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 대대로 살던 집을 떠나는 사람들의 사연은 하나다.
더이상 정든 고향땅에서는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존 포드 감독의 '분노의 포도 (원제 :THE GRAPES OF WRATH )는 자신들의 땅에서 쫒겨나 새로운 희망을 찾아 떠나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오클라호마의 지주들은 소작농들을 무자비하게 내쫒고 집을 부순다. 15가족 100여명의 사람들이 졸지에 집에 잃고 거리로 나 앉게 된 것이 불과 15일 전이다. 알고 지내던 동네 아들이 트렉터를 몰고 와서 집을 부술때 주민들은 총들고 저항하지만 속수무책이다.
애가 둘이고 장모까지 모셔야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은 안 보인다고 항변하는 소리에 할 말을 잃는다. 그는 내가 죽으면 다른 친구가 와서 부순다며 자신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소작농인 이들은 저항을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잘안다.
살인혐의로 7년 형을 언도 받고 4년만에 보석으로 풀려난 토미( 핸리 폰다 분)가족도 이주 대열에 합류한다. 가기 싫다며 버티는 할아버지를 커피에 진정제를 타 취하게 만든 후 멀고 먼 캘리포니아로 향한다. 집이 강제철거를 하루 앞둔 이른 새벽이다.
여기서 태어나고 여기서 죽었던 조상의 땅을 철거 명령이 적힌 종이한장 때문에 떠나야 하는 가족의 심정은 찢어질 듯 아프다. 하지만 트럭에 올라탄 12명의 대가족은 잠시 희망에 부풀어 있다.
캘리포니아는 정말 젖과 꿀이 넘쳐 흐를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도착하기만 하면 일자리가 생기고 일당도 넉넉해 정착해 살만할 곳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건조하고 메마른 흙먼지 속에 가득하다.
다 부서진 고물 화물차를 사고 남은 돈 150달러가 가진 재산의 전부라 해도 희망을 찾아 떠나는 이들의 앞길을 막지 못한다. 먹고 싶을 때면 언제나 오렌지를 먹고 포도는 배가 터지토록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은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힘이다.
차도 고장나고 기름도 떨어지고 돈도 바닥났지만 토미 가족은 한 줄기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것이다.
'서부로, 서부로' 트럭의 행렬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하지만 곧 이런 꿈은 그곳을 이미 거쳐온 사람의 말을 통해 헛된 속임수에 걸려든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곳에서 토미는 과일 따는 인부를 모집한다는 관리인에게 '위임장은 있는지 언제 어디서 얼마를 줄지 계약하지 않으면 일 할 수 없다'고 항의하는 한 젊은이의 말을 듣는다.
이 젊은이는 관리인의 권총 공격을 받지만 도망치고 옆에 있는 여자가 총에 맞는다. 젊은이와 함께 이런 부조리한 현실을 바꿔 보려고 노력하던 일행이었던 목사는 허망하게 관리인의 몽둥이에 맞아 개죽음을 당하고 토미는 비로소 세상에 눈을 뜬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죽고 결혼한 여동생의 남편은 이제 곧 아기가 태어나는데도 나몰라라하고 몰래 도망치고 가족은 헤체 위기를 맞는다. 비극이다.
토미 일행은 수도가 나오고 토요일에는 댄스파티도 열리는 곳에 잠시 머물며 행복하다. 그러나 언제나 지주 편에 서는 경찰이 쫒고 있다는 것을 안 토미는 그날 어머니와 작별한다. 목사이긴 했지만 세상을 제대로 본 목사의 길을 가겠다고 토미는 다짐한다.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빨갱이라고 하는데 도대체 빨갱이가 뭐냐고 묻기도 하고 농부들은 늘 굶주려 있는데 지주는 배부르다, 굶주림이 있는 곳에 함께 있겠다며 길을 떠난다. 어머니도 언제나 밟히기만 하고 살았다, 버림받은 미아 였지만 난 힘이 있다. 우린 죽지 않는다, 우린 영원하다고 화답한다.
1939년에 나온 존 스타인벡의 소설이 원작으로 1930년 미국 대공황 시대를 철두철미하게 그렸다. 빈곤과 가족의 붕괴 그로인한 심리적 외상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국가: 미국
감독: 존 포드
출연: 헨리 폰다, 존 케러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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