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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용서받지 못한자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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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용서받지 못한자 (1992)
  • 의약뉴스
  • 승인 2012.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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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은 쉽게 끊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담배를 10년 이상 끊었다가도 어느 날 어떤 계기로 다시 골초가 되는 수가 있다. 술도 마찬가지다. 딱 끊었다가 한잔의 유혹에 넘어가 알코올 중독자로 되돌아오기도 한다.

살인도 그럴까. 설마 하겠지만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돈 때문에 11년만에 다시 ‘살인의 추억’에 빠져 드는 은퇴한 총잡이도 있다.

중독때문이라고 단정하기는 뭐하지만 경험이 없었다면 돈의 유혹에 그렇게 쉽게 넘어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주인공은 물론 감독에 제작까지 1인 3역을 해낸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용서받지 못한자(원제:unforgiven)는 살인청부에 나서는 한 사나이의 이야기다.

아내를 잃고 어린 아들, 딸과 함께 돼지우리를 지키면서 근근히 살아가는 윌리엄 머니( 클린트 이스트우드 분)는 애송이 스코필드 키드( 제임스 울베트 분)의 제의에 따라 친구인 네드( 모건 프리먼 분)를 끌여들여 살인의 길을 떠난다.

서부극이 모두 그렇지만 단지 돈 때문이라면 이야기는 허술하다. 돈이라는 핵심 요소에 어떤 정의롭지 못하지만 정의인 것 같은 다른 요소가 끼어든다.

창녀와 재미를 보다 남자의 물건을 흉봤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눈과 귀와 심지어 젖까지 도려낸 악당을 처치하는 것이 또 다른 핵심 이유다.

1000불이라는 큰돈도 걸렸겠다, 악당을 없앤다는 그럴듯한 이유까지 더해졌으니 '여자는 물론 아이까지 닥치는 대로 죽였던 겁도 없고 잔인하고 지독한 악당중의 악당'이 살인 제의를 거부할 명분이 없다.

마음이 바뀌면 와라, 난 서부로 간다는 말을, 멈칫 거리는 윌리엄에게 하는 순간 관객들은 그가 당연히 마음이 바뀔거라는 걸 눈치챈다. 하지만 출정식은 쉽지 않다. 권총을 쏘지만 목표물에 맞지 않고 말을 타는데도 넘어지기 일쑤다.

마침내 그는 아내의 묘비 앞에 꽃을 놓는다. 언덕위로 사라져가는 킬러를 보는 눈은 더이상 돼지우리에 빠져 허우적 거리는 선한 농부의 눈이 아닌 살인의 유혹에 완전히 빠진듯 살벌하다.

현상금이 걸렸으니 인간 쓰레기들이 몰려드는 것은 시간문제다.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잉글리쉬 밥(리처드 해리스 분)이 그의 전기를 쓰는 좀 모자란 듯한 작가와 함께 마을로 들어온다.

   

밥은 총기 휴대 금지를 어겼다는 이유로 냉혈적인 보안관 리틀 빌(진 해크만 분)에게 걸려 죽사발이 되도록 얻어터지고 쫒겨난다. 창녀들은 이제 총잡이들이 더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낙담한다.

한편 키드 일당은 번개치고 천둥일고 비 쏟아지는 들판에서 노숙을 한다. 네드는 술을 권하지만 월리엄은 거절한다. 이들도 총기휴대 금지라는 팻말을 지나치며 마을에 도착한다.

키드와 네드가 윗층에서 창녀와 재미 보는 사이 월리엄은 잉글리쉬 밥과 마찬가지로 리틀 빌에게 잡혀 발로 차이고 터지고 깨진다. 세 사람은 간신히 탈출에 성공하고 월리엄은 칼맞은 여자의 간호 때문에 죽을 고비를 넘기고 부상에서 회복된다.

악당 중 한 명을 살해한 후 네드는 살인에 부담을 느끼고 떠난다. 키드는 남은 한명이 화장실로 들어간 사이 권총 세발로 깨끗이 처치한다. 이때가 물론 키드에게는 첫 살인이다. 남쪽으로 떠난 네드는 추적자들에 잡혀 시체상태로 거리에 전시된다.

월이엄의 분노는 극에 달한다.

이후는 일사천리다. 창녀에게 잔혹한 짓을 한 악당에게 교수형은 커녕 채칙질도 않고 말 네 마리로 벌금형을 내린 보완관 리틀 빌을 포함해 여러 명이 월리엄의 총에 힘없이 고꾸라진다.

집도 지었는데, 이렇게 죽다니 지옥에서 만나자는 보안관의 목을 향해 ‘스펜서 장총’으로 확인사살하는 장면은 섬뜩하다. 그리고 10년 동안 끊은 술을 먹는다. 창밖은 비가 속절없이 내리고 관객들 역시 위스키 한잔 먹고 싶은 강한 갈증을 느끼는 것은 이 영화의 매력이다.

용서 할 수 밖에 없는 '용서받지 못한자'는 더 이상 서부극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서부영화의 시대는 지났다는 예상을 깨고 그해 나온 닐 조던 감독의 걸작 '크라잉 게임'을 따돌리고 오스카 작품, 감독상들을 거머쥐웠다.

'석양의 무법자' 등 서부극에서 황홀한 연기를 펼쳤던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명배우 뿐만 아니라 명감독으로도 인정을 받는 겹경사를 누렸다. 서부영화의 종결자라는 찬사는 지나치지 않다.

석양을 배경으로 큰나무가 서있고 그 옆에 쓰러져 가는 낡은 집과 아내의 묘비가 멀리 보이는 장면은 시작과 끝이 동일하다.

국가: 미국

감독: 클린트 이스트 우드

출연: 클린트 이스트우드 ,진 해크만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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