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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지상에서 영원으로(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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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지상에서 영원으로(1953)
  • 의약뉴스
  • 승인 2012.08.11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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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 막장 드라마가 유행이라 상사의 부인을 유혹하는 부하의 이야기는 얘기 거리도 안된다. 하지만 시대가 1941년 화와이 주둔 미군부대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말은 달라진다.

중대장은 부대 지휘 보다는 영외로 나가 술을 먹고 외도하는 일에 정신이 팔려 있다. 이대로 가면 부대는 엉망이 되겠지만 영리한 참모 중사 워든(버트 랭카스터)이 일을 척척 처리하니 문제될 것이 없다.

어느 날 오른쪽 어깨에 M1 소총을 매고 구령에 맞춰 제식훈련을 하는 연병장에 더블백을 맨 신참 부대원이 도착한다. 이 신참 사병인 프루이트 (몽고메리 클리프드 )에게 마지오( 프랭크 시네트라)는 최악의 부대에 배치됐다고 걱정한다.

신참은 스파링을 하다 동료의 눈을 멀게 한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중대장은 사기진작에는 권투만한 것이 없다며 재능있는 그가 미들급 선수로 부대 대항에 출전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신참은 이 제의를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이 모습을 지켜보는 중사는 처음부터 그를 마음에 들어 한다. 남자답고 군인답고 잘생긴 그에게 호감을 보인다. 군대생활이 꼬이겠다는 것은 더 안 봐도 알겠다. 부대는 집요하게 선수로 출전할 것을 강요하고 이를 거부하는 그에게 갖은 악행이 가해진다.

 
제식훈련을 따로 시키는가 하면 포복 훈련 중에는 진흙탕 물을 튀기고 총기결합을 제일 먼저 했음에도 트집을 잡아 완전군장으로 연병장을 돌게 하고 청소하는 와중에 물을 끼얹기도 한다. 그래도 그는 끝까지 고집을 부린다.

영화는 갈수록 긴장감이 팽팽하다. 그러던 어느 날 부대로 뚜껑이 열린 흰색 스포츠 카를 몰고 육감적인 여인(데보라 커)이 온다. 이를 지켜보는 중사의 눈이 예사롭지 않다. 가까이 다가온 부인의 눈에도 스파크가 인다.

불륜으로 직행하는 일만 남았다. 하지만 감독은 관객의 애간장을 조금 더 녹인다. 집으로 돌아온 부인은 남편인 중대장과 옥신각신한다. 흔한 래퍼토리다. 집에서는 짜증을 내고 밖에서는 환호하는 외도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프루이트는 여전히 권투를 하라는 압력을 받는다. 동료들은 저렇게 좋은 놈이 당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하면서도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훈련의 강도는 더 세지고 타킷은 그에게 집중된다. 괴로운 군대생활이 남의 일 같지 않다.

군대를 다녀온 이 땅의 모든 남자들은 거의 대부분 지옥에서 온 악당같은 고참 때문에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고통을 받은 경험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몽고메리가 더 측은하다. 하지만 그가 꺾인 다면 영화는 싱겁다.

권투를 해라, 못 한다 옥신각신 하는 사이 감독은 중대장 부인과 그의 부하 중사를 한 장소에 몰아넣는다. 비가 억수같이 퍼붓는다. 비에 젖은 남자가 문을 두드린다. 반바지 차림의 여자가 문을 연다. 창밖의 야자수 잎은 작은 바람에도 흔들린다.

남편은 시내에 나가고 없다. 불장난하기에 딱 좋은 조건이다. 키스는 본격적으로 전개될 외도의 전주곡에 지나지 않는다. 해변에서 두 사람은 영화사에 남을 멋진 키스를 한다. 파도가 흰 포말을 뿌리는데 그 속에서 입을 맞춘 남녀의 얼굴은 욕정에 들떠있다.

물에 젖은 여자의 모습이 고혹적이다. 키스를 끝낸 여자는 사지를 뻗고 모래사장에 벌렁 눕는다. 다시 입과 입이 겹쳐진다. 두 사람의 사랑이 깊어가지만 갈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째째한 중사는 여자의 남성편력을 따진다. 여자는 마지못해 자신이 이제는 아기도 가질 수 없는 구질구질한 과거의 사연을 말한다. 그제 서야 남자는 여자를 이해한다. 그러는 사이 직업군인들이 제일 좋아하는 월급날이 온다. 친구 마지오와 몽고메리는 시내로 나가 진탕 마신다.

거기서 몽고메리는 술집여자 로린을 만난다. 이들도 첫눈에 반한다. 하지만 사랑은 중사 커플처럼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프루이트가 사랑에 괴로워 하는 사이 마지오는 뚱보라는 별명을 가진 괴팍스런 영창 근무 하사( 어니스트 보그나인)가 치는 피아노 소리를 못마땅해 한다.

두 사람의 갈등이 또 다른 줄거리를 만들어 낸다. 보초를 서다 부대를 이탈해 술집에 온 마지오는 순찰을 도는 헌병을 때리다 잡혀 6개월 형을 받는다. 그곳에서 영창하사를 만나 죽사발이 된다. 발로 배를 차이고 주먹으로 얼굴과 배를 밥먹듯이 얻어맞는다.

침을 뱉는 것으로 분풀이를 하던 마지오는 어느 날 영창을 탈출해 프루이트를 찾아온다. 그리고 그의 품에 안겨 죽는다.

모두가 잠든 고용한 밤. 진혼 나팔이 울린다. 1등 나팔수 였던 프루이트가 그를 위해 나팔을 분다. 중사도 복도로 나오고 모든 사병이 자다 일어나 그의 애절한 나팔 소리를 듣는다. 나팔병의 두 눈에 눈물방울이 흐른다. 그는 동료의 복수를 결심한다.

가게에서 나오는 영창하사와 재크나이프 결투를 벌여 그를 살해한다. 살해와중에 상처를 입은 그는 여자친구 로린 집에 피신한다. 탈영 3일째 이지만 중사는 모른 채 넘어간다. 술에 젖어 살고 있는 어느 날 라디오 방송은 일본군의 진주만 습격을 다급하게 보도한다.

군대는 당신을 싫어한다며 말리는 로린을 두고 프루이트는 귀대하다 순찰을 도는 병사의 총에 맞아 죽는다.

중대장은 부대소홀의 책임을 물어 해임되고 여자는 장교가 돼서 같이 미국 본토로 가자는 제의를 거부한 중사와 헤어져 귀국선을 탄다. 배에는 나팔 피스를 들고있는 프루이트의 애인도 함께 있다.

프레드 진네만 감독의 지상에서 영원으로(원제: FROM HERE TO ETERNITY)는 개봉당시 간통과 부패, 약자를 괴롭히는 치부를 적나라하게 그려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오스카 작품상 등 8개부분상을 석권했다.

( 덤: 한국에서도 1956년 개봉됐다. 영창하사로 악역을 맡았던 성격파 배우 어니스트 보그나인이 지난 7월 8일 95세의 일기로 사망했다고 외신은 일제히 보도했다. 나팔병에게는 개인화기와도 같은 마우스피스로 부는 몽고메리의 나팔소리가 일품이다.)

국가:미국
감독:프레드 진네만
출연:버트 랭가스터, 몽고메리 크리프드, 데보라 카, 도나 리드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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