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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망향(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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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망향(1937)
  • 의약뉴스
  • 승인 2012.10.07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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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남성이 여성보다 성적으로 우위에 있었던 적이 있었다. 쥴리앙 뒤비비에 감독의 망향(원제: Pepe Le Moko)을 보면 이런 사실을 더욱 실감하게 된다.

주인공 페페 (장가방)는 바람둥이다. 연인이 있으면서도 연인 앞에서 버젓이 다른 여자를 사랑한다.

그것도 모자라 새로운 연인과 연인관계를 잘 맺을 수 있도록 옛 여인을 활용하기도 하는 대담함을 보인다. 파렴치 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과거에는 그것이 가능했다.프랑스의 1930년 후반, 적어도 영화에서는 말이다.

페페는 은행 강도를 저지르고 프랑스령 알제리 카스바로 도피해 왔다. 알제리 경찰 슬리만 (루카스 그리두스)은 그를 잡기 위해 노심초사 하지만 카스바에서 그를 체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도로는 후미지고 밀림 속처럼 교차하고 좁은 계단은 가파르며 테라스는 서로 연결돼 있어 숨기가 쉽고 도주가 용이하다.

그 복잡한 곳에 원주민은 물론 이주민 아라비아인 중국인 집시 등 1만 명이 살 곳에 4만 명이 살면서 서로 엉켜 있다.

 
여기서 페페는 두목 노릇을 하면서 주민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그러니 무리지어 다니는 경찰의 기습에도 여유롭다. 숨어 있는 곳을 찾아 아지트를 조여오고 서로 총격전을 벌여도 그를 체포하는 것은 허황된 꿈처럼 보인다.

그가 죽으면 3천명의 과부가 생길 정도로 많은 여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페페는 카스바에서 절대적인 존재다.

그런 어느 날 한 주민의 배신으로 동료가 죽고 상심한 페페에게 파리에서 여행 온 예쁜 여자 가비 (미레유 발랭)가 나타난다. 페페는 한 눈에 반하고 가비 역시 돈은 많지만 나이 많고 뚱뚱한 남자를 무시하면서 사랑의 속도는 거침없이 나아간다.

사랑을 하면 눈이 멀고 위험은 안중에도 없다는 사실을 이 영화는 또 한 번 상기 시킨다. 페페는 죽음 앞으로 한 발 다가간다. 그는 제발로 카스바를 벗어나 시내 호텔에서 여자를 만나는 과감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카스바를 떠나는 순간 경찰에 체포될 것을 알지만 여자의 매력은 죽음과도 바꿀 만큼 강렬하다. 여자를 만나러 가는 길은 황천길이지만 내달리는 발걸음은 경쾌하다.

경찰은 뒤를 미행하고 호텔 앞에서 기다린다. 뒤 쫒아온 옛 여인은 경찰에게 페페가 부두에 있다고 밀고하고 경찰은 갑판에서 그를 체포한다. 선실 밖으로 나온 가비는 페페가 부르는 소리를 뱃고동 소리 때문에 듣지 못하고 뚱보를 따라 프랑스로 떠난다.

경찰의 눈을 피해 숨겨둔 칼로 자해하는 페페는 끝내 여자와 주고받던 파리의 아름다운 거리를 거닐지 못하고 차가운 시체가 된다. 왜 망향인가 하는 제목에 의아함이 들기도 하지만 카스바에 갇혀 오도 가도 못하는 페페의 신세를 생각하면 이해할 만도 하다.

한때 파리에서 생활했던 그리움이 파리의 여자를 만나자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가고 결국 자기의 견고한 성을 제발로 걸어 나오는 장면이 고향에 대한 향수와 겹쳐진다. 몽마르뜨르, 샹젤리제 등 여러 도시를 여자와 함께 회상 할 때 그의 눈은 갇힌 세계를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으로 번득인다.
국가: 프랑스
감독: 쥴리앙 뒤비비에
출연: 장가방, 미에유 발랭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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