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4-25 18:17 (목)
43. 모스크바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1979)
상태바
43. 모스크바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1979)
  • 의약뉴스
  • 승인 2012.11.05 17: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주에 소개한 우디 알랜 감독의 한나와 그 자매들(1986)의 주인공은 세 명의 여자들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번에 소개할 영화도 세 명의 여자들이 등장한다. 한나와 그 자매들과 마찬가지로 블라드미르 멘쇼프 감독의 ‘모스크바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 역시 세 여자의 사랑이 영화의 핵심 포인트다.

코미디적 요소가 가미됐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두 영화는 일란성 쌍둥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싶다.

헐리우드 영화인가 헷갈리기까지 한데 끝까지 다 보고 나서도 그런 의문은 좀체 풀리지 않는다. 1958년 모스크바가 영화의 중심 배경이다. 카테리나 (베라 알렌토바)는 전문학교 자격시험에 겨우 2점이 부족해 낙방한다.

노동자 기숙사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겁다. 하지만 공장에서 일하는 것을 부끄러워하거나 기죽지 않는 당찬 여성이다.

어느 날 대학교수인 카테리나의 큰 아버지 부부가 여행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집을 봐주기 위해 아파트로 짐을 옮겨온다. 잠시 지만 세 명의 여자는 신이 났다. 모여서 작당 모의를 한다. 파티를 열어 행정관 시인 방송국 카메라맨 하키선수 등 저명인사를 초대한다.

 

콘서트를 콘싸트로 발음할 만큼 모스크바 생활에 익숙해 있지 않은 여공들 이지만 파티장 에서는 교수의 딸이다.

잘생기고 성격 좋고 성공한 남자 만나기를 원하는 세계 공통의 바람은 이들을 거짓말 장이로 만든다. 공장 기숙사에서 생활하지만 아파트에서 산다고 하거나 주말엔 별장으로 놀러 간다고 하고 운전은 기사가 한다는 등 둘러대는데 도가 텄다.

어쨌든 파티는 성공적으로 끝나고 카테리나는 카메라맨과 연애를 한다. 그리고 마침내 육체적 교접에 이르고 임신을 한다. 이 사실을 통보받은 남자는 여자를 떠나고 남겨진 여자는 18년 동안 딸을 홀로 키우며 여공에서 공장 감독관으로 성공한다.

성공한 여자에게 남자가 딸을 보고 싶다는 핑계로 찾아오지만 이번에는 여자가 매정하게 남자를 돌려 세운다. 그리고 여자는 기차역에서 그렇게도 싫어하는 구두가 더러운 남자에게 이끌린다. 남자는 매력적이다.

여자를 위해 밖에서 여러 시간을 기다리기도 하고 음식을 직접 만들기도 하면서 여자와 딸의 환심을 산다. 그리고 생일을 핑계로 야외에서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깊어가는 가을 숲에서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나무 의자에 기대 표피가 하얀 자작나무를 배경으로 낮잠을 자는 카테리나에게 담뇨를 덮어주는 남자는 더 없이 자상하다. 친구들은 그를 제작 기술의 달인이며 최고의 연구원이라고 칭찬한다.

여자는 남자가 코를 골아도 잠을 뒤척여도 마냥 사랑스럽기만 하다. 연구원은 여자를 사랑하는 만큼이나 그녀의 딸도 아낀다. 딸이 남자 친구 문제로 어려움을 겪자 직접 5명의 건달들을 때려눕히는 등 주먹도 자랑한다.

그러나 사랑이 맺어지면 갈등도 생기는 법. 딸의 아버지가 집에 찾아오고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남자는 집을 나간다. 폭력사용을 해서는 안된다는 여자의 다짐에 알았다고 대답하고는 이런 식으로 한 번 더 내게 말한다면 안돌아 오겠다고 위협한다.

그리고 실제로 8일간 집을 떠난다. 카테리아의 친구 남자가 찾아 나서고 남자는 다시 여자와 합류한다.

터프하고 개성 있고 정의감 있는 연구원은 갈수록 찌질이로 변한다. 따라서 영화의 후반부는 탄력을 받기보다는 신파조로 흐르면서 힘을 잃는다. 아쉬운 대목이다. 나머지 두 명의 여자는 카테리나의 보조역 정도로 크게 언급할 만한 내용이 없다.

영화는 구소련에서 크게 히트 했으며 81년도에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받는 등 유명세를 탔다. 영화 제목을 암시하는 내용은 명확하지 않다. 다만 눈물 대신 사랑을 믿는다는 말이 나오는 것을 보면 악어의 눈물 보다는 진실된 사랑의 힘을 더 강조하는 듯싶다.

좀 더 너그러운 마음을 가진 사랑하는 젊은 남녀라면 낙엽진 이 가을에 보기에 적당한 영화다. 러시아어의 강한 억양과 부드러운 음악이 멋진 조화를 이룬다.

국가: 러시아
감독: 블라디미르 멘쇼프
출연: 베라 알렌토바, 이리나 무라뵤바, 알렉세이 바탈로프
평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