 영화는 흑인과 백인 두 죄수를 앞세워 인종갈등을 정면에서 다뤘다. 언제나 고개를 숙이고 ‘생큐’를 연발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흑인과 그 흑인을 부려 먹으면서 사는 백인의 우월주의가 영화 곳곳에 스며있다.

영화가 나온 꼭 5년 후 흑인 인권운동가 재시 잭슨 목사는 ‘나에게는 꿈이 있다’는 명연설을 한다. 내 아이들이 피부색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고 인격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나라에서 살게 되는 그런 꿈 말이다. (50년이 넘게 흐른 지금 그 꿈은 이루어 졌을까.)

국가: 미국

감독: 스탠리 크레이머

출연: 토니 커티스, 시드니 포이티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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