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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2명의 성난 사람들(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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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2명의 성난 사람들(1957)
  • 의약뉴스
  • 승인 2012.05.11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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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느냐 사느냐, 죽이느냐, 살리느냐’

시드니 루멧 감독( 1924~2011 )이 33살에 불과 20일 만에 만든 데뷔작 '12명의 성난 사람들'의 핵심 내용은 이 한 줄로 요약될 만하다.

"한 사람이 죽었고 한 사람의 목숨이 달린 문제다, 유무죄 평결을 내려달라. 어떤 결정이든 만장일치 여야 하며 1급 살인사건의 유죄는 곧 사형을 의미한다."

몹시 더운 어느 날 거대한 기둥이 위압적인 법원으로 서류가방을 든 사람들이 모여든다. 228호 법정에 들어온 이들은 12명의 배심원들이다. 길고 복잡한 살인사건의 청문이 끝나고 증언과 법해석도 마친 상태에서 부친 살해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선정된 사람들이다.

유죄 평결의 경우 재판관의 자비는 없다.

직업도 다르고 연령대도 다르며 사고방식도 같을 수 없는 사람들이지만 법원의 판단대로 유죄로 쉽게 의견이 모아질 분위기다. 사회자는 투표로 결정할 것을 제의한다.

결과는 유죄 11 무죄 1이다. 순간 배심원들은 놀란다. 무죄에 표를 던진 사람을 도무지 이해 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자리 앉은 순서대로 8번 배심원으로 결정된 키 크고 잘 생긴 중년의 남자( 헨리 폰다 분)는 나까지 유죄면 소년은 죽는다고 무죄이유를 말한다.

11명의 배심원은 ‘항상 한 명이 반대 한다’며 비아냥을 하고 이게 어떻게 무죄가 되느냐고 힐난한다. 방은 덥다. 창문을 여는 것도 쉽지 않다. 에어컨은 커녕 선풍기도 고장 났다. 사람들은 서성인다. 담배를 피우거나 껌을 씹고 주식중개 이야기를 하고 야구경기에 열을 올린다.

그 와중에 누군가 반대 이유나 한 번 들어보자고 한다. 살인의 증거인 칼이 있고 노인과 여자의 증언도 있는 확실한 사건에 반대라니. 이들은 결론을 빨리 내고 각자 자기 일을 하고 싶어 한다.

평생 학대 받고 자랐고 9살에 어머니가 죽고 아버지는 위조범으로 감옥에 가고 순탄하지 않은 삶을 살아온 빈민가 출신의 18살 소년의 생명에 배심원들은 별로 관심이 없다.

올해 들어 가장 더운 날의 방안 열기는 더욱 가열되고 창밖은 비가 억수로 쏟아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과 견해가 다른 배심원에게 욕설을 퍼붓고 거칠고 무례한 행동이 일촉즉발의 위험한 상황까지 간다.

 
하지만 논리 정연한 의심이 힘을 받으면서 상황은 점차 무죄 쪽으로 기운다. 여러 번의 투표 과정을 거치면서 반전이 일고 3번 배심원 (리 J. 꼽 분)한 사람만이 유죄편에 선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그는 신념을 배신한 자들을 노려보면서 지갑을 내동댕이치는데 거기에는 아들과 함께 다정한 모습으로 찍은 사진이 있다.

그는 흐느끼면서 사진을 갈기갈기 찢는다. 결국 그도 귈티, 귈티를 외치다 낫 귈티하고 힘없이 쓰러진다. 9회말 투아웃 투스트라이크 상태에서 역전 만루 홈런으로 게임을 끝냈으나 12명의 뛰어난 연기자들은 환호하지 않는다.

헨리폰다의 지적이면서 침착한 설득 연기와 리 J .꼽의 분노와 호전적인 성격 연기가 압권이다. 밖은 어느새 비가 그치고 법원 계단 밖으로 나온 이들은 뿔뿔이 흩어진다. 어려운 시험을 마친 기분이 이럴까. 영화는 여기까지다.

배심원이 무죄 평결을 내렸다고 해서 소년이 무죄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검사가 증거를 더 보충해 기소하거나 판사가 배심원을 바꿀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것 까지 관객들이 생각할 필요는 없다. 관객들은 13번째의 배심원이 돼 억울하게 사형 당했거나 수 년씩 옥살이를 하는 누명쓴 ‘죄인 아닌 죄인’은 없는지 잠시 생각에 잠기기만 하면 된다.

자신들은 전지전능한 신이고 그래서 판결은 언제나 정확하다고 믿는 사법부 관계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새롭게 태어나는 영원한 고전 ‘12명의 성난 사람들’을 여러 번 봐야 할 것 같다.

배심원들은 모두 헨리폰다와 같은 합리적인 의심과 반전의 기술을 배워야 하고. (사족: 무죄인 한 명을 윽박지르다 유죄인 한 명을 구석으로 모는 역전극은 민주주의가 과연 가장 좋은 제도인지 의구심을 품게 만든다.)

이 영화는 1997년 월리암 프리드킨 감독과 2007년 러시아의 니키타 미할코프 감독이 리메이크 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올해 나온 정지영 감독, 안성기 주연의 ‘부러진 화살’이라는 법정 영화가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지난해 타개한 시드니 루멧 감독은 시대의 양심, 헐리우드의 거장 등으로 불리면서 형사 서피코(1973)  뜨거운 오후(1975)  네트워크(1976)  심판(1982)등 수많은 걸작을 후세에 남겼다.

국가:미국
감독: 시드니 루멧
출연:헨리폰다, 리 J. 꼽 ,에드 비글리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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