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또 걷지만 성과는 기대에 못미쳐

모 제약사 약국담당 영업사원 2년차의 생활을 보자. 16일 오전, 매출이 영 시원치 않다는 영업소장의 질책을 뒤로하고 약국으로 발길을 돌린다. 오늘은 기필코 주문을 받아 내리라.
가능하다면 신규도 하나 하고 싶다. 기존 거래가 벽에 부딪히면 새로운 거래처를 뚫는 것이 오히려 실적을 올리는데는 좋은 방법이다.
쉬지 않고 오전에만 10여곳의 약국을 돌았다. 하지만 간단한 소화제 감기약 등 실적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약 몇개만 주문 받았다. 그렇다고 게으름 부릴 수 없다. 점심을 먹은 후 10 여곳을 더 가기로 마음을 굳게 먹었다. 책도 한권 샀다. 여약사에게 소액 판촉을 하기위해서다.
한 약국에 가서는 드링크가 넘쳐나는 박스를 치워주기도 했고 잠시 한가한 틈이 난 약사와 날씨 등 세상사에 관해 이러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 약사에게 영양제 한개를 팔았다. 발 걸음이 가벼웠다.
소장의 눈에는 차지 않겠지만 오늘 만큼만 열심히 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기도 했다. 오후 다섯시가 넘어 영업소로 향했다. 그는 오늘 하루 15만원어치 주문을 받았다.
한 개국약사는 " 영업사원들이 힘들겠다" 며" 경기가 좋을 때는 전화 주문도 하고 했지만 지금은 서로 보기가 민망할 때가 있다" 고 말했다.
이 약사는 " 손님들이 찾는 것이 겨우 감기약 소화제 진통제 등 꼭 필요한 것만 요구하기 때문에 간장약 영양제 혈액순환제 등을 무턱대고 사입할 수 없다 " 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 가방을 들고 추운 겨울날 약국을 방문하는 영업사원을 보면 안쓰러울 때가 있다" 며 " 그런 사원들에게는 얼마간 재고로 남을 것을 예상하면서도 주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고 말했다.
한 제약사 영업소장은 " 지금같은 어려운 시기에는 한 번이라도 더 약국을 방문하고 판촉하는 수밖에 없다" 며 " 매번 신제품이 나오는 것도 아니어서 힘들지만 그럴 수록 더 열심히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bgusp@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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