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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선셋대로(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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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선셋대로(1950)
  • 의약뉴스
  • 승인 2012.10.2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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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3년 임기를 마친 한 단체장은 손이 떨린다고 우울한 표정으로 말한 적이 있다. 자다가도 사인하는 꿈을 꾸거나 법인카드로 결재하는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고 하소연 했다.

언제나 보고를 받고 결제를 했는데 물러나니 이런 금단 증상이 나타났다는 것. 많이 서운하고 다시 장의 자리에 도전하고 싶은 열망이 하루에도 수차례씩 일어나니 어쩌면 좋겠느냐고 해답을 물은 적이 있다.

빌리 와일더 감독의 선셋대로( 원제: Sunset Boulevard)를 보고나서 갑자기 이 단체장의 말이 떠올랐다. 정점에 있다가 물러난 사람들이 겪는 고통은 평범한 사람들은 잘 모른다. 단체장도 손이 떨릴 정도로 심한 후유증을 앓고 있는데 대중의 스타였다가 잊혀진 존재로 전락한 여배우라면 감히 상상이 가는가.

무성영화 시대의 대배우 노마 데스먼드(글로리아 스완슨)는 테크니컬 컬러가 유행하는 시대에 한 물 간 노배우로 취급 받는다. 들어오는 배역도 없고 언론은 관심조차 안 둔다. 이 배우의 쓸쓸한 이야기가  영화의 중심축이다.

여배우는 화려했던 시절 벌어놓은 돈으로 대저택에서 산다. 호사스런 말년을 보내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자살을 시도하는 등 매우 우울 하다. 노마가 있어야 할 곳은 풀 장과 테니스 장이 있는 성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는 큰 집이 아니라 카메라 후레쉬가 펑펑 터지는 영화의 복판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6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별로 유명할 것도 없는 무명의 시나리오 작가 조 길리스( 월리엄 홀든)는 원고마다 퇴짜를 맞아 생계가 걱정이다. 차는 압류될 위기에 처해있다. 우연히 선셋대로를 가다 저택을 발견하고 견인해 가지 못하도록 차를 숨겨 놓는다. 그러다 관리인 맥스(에리히 폰 스트로 하임)의 눈에 띄고 노마와 만난다.

노마는 죽은 원숭이를 처리하는 장의사로 착각했으나 시나리오 작가라는 사실을 알고 그가 쓴 대본을 보여준다. 그는 먹여주고 재워 주는 조건으로 로마의 시나리오를 손본다. 손 볼 곳이 너무 많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멜로드라마 수준이지만 노마는 자신이 나오는 부분은 수정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는다.

어찌어찌 하여 두 사람은 연인관계로 발전한다. 늙고 대중에서 멀어진 여배우와 능력 없는 미래가 막막한 무명의 시나리오 작가는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 였는지 모른다. 노마는 자신을 따돌린 세상을 향한 복수심에 불타오른다.

이런 욕망은 조 길리스에게 비싼 옷을 사주고 금으로 된 담뱃값을 선물하는 낭비로 풀기도 한다. 화려한 과거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노마는 더 과거에 집착하게 되고 광기는 점점 심해진다.

거실을 자신의 사진으로 도배를 해 놓은 것으로도 모자라 아예 전용 영화관을 만들어 자신이 주연으로 나왔던 부분만을 반복해서 보기도 한다. 그런 노마에 질린 조 길리스는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거리로 나선다.

 
이별이다.  친구들이 있는 송년 파티장으로 간다. 그 때 노마가 자살을 시도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는 다시 저택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마음은 이미 떠났다. 공허한 마음의 가운데는 친구의 약혼녀 베티 새퍼(낸시 올슨) 가 치고 들어 온다. 두 사람은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한다.

하지만 이 역시 이루어 질 수 없다. 노마의 질투가 대단하다. 이런 가운데 노마는 자신과 함께 했던 감독과 만나지만 감독은 그녀와 같이 일할 생각이 없다. 영화사가 전화한 것은 출연약속 때문이 아니라 그녀가 가지고 있는 낡고 오래된 차를 소품으로 빌리기 위해서이다.

이런 사실도 모르는 노마는 감독이 이번 작품이 끝나면 부른다고 했다고 기대에 들떠 있다.  머리를 다듬고 9시에 잠을 자고 가혹하리 만큼 몸매 관리에 들어간다. 충실한 맥스는 알고도 모른 척 한 시대를 풍미했던 최고 배우의 화려한 부활에 바람을 불어 넣는다.

한편 조 길리스는 베티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노마의 전화 내용을 듣고는 그녀가 선물한 시계 등을 던지고 울고 불고 하는 만류에도 불구하고 집을 나선다. 그의 등 뒤로 세발의 총성이 울린다. 경찰과 기자들이 사이렌을 울리며 달려온다. 뉴스 촬영용 영화차량도 온다.

경찰의 심문에 심드렁하던 그녀는 카메라가 왔다는 말에 눈빛이 달라진다. 계단을 내려오는 그녀를 향해 카메라는 연신 셔터를 누르고 한 때 감독이었으며 노마의 첫 남편이었던 맥스는 기사들에게 촬영 준비를 지시한다.

노마는 말한다. 준비됐다, 클로즈업을 찍자. 전지현, 김윤석 등 스타를 동원해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오락 영화 도둑들(2012)의 최동훈 감독은 “소름끼치도록 무섭고도 아름다운 영화”인 선셋대로를 내 인생의 영화라고 최근의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국가: 미국
감독: 빌리 와일더
출연: 글로리아 스완슨, 조 길리스, 낸시 올슨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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