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4-19 06:01 (금)
15- 길(1954)
상태바
15- 길(1954)
  • 의약뉴스
  • 승인 2012.04.1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로마인 이야기’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시오노 나나미는 페데리코 펠리니(1920~1993)의 영화를 좋아했던 모양이다.

그는 93년 펠리니가 죽자 비열한 거리(1973) 택시드라이버(1976) 분노의 주먹(1980)을 만든 거장 마틴 스코시스의 “ 펠리니는 죽지 않았다, 그는 그의 작품을 통해 살아 있다”고 한 말을 전하면서 죽음을 애도했다. ( 직접 추도하지 않고 거인의 입을 빌리는 것이 펠리니에게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시오노 나나미가 특히 좋아했던 펠리니의 영화는 달콤한 인생(1960) 펠리니의 로마(1972)였다. 하지만 “50년의 활동기간 중 많은 시나리오를 썼고 23편의 영화를 감독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졸작이 하나도 없다”고 찬미했으니 길(1954) 역시 그가 좋아했던 영화였음이 분명하다.

이 작품은 전후 시대에 보통 사람들의 사회적 문제를 주로 담았던 네오 리얼리즘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킨 이탈리아 현대영화의 새로운 시대를 연 세계적 걸작으로 평가 받는다.

난폭하고 힘이 센 떠돌이 차력사 잠파노( 안소니 퀸 분)는 딸만 밑으로 넷이나 있는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의 젤소미나( 줄리에타 마시나 분, 펠리니의 아내이기도 하다.)를 1만 리라를 주고 사온다. 조수로 쓰기 위해서이다.

울고 불고 하는 어머니를 남겨 두고 두 사람은 삼륜 오토바이에 몸을 싣고 떠돌이 생활을 위해 험난한 길을 떠난다. 잠파노는 좀 모자란 듯 하지만 어린아이처럼 순진한 젤소미나와 광대짓으로 하루하루 생활해 간다.

길을 가다 마을이 나타나거나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 잠파노의 ‘흉부대근육을 이용한’ 쇠사슬 끊기 얼릿광대가 벌어진다.

   

어느 날 두 사람은 서커스 단에 합류하고 여기서 줄타고 쇼하는 일 마토( 리처드 베이스 하트 분)를 만난다. 일 마토는 착하고 여린 젤소미나를 걱정하면서 그에게 웃음을 준다.

잠파노는 싫어한다. 두 사람은 끝내 다투고 또다시 길을 떠난다. 여러 해를 같이 지내면서 젤소미나는 잠파노가 다른 여자와 함께 자는 것을 질투하면서 미묘한 사랑의 감정에 휩쓸린다.

우연히 타이어가 터져 고생하는 일 마토를 만난 잠파노는 ‘죽일 생각없이 몇 대 갈긴 것이’ 그만 끔찍한 살인으로 이어진다. 젤소미나의 슬픔은 깊어지고 정신이상 증세까지 보인다.

이런 젤소미나를 두고 눈 내린 어느 추운 겨울 잠파노는 몰래 떠난다. 떠날 때 트럼펫과 돈 몇푼을 옆에 놓는다. 잠파노 역시 젤소미나를 조금은 좋아했는지도 모른다.

더 많은 세월이 흐른 후 잠파노는 젤소미나가 즐겨 불렀던 익숙한 멜로디를 따라가다 그가 4-5년 전에 죽었다는 말을 듣는다.

만취한 잠파노는 젤소미나의 고향이자 한 때 두 사람의 추억이 서렸던 해변가를 찾아 짐승처럼 울부짖는다. 검은 바다와 흰 파도가 부딪치는 해변의 모래사장에서 미친 듯이 주먹을 쥐고 흐느끼는 마무리는 이 영화가 질투와 사랑과 용서를 담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국가: 이탈리아
감독: 페데리코 펠리니
출연: 안소니 퀸, 줄리에타 마시나, 리처드 베이스 하트
평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