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3-29 09:18 (금)
23. 저수지의 개들(1992)
상태바
23. 저수지의 개들(1992)
  • 의약뉴스
  • 승인 2012.06.11 08:37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무리의 우두머리는 뭔가 달라도 다르다.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갱의 세계에서는 더 말 할 필요가 없다.

한 순간의 실수로 자신은 물론 자식까지 황천길로 가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저수지의 개들 Reservoir Dogs( 1992)은 뛰어난 감을 가진 한 두목 조 ( 로렌스 티어니 분) 와 여러명의 졸개들에 관한 이야기다.

그런데 보스는 평소에 잘 해 나오다 마지막 순간의 실수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만든다. 후회는 항상 늦듯 그가 사태를 직감했을 때 조직원은 그 대신 스파이를 더 신뢰한다.

100% 확신을 해야 하고 100% 확신이 없을 때는 점검을 했어야 했다. 본능을 무시하면 안되고, 본능이 가리킬 때는 증거가 필요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았지만 갈 때가 됐는지 보스는 그러지 못했다. 결과는 예상한대로 개죽음이다.

시작은 우습다.

커피숍에 모인 갱들은 전설적인 팝가수 마돈나의 'Like a vergine'에 관한 음담패설로 왁자지껄 하다. 밝히는 여자 이야기라고 하기도 하고 경험있는 여자가 몸을 함부로 굴려 남자를 만나는 노래라고도 하고 흑인 남자를 만나는 백인여자의 섹스머신에 관한 이야기라고도 한다.

술자리에서 한번쯤 해볼 만한 평이한 이런 이야기가 타란티노 감독의 손을 거치면 장치가 되고 배경이 되고 캐릭터가 되고 예술로 되살아 난다. 팁을 내느니 마느니 하며 다투기도 하고 커피 리필은 한 시간에 3번이 아닌 적어도 6번은 해야 하고 세금폐지 이야기가 화제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갑자가 화면은 급하게 달리는 차안으로 바뀌어 배에 선혈이 낭자한 한 남자가 살려달라고 절규하고 운전하는 일당은 조금만 참아보자고 위로한다. 이들이 도착한 곳은 교외의 한 적한 창고.

다이아몬드 보석상을 턴 이들은 누군가 배신으로 경찰의 추격을 받고 피신해 있다.

두 사람이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서로 관심을 가질 시간이 지날 즈음 또다른 갱들이 속속 도착하면서 갈등은 고조된다. 서로를 믿지 못하는 가운데 이어지는 개그맨 뺨치고 남을 코믹한 대화, 섬세한 연기, 섬뜩한 폭행과 음악에 맞춰 춤추는 장면들은 타란티노가 왜 90년대 나타난 가장 위대한 감독인지 증명해 준다.

경찰관 생활 8개월인 애송이 경찰은 의자에 묶여 고문당하고 귀까지 잘리고 마침내 휘발유를 온 몸에 뒤짚어 쓰고 화형 당할 처지에 이른다. 외곽에 있는 경찰(물론 보이지는 않는다.)은 이런 상황을 짐작은 하지만 보스를 잡기 위해 진입을 유예하고 마침내 조가 나타난다.

 
조와 아들은 리허설까지 하면서 그들을 속이고 갱단에 합류한 LA경찰인 오렌지( 팀로스 분)를 배신자로 지목하지만 화이트( 하비 케이텔 분)는 아니다라고 하면서 조에게 권총을 겨눈다. 여기서 "본능이 가리킬 때는 증거가 필요없다"는 조의 그 유명한 대사가 나온다.

그리고 세사람은 동시에 방아쇠를 당기고 모두 죽는다.

탈출 과정에서 여자 운전사( 아마도 영화에서 여자가 등장하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의 총격으로 복부부상을 입은 오렌지는 죽으면서 "오, 미안해요, 난 경찰이예요" 하면서 자신의 신분을 고백하고 뒤늦게 이를 안 화이트는 분에 못이겨 그의 머리에 권총을 겨누지만 대기하고 있던 경찰의 총격에 죽는다.

죽는 장면은 나오지 않지만 콩 볶는 듯한 총소리는 두 사람이 모두 죽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발각 되어도 밀고 할 수 없도록 본명을 숨기고 색깔별로 이름을 붙여주는 감독의 센스는 이름대로 성격과 역할이 딱딱 맞아 떨어지면서 관객들을 침묵속으로 몰고간다.

한 번쯤 나올 법한 창녀와의 섹스도 없고 가장 활기차야 할 보석을 터는 장면이 없는데도 끝까지 손에 땀을 쥐는 것은 '죽이는' 감독 타란티노의 힘이다. ( 이 영화의 제목 저수지의 개들은 비디오 점원이었던 감독이 어느 날 단골이었던 손님이 루이말 감독의 '굿바이 칠드런'을 보고 저수지의 개 영화라고 표현한데서 따왔다고 한다.)

자신이 직접 갱단의 일원으로 출연한 타란티노는 이 영화 제작 2년 후 펄프픽션(1994)을 만들어 세계적 명성을 더욱 굳힌다.

국가: 미국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출연: 팀로스, 하비 케이텔, 스티브 부세미

평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기쁨 2012-06-16 13:38:09
훌륭한 글 입니다

이기쁨 2012-06-11 15:53:07
잘쓰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