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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워터프론트(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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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워터프론트(1954)
  • 의약뉴스
  • 승인 2012.07.15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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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한 노조는 어느 나라 어느 시기나 있기 마련이다.

질긴 부패의 고리는 어용노조로 새롭게 변신하기도 한다. 엘리아 카잔 감독의 워터프론트(원제 on the waterfront)는 부두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무늬만 노조인 가짜노조에 관한 이야기다.

노조의 우두머리 조니 프렌들리( 리 J. 콥)는 졸개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돈과 힘으로 노조를 장악하고 막대한 이득을 챙긴다. 이들은 자신의 행동에 반기를 드는 노조원들을 가짜없이 학대하고 심지어 살인도 서슴치 않는다. 경찰은 허수아비다.

어느 날 밀고자로 몰린 한 노동자가 옥상에서 떨어져 숨진다. 프렌들리의 졸개들은 슬퍼하기는 커녕 "조용히 있어야 오래 사는데 그러지 못해 저꼴이 난다"고 비아냥 거린다. 하기사 그들 일당이 옥상에서 밀어 떨어뜨려 죽인 것이니 더 무슨 말을 하겠는가.

그들 표현대로 "나불거리기는 하지만 날지 못해" 죽은 이의 누이 이디 ( 에바 마리 세인트) 가 울부짓는다. 하지만 운다고 해서 그의 죽음이 개죽음을 면하는 것은 아니다.

이디는 어슬렁 거리는 프렌들리의 한패인 테리( 말론 블랜도)의 따귀를 올려 붙인다. 테리는 그가 이디의 누이라는 것을 알고 고민한다. 둘은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한다. 살인에 가담한 동생의 살인자를 사랑하는 이디의 마음은 아리다.

신부는 노동자들을 설득해 프렌들리 일당의 악행을 증언하라고 부추긴다. 하지만 누구하나 선뜻 나서지 못한다. 먹고 살기 위한 민초들의 선택은 정의나 양심보다는 당장의 밥이 더 중요하다.

한편 테리는 형 찰리 (로드 스타이거)가 노조 우두머리의 측근으로 활동하므로 편한 일자리를 얻는다. 편하기만을 생각했다면 테리의 일생은 더 없이 평온했을 것이다. 형이 죽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하지만 테리는 이디와의 사랑이 깊어질 수록 양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이런 와중에 노조에 반대하는 한 노동자가 고의에 의한 압사사고를 당한다.

 
테리는 세상에는 돈보다 더 중요한 것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는 악당보다는 정의의 편에 서기로 결심하고 그렇게 행동한다.

이를 눈치챈 형은 동생을 설득한다. 편하게 살 수 있는데 왜 그러느냐고 동생을 압박한다. 차 안에서 말론 브랜도는 그 유명한 대사로 형의 제의를 거절한다. " 나도 고상해 질 수 있었다, 도전자가 될 수 있었어. 지금처럼 날건달이 아닌 누군가가 될 수 있었다고!)

동생은 권투선수 시절 형의 지시로 뿐돈을 얻는 댓가로 일부러 저준 권투시합을 떠올린다. 그리고 권총으로 협박하는 형을 조용히 밀어 낸다.

그런 동생을 프렌들리 일당은 좁은 골목길로 밀면서 트럭으로 치어 죽이려고 한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그의 눈에 죽은 형이 갈고리에 걸려 있는 모습이 보인다. 분노한 테리가 권총을 들고 살인자를 찾기 위해 나선다.

하지만 신부의 설득으로 살인대신 증언대에 선다. 부두 노동자들은 그를 따른다. 그에게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말론 브랜도의 젊을적 연기가 좋다. ( '대부'의 맏형역인 차가우면서도 우수어리고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는 이런 내공의 결과다.)

여전히 부패는 남의 일이 아니고 사회 곳곳에 기생충 처럼 암약한다.

양심이 악을 이기는 선악의 구조가 오늘날의 시점에서 보면 고리타분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의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고 양심은 언제나 위기 때마다 빛을 발한다. 누군가의 양심이 오늘도 어두운 곳을 밝은 빛으로 이끈다.

이 영화는 카잔 감독이 그 시절 반미 조사위원회에 참석해 공산주의자들과 관련된 증언대에 선 경험의 변명이나 사과를 배경으로 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시작할 때 나오는 우울한 음악은 패배자를 위한 위로곡 처럼 구슬프다.

국가: 미국

감독: 엘리아 카잔

출연: 말론 브랜도, 에바 마리 세인트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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