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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서부전선 이상없다(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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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서부전선 이상없다(1930)
  • 의약뉴스
  • 승인 2012.09.0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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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의 징병에 젊은이와 어머니들이 적극 부응해야 한다."

"징병제 실시로 비로소 조선인이 명실상부한 황국신민이 됐다."

"대동아전쟁은 세계 평화를 도모하려는 것이다."

일제 시대, 시인 언론인 정치인들이 앞다퉈 전쟁에 나가라고 징병을 독려했다. 이것도 모자라 기관총과 비행기를 사서 바치고 수시로 국방헌금을 냈다.

비참한 시대, 비굴한 지식인들이 수많은 이 땅의 젊은이들을 사지로 내몰았다. 이런 일은 독일에서도 일어났다. 우리와 다른 점이라면 일본이 아닌 자기나라 독일을 위해 했다는 점이다.

참전용사 였던 루이스 마일스톤 감독의 ‘서부전선 이상 없다’ (원제: ALL QUIET ON THE WESTERN FRONT)는 머리에 피도 안마른 20살도 안된 어린 학생을 선동해 전쟁터로 내모는 비정한 교수의 피끊는 연설로 시작된다. 교수는 말한다.

조국과 나라를 위해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인가. 조국이 부르고 있다. 어느 학교 어느 학급이 그런 부름에 따른다면 바로 이 학교 이 학급 학생들이라는 자부심을 가져라. 조국을 위해 군복을 입는 것은 명예로운 일, 드디어 때가 왔다, 전투에서 최고가 돼라. 조국을 위한 죽음은 달콤하고 가치가 있다.

학생들은 환호한다. 너도 나도 가겠다고 야단이다. 책과 노트는 짓밟히고 군가를 부르는 학생들은 무리지어 입대한다. 환호는 여기까지다. 전쟁이 무엇인지, 삶과 죽음이 어떤 것인지 조차 알지 못한 학생들이 제식 훈련 몇 번 받고 바로 전선에 투입된다. 포탄이 천지를 뒤흔든다. 첫 전투에서 학우 한명이 부상을 당하고 죽는다.

 
삼촌이 준 특수가죽으로 만든 최고급 군화는 더 이상 쓸모가 없다. 프란츠(벤 알렉산더)가 죽자 뮬러가 가죽신을 받고 좋아하지만 그도 역시 죽는다. 죽는 것이 밥 먹는 것보다 쉬운 전선에서 교수의 충동과 막연한 애국심은 이제 환멸과 악몽으로 뒤바뀐다.

살아남은 자들도 죽음의 그림자가 가득하다.  주인공 폴( 류 에이리스)은 포탄을 잘도 피한다. 언제나 먹을 것을 구해다 주는 친절한 카진스키( 루이스 월하임)는 군대생활의 큰 힘이다. 굶주림에 지친 어느 밤, 폴의 2중대에 철망작업 지시가 떨어진다.

트럭에 실려 폴의 부대는 야간이동을 한다. 적의 예광탄이 번쩍인다. 비는 적의 포탄 만큼이나 억수로 쏟아 진다. 공포 절규 쥐떼의 습격 그야말로 지옥이 따로 없다. 더이상 전쟁의 참여가 낭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이런 생각도 잠시 착검한 적군은 쉴새없이 밀려든다. 백병전이다. 포 맞아 죽고 총맞아 죽고 칼에 찔려 죽고 야전삽에 터져 죽고 아수라장이 따로 없다.

황제나 장군이나 당이나 또 누군가는 전쟁으로 이득을 본다고 하지만 죽는자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전쟁은 계속된다. 폴은 백병전 중에 참호 안에서 프랑스 군인을 찔러 죽인다.

죽은자의 표정은 웃고 있다. 그의 옷을 뒤져 아내와 딸이 행복하게 웃고 있는 사진을 본다. 폴은 괴롭다. 용서해 달라고 말하지만 그는 이미 죽어 용서할 수 없다.

폴은 휴가를 받아 고향에 돌아온다. 남아 있는 사람은 전쟁을 모른다. 폴은 학교에 간다. 그곳에서 자신에게 징병을 독려했던 교수가 또 다른 학생들을 선동하는 것을 본다.

교수는 폴에게 조국을 지키는 것의 의미에 대해 말해주라고 한다. 폴은 말한다. 너희가 모르는 이야기는 안한다. 참호는 처참하다. 살려고 하나 죽는 사람이 더 많다.

조국을 위해 죽는 것은 추하고 고통스럽다. 죽느니 살아남아라. 학생들은 야유를 보낸다. 폴은 휴가를 채우지 않고 귀대한다. 폐허가 된 2중대에 신참들이 들어찼다. 16살 먹은 애송들이 겁에 질려 있다. 카진스키를 만난다.

하지만 두 사람의 재회도 잠시 카진스키는 포탄으로 죽는다.

참호에서 폴은 평화롭게 앉아 있는 나비를 본다. 나비를 향해 왼팔을 뻗는 폴. 그 때 망원경을 단 저격병이 조준한다. 핑, 떨던 손이 멈추고 더는 움직이지 않는다. 레마르크의 소설이 원작이다. 그해 아카데미 감독, 작품상 등 7개 부문을 수상했다.

나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독일에서 이 영화가 검열에 통과됐다고 하니 영화만큼이나 놀랍다.

국가: 미국
감독: 루이스 마일스톤
출연: 류 에이리스, 존 레이, 루이스 월하임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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